최종편집 2024-04-20 10:04 (토)
'부끄러운 너무나 부끄러운 도연청 회장에게'
'부끄러운 너무나 부끄러운 도연청 회장에게'
  • 윤호경
  • 승인 2009.05.26 17:06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고]윤호경 서귀포시 강정동 강정청년회원

참으로 갑갑함을 느낍니다. 아니 이것은 갑갑함을 넘은 치열한 분노일지 모르겠습니다.

지난 금요일 저녁에 방영되었던  제주 mbc 시사진단을 시청하고 난 후 너무나 어이없음에 며칠을 보내고 있습니다.

저는 강정 마을의 한 주민입니다. 몇 년 전에는 마을 청년회장으로 일했었고, 지금은 해군기지 반대 대책위원회에서 2년간의 긴 투쟁을 펼쳐나가고 있습니다.

살아가는 것은 서로 다른 의견이 만나는 광장입니다. 그러나 그 의견은 확실한 근거가 있어야 합니다. 자신의 뜻을 관철하기 위해서 유언비어를 조작해서는 안 됩니다.

시사저널에  패널로 참석한 강영식 도연청회장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주민들을 선동하는 외부 세력에 의해서 제대로 여론이 전달되지 못 하였고, 처음에는 찬성 의견이 많았다."

몰라도 이렇게 모를 수 있을까요.

아니 알고 있었으면서도 도지사의 충실한 대변자가 되기 위해서 허위사실을 당당하게(?) 말하는 그 모습이 참으로 용감하기까지 합니다.

2년 전 마을회장을 비롯한 몇 사람의  야합으로 해군기지를 유치하려 하다 마을 주민들의 90%가 넘는 해군기지 건설 반대로 지금의 상황에까지 왔다는 건 많은 사람들이 인정하는  사실입니다.

그러한 사실을 모르고 있다면 참으로 무지의 소치이거나 도지사를 위한 굳건한 충성일 겁니다.

환경 단체를 비롯한 외부 세력이 주민들을 선동했다는데, 확실한 증거를 보여주시기 바랍니다.

너무 모르는것 같아 강정마을 해군기지건설 반대활동에 대하여 간략하게 알려주고 싶습니다. 똑바로 보고 머리에 담아두기 바랍니다.

우리 강정 지역에서는 2007년 4월26일 임시총회(유치)가 마을 운명을 결정하는 중차대한 일인데도 불구하고 해군기지 유치에 혈안이 된 전 마을회장이 당연히 공론화를 거쳐 정당하게 민주적 수단을 통해서 결정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은밀히 처리 해버렸습니다.

그 일로 인하여 강정마을 젊은이들은 반대대책위를 구성하여 마을 향약따라 마을 총회소집을 몇차례 요구하였으며 제주지방법원의 판결을 받아 정당하게 2007년 8월10일 마을총회를 개최하여 전 마을회장을 해임시키고 8/20일 해군과 행정 당국이 방해에도 불구하고 해군기지 유치에 관한 찬, 반 주민투표를 실시하여 마을 주민 725명 참석 해군기지 건설 반대 680표, 찬성 36표, 무효 9표로 대다수(94%)가 강정마을에 해군기지건설을 반대하고 있음을 공식 천명하였습니다.

이게 어찌 외부세력이 주민을 선동였다는 말입니까?

또한,국방부(해군)는 지난 2007년 지금의 서귀포시 강정마을을 제주도정과의 협의에 의해 잘못된 여론조사로 최종후보지로 결정하고 말았습니다. 이 과정에 지역주민과의 협의는 커녕 단 한 차례의 제대로 된 설명회 조차 없었습니다.

당시 강정마을이 최종후보지로 결정되게 만든 여론조사는 그 위법부당함이 제주도의회 행정조사, 제주도 감사위원회 감사로도 이미 밝혀진 바 있습니다.

그러나 정부는 현재까지 이 여론조사를 근거로 한 제주도지사의 결정이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강정마을 해군기지 사업을 사실상 밀어붙이고 있으며, 여기에 해군은 온갖 작전식 수단까지 동원하며 주민위에 군림한 일방행보를 거듭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찌는 뙤약볕을 머리에 얹고 칠순 어른부터 11살의 소년까지 힘들어도 모두들 6일을 걸었습니다. 무려 70시간 이상을 길 위에서 걸었습니다.

강정마을 사람들은 왜 이 고행의 도보순례를 택하였는지 아십니까?

스스로 배우려는 것이었습니다. 보상이니 인센티브니, 장학금이니 여러 색깔로 교묘하게 덮쳐오는 기지건설 논리 앞에 비록 힘들지만 한 발씩 내딛는 걸음만이 비로소 우리 앞에 길이 있음을 배우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결국 강제집행, 연행, 그 예상되는 폭력 앞에 좌절하지 않고 목숨이 다할지언정 나를, 우리 마을을 지켜내는 길은 오로지 일어나서 걷는 것임을 배우려 하는 것이었습니다. 늘 깨어 일어나 있어야 함을 확인하기 위해서였습니다.

피눈물을 흘리며 고행의 도보순례마저 망각해버린 강영식 제주도연청회장에게 묻고 싶습니다. 말 한마디가 천냥빚을 갚을 수도 있고 말 한마디가 사람을 죽일 수도 있습니다. 당신의 거짓된 말 한 마디가 얼마나 강정 주민들에게는 비수가 되었는지 알고 있기나 할까요?

더 씁쓸한 것은 제주도 연합청년회장이  제주도지사의 홍보관으로 전락했다는 사실입니다.

스스로 5만 여 조직원을 거느린 수장이라고 했던데, 그 청년회원들의 마음이 당신과 똑같을 거라 생각하지 마십시오. 공인으로서 말을 할 때는  구성원들의 여론을 헤아려야 합니다.

청년이 순수성을 잃으면 더 이상 청년이 아닙니다.

정치적 야합으로 얻는 이익 추구는 청년이 누리는 특권인 자발적 동기부여, 세상의 부조리에 대한 반발, 참된 이념에 대한 순수한 열망 앞에 참으로 보잘것없는 가치입니다.

쥐면 쥘 수록 손가락 사이로 빠져 나가는 모래보다도 허망한 것이 권력이라 했습니다. 어찌 그 허망한 권력의 시녀가 되려하는 겁니까. 어찌 지배자의 충실한 개 노릇을 자처하려 합니까.

도지사의 철저한 대변인으로 타락해버린 강영식 회장의 언행을 보며 분노를 느끼는 건 비단 저뿐만이 아닐 겁니다.

강정 주민들에게 참회의 참배를 하시기 바랍니다. 진심어린 사과 성명을 기다립니다. 지역사회의 고통을 누구보다도 먼저 살피고 그 고통을 대신 짊어지려 하는 길. 그 길만이 제주도 연합청년회의 순수성을 찾는 길입니다.

마지막으로 묻고 싶습니다.

부끄럽지 않습니까?  나는 부끄럽습니다. 당신이  제주도 연합청년회장이라는 사실이 너무나 부끄럽습니다.<미디어제주>

<윤호경 서귀포시 강정동 강정청년회원>

#외부원고인 '기고'는 미디어제주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미디어제주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딥페이크등(영상‧음향‧이미지)을 이용한 선거운동 및 후보자 등에 대한 허위사실공표‧비방은 공직선거법에 위반되므로 유의하시기 바랍니다.(삭제 또는 고발될 수 있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맹 성광 2009-06-04 12:19:01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제주에서 가장아름다운 강정동에 군사기지가 건설된다는 것은지금은 적은 이익이 있을지 모르지만 우리의 후손들에게는 참으로 무식하고 무능한 것을 비판받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