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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논단] 공권력에 짓밟힌 '민의(民意)'
[데스크논단] 공권력에 짓밟힌 '민의(民意)'
  • 윤철수 기자
  • 승인 2005.11.12 10:47
  • 댓글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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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민의 의사를 반영해 기본계획안을 정부에 제출했습니다. 그러나 교육.의료개방과 관련해서는 일부 견해의 차가 있는데, 앞으로 대화를 통해 최대의 공약수를 찾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2005년 9월30일 국회 행정자치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 김태환 제주도지사)


"특별자치도 기본계획안을 수립하면서 행정당국에서는 나름대로 최선의 민의의 수렴을 해왔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다소 미흡한 점이 없지 않았지만, 지금도 의견을 수렴하고 있고, 그동안 대화도 많이 했습니다. 받아들일 부분은 상당히 반영도 했습니다. 못받아들일 부분은 이해도 시켰는데, 상호간에 이해의 한계도 있었습니다."(2005년 9월30일 국회 행정자치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 김태환 제주도지사)

"주민투표가 끝나고 (갈등 등)그런 현상이 일부 있는 것은 사실이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83%가 주민투표 결과에 승복해야 한다고 응답했습니다. 주민투표로 인해 산남과 산북이 다소 갈등이 있는 것으로 비춰지는데, 이 부분과 관련해서는 지사가 책임지고 해소하겠습니다."(2005년 9월30일 국회 행정자치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 김태환 제주도지사)

"오늘 특별자치도 기본계획의 확정은 온 도민의 참여하에 갈등과 반목을 넘어 서로 화합하고 새로운 공동체를 설계해 나가야 한다는 과제를 우리에게 던져주고 있습니다. 오늘의 계획에 만족과 불만족이 있을 수 있지만 현실에 토대를 두고 다음 단계의 도약을 위해 특별자치도의 탑을 한 단 한 단 쌓아 올려 나가야 하겠습니다."(2005년 10월14일 제주특별자치도 기본계획 확정에 따른 기자회견에서 김태환 제주도지사)

"이제부터는 그동안의 생긴 대립적 견해와 분열적 양상을 제주 전체의 발전을 위한 범도민적 에너지로 승화시켜 나가야 합니다."(2005년 10월28일 미디어제주 창간 1주년 특별대담에서 김태환 제주도지사)

위의 글은 김태환 제주도지사가 최근 도민사회의 갈등적 요소와 관련해 말한 내용을 발췌한 것이다.

김 지사는 이 외에도 행정구조개편 문제에 대해 찬반의견이 한창일 때는 "정책을 추진하다보면 찬성의견도 있을 수 있고, 반대의견도 있을 수 있으나 반대의견 또한 발전적 측면에서 나쁘게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말한 바 있다.

#'독재시대'의 작태가 등장한 '21세기 제주 미래'

그런데 김 지사의 이러한 발언내용들이 도민들로부터 의심을 받게 됐다.

지난 11일 제주특별자치도 특별법 공청회에서 제주도정이 보여준 모습은 지금까지 김 지사가 행했던 발언을 완전히 뒤집은 것임은 물론, '민의(民意)'를 공권력으로 짓밟는 사상 유례없는 작태에 다름 없었다.

공청회(公聽會)가 무엇인가. 사전적 의미로는 입법기관이나 행정 기관에서 일의 관련자에게 의견을 들어 보는 공개적인 모임을 뜻한다. 국민적인 관심의 대상이 되거나 사회 일반에 영향력이 큰 안건을 심의하기 전에, 경험자 또는 이해관계자를 참석하게 하여 의견을 듣는 공개 회의이다. 즉, 다양한 의견을 듣기 위해 행해지는 것이다.

그런데 '의견을 듣기 위해' 마련하는 공청회에 일반 도민들의 출입을 공권력으로 봉쇄하고, 공권력을 통해 도민을 가로막는 작태는 변명의 여지가 있을 수 없다. 크나 큰 과오요, 대죄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과거 왕의 명령 하나가 모든 것을 결정하던 봉건사회나 군주사회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다. 이전 군사독재정권 시절에도 이러한 공청회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군사독재시절보다 못한 행정 행태

제주특별자치도를 지향하는 제주도의 행정집행행태가 군사독재정권 시절보다 못하다니, 어처구니가 없을 따름이다.

더욱이 공청회장 내부에서 있었던 상황을 종합하면 더욱 기가 막히다. 떳떳하게 정문으로 입장한 것도 아니고, 제주도청 공무원들로부터 '선택받은 사람'들을 선별하고, 그것도 개구멍과 같은 '뒷문'으로 인간검열대를 통과하게 만들며 입장케 했다니 그게 어디 민주사회에서 있을 법한 얘기인가.

또한 공청회장 내에서는 반대의견을 개진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제주도청 공무원들이 가차없이 밖으로 끌어냈다고 한다. 말로는 다양한 의견을 듣겠다는 제주도정이 이런 극악무도한 행위를 저지르다니, 그것도 우리 도민들의 손으로 직접 선출한 제주도지사를 필두로 한 제주도정이 그런 어처구니 없는 일을 저지르다니, 할 말을 잃게 한다.

#반대의견 수용 노력 어느정도 했는가

왜 공청회를 개최했는가.

반대의견이 그렇게 못마땅했으면 공청회를 생략하고 그냥 국회에 제출해 과거처럼 '날치기 통과'를 요청하든지 하지, 왜 공청회를 개최했는가.

비열하기 짝이 없다. 제주도정은 소중한 '민의'를 공권력으로 짓밟고, 앞으로 '독선'과 '오만'의 행정을 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에대해 어떻게 해명할지가 사뭇 궁금하다. 지난 9일 공청회에서 나타난 일부 시민단체 회원들이 단상점거사태가 또다시 재연될 것이 두려워 그랬다구?

하지만 이는 변명이 되지 않는다. 시민단체 회원들의 의견도 하나의 반대의견으로 인정하려는 자세가 없었던 것이다. 제주도정이 몇달째 제주도청 앞 천막농성이 계속되고 있는데도, 이를 철저히 외면만 했지, 언제 적극적 대화를 시도했고, 원만한 대타협을 시도한 적 있는가.

그저 자기들 의견에 따라오라고 강요만 했을 뿐이지. 그들을 일방적으로 설득하려기 보다는 양보와 타협을 통해 일의 실마리를 풀어나가려는 노력을 보인적이 있는가.

앞으로 제주사회에서 공권력의 보호를 받으며 살아가기 위해서는 무조건 김태환 제주도정에 철저히 복종하고 순응해야만 하는가. 제주도정에 아부하며 머리르 읊조리는 사람들만 있는 획일화된 제주사회를 원하는가.

#민의 압살 책임, 백배 사죄해야

제주도정은 이제 명분을 상실했다. 이제 제주특별자치도가 화려하게 국회를 통과하고, 시행이 된다 하더라도, 김태환 제주도정을 불신하는 도민들의 마음은 좀처럼 돌아서지 않을 것이다. 자업자득이다.

지금 제주도정이 해야 할 일은 알량한 변명이 아니라, 과정상 분명한 문제가 있는 공청회 원천봉쇄에 대해 제주도민들에게 사죄하는 길 뿐이다. 그렇지 않고 또다시 변명으로 일관하며 제주특별자치도 내용에 대한 반대의견을 '폭군'처럼 간주한다면 제주도정은 역사의 심판을 면할 수 없다.

'민의'가 짓밟힌 2005년 11월11일. 민주주의가 제주도에 의해 수십년 후퇴하는 부끄러움을 어떻게 치유해야 할지 참담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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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민 2005-11-30 14:18:25
제주를 망치려 드는 공대위 무슨연대.
공대위, 연대가 제주인의 민의를 망치려듭니다.
손가락질 그만받고 자중하세요.

이방인 2005-11-17 20:32:24
저도 제주도를 사랑하는 한 국민입니다. 왜 그렇게 배타적이며 시야가 좁은지 이해가 되지 않네요. 대원군이 쇄국정치를 함으로 얼마나 우리조선이 뒤처졋습니까 이 시대 흐름을 너무 이해못하는 거 같습니다. 제주도민 여러분들 너무 자기 우물안에 갇혀 있는게 아닌지.. 제가 제주도민이 아니라서 이런얘기하는게 아니라 세계최대 자연경관을 갖춘 제주도 세계에 알리면서 제주도가 하나의 특별자치도가 되어 홍콩 싱가포르와 같은 멋진 국제 자유도시가 빨리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폭군에저항 2005-11-13 17:31:28
폭군자는 물러가라
민의를 짓밟는 폭군 스스로 퇴진하라
자격없다
그런 도지사 뽑은적없다.
정치공무원 똘마니들 당장 그만두라.
사표쓰라. 나쁜색기들

반민주 타도 2005-11-13 13:21:24
양비론으로 본질 희석시킬 일 있쑤?

김태환 도정의 반도민적 작태, 반민주적 작태를 분명히 하면 됐지...

문대탄 2005-11-13 07:30:57
공대위의 행태에 대해서는 한 마디 없나?
다음 글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