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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취재] 취업준비 '옛말'...너도나도 '수능 준비'
[현장취재] 취업준비 '옛말'...너도나도 '수능 준비'
  • 김정민 기자
  • 승인 2005.11.07 14:37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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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실업계 고교 90% 이상 '수능 준비'...특성화전략 '무색'

 실업계 고교 학생들은 바쁘다.  학교에선 대학진학과는 상관없는 과목들로 채워져있는데 정작 대학에는 진학해야 하기 때문이다.

고학력시대에 전문대는 나와야 취업이 가능하다는 사회 전반적인 인식때문에 실업계 고교 학생들은 오늘도 대학수학능력시험 공부에 열심히다.

학생들은 대학진학을 위해 입시학원을 다니거나 따로 과외를 받기도 한다. 성적이 마땅치 못한 학생들은 재수할 각오를 세우기도 한다.

다른 타지역에 비해 실업계 고교가 많은 제주지역에서는 이러한 현상이 더욱 심하다. 더욱이 다른 타 지역에 비해 대학수도 많기 때문에 실업계 고교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대학진학을 원한다.

대학진학만을 원하는 실업계 고교 학생들과 높아져만가는 청년 실업률. 그리고 자꾸만 엇갈리는 실업계 고교 정책과 사회인식. 이러한 현상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 실업계 고교 학생 중 92% '대학진학' 희망

실업계 고교 학생들 대부분은 '취업'보다는 대학진학을 꿈꾼다.

제주도교육청이 실업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005 교육통계연보에 따르면(2005년 4월 기준) 졸업후에 대학에 진학하고자 하는 희망자는 무려 92%에 달하는 1992명으로 조사됐다.  실업계 고교 전체 학생수는 2170명이다.

실제로 대학에 진학하는 비율도 89%인 1922명에 이르고 있다. 이중 제주대에 진학하는 학생수도 528명으로 4%를 차지한다. 그러나 실업계고교를 나와 바로 취업하는 학생은 1% 미만인 151명에 그쳤다.

특성화고로 바뀐 제주관광산업고에서도 막바로 취업하는 학생이 없고  제주여자상업고등학교에서도 이젠 취업하려는 학생이 없다. 제주여상에 따르면 3학년 전체 학생 250여명중 취업하는 학생은 10명정도밖에 안된다.

오히려 제주상업고등학교와 그 외 학교에서는 대학진학을 위해 보충수업까지 실시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젠 실업계 고교를 나와서 바로 취업한다는 것이 옛 말이 돼버렸다.

특히 제주지역은 다른 지역에 비해 대학 수도 실업계 고교 수도 많기 때문에 실업고 학생들이 대학진학에 수월하다. 더욱이 내신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오히려 실업계고교에서 공부해서 내신성적을 높여 대학에 진학하려는 학생들도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확실하게 수능공부에 '올인'하려는 학생이 아닌이상 실업계고교를 가라는 주위의 권유가 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이 몇년째 계속되면서 제주대 상업교육과가 폐과 위기에 처하기도 했었고 제주상고와 제주관산고가 '제주고'로 명칭을 바꾸고 인문계고교로 변경하려고 했던 움직임도 있었다. 정말 이렇게 가다보면 실업계고교는 사라질지도 모른다.

# 실업고 교사들 "교육과정 바뀌면서 실습과정 사라져 취업 안돼"

실업고에서 취업을 담당하는 교사들도 암담하긴 마찬가지다. 취업을 우선 순위로 공부하고 있는 학생들에게 대학진학 공부를 시켜야 할 위치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뿐만아니라 요즘은 취업하려는 학생들이 전혀 없기때문에 그동안 학생들을 구인했던 회사들마져도 전문대학으로 등을 돌린 상태다.

더욱이 7차교육과정으로 바뀌면서 실업고 학생들에게 실습과정이 사라져 예전에 3학년 2학기때 실습을 나가던 모습은 사라져버렸다. 이제는 12월 연말이 돼서야 실습이 가능하기 때문에 그제서야 취업이 가능해졌다.

그래서 선생님들은 학생들에게 취업을 권유할수 조차 없고 회사들 또한  12월 연말까지 기다리지 않고 전문대학생들에게 기회를 돌려버리고 있는 실정이다.

공고의 경우는 제주지역의 특성상 2차산업의 비율이 적기 때문에 막바로 취업한다는 것 자체가 힘들다.

제주여상에서 3학년 담임을 맡고 있는 한 교사는 "취업하려는 학생은 없다"고 단호하게 말한다. 또 "예전에 실업고로 구인을 요구했던 기업들이나 업체들이 모두 전문대학으로 옮겨가고 있다"며 "학생들도 이젠 대학에 가야 취업이 된다는 생각때문에 대학진학을 위해 공부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 그러나 학교에서는 취업위주의 교과목으로 채워져있고 대학진학 정보도 일반고보다 적은 편이라서 학생들은 두마리의 토끼를 잡아야 하는 실정"이라고 말한다.

실업계고교 학생들은 내신의 비중이 높기 때문에 학교공부에도 소홀해서는 안된다. 그리고  대학진학을 위한 과목을 학교에서는 공부하기 어렵기 때문에 따로 학원을 다녀야 한다.

실업계 고교 교사들까지 바빠졌다. 부족한 진학정보를 학생들에게 발빠르게 전해주기 위해서는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실업고 교사들은 학생들을 위해 진학상담 비율을 지금보다 높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제주도교육청 "특성화를 통해 '실업고'만의 개성을 살릴 것"

정부는 이러한 실업계 고교의 문제를 풀기위해 내년도부터 '직업교육 혁신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 방안은 특성화된 실업고를 늘린다는 것이 큰 틀로 짜여있다.

제주관산고의 경우처럼 전문적인 학교를 세우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현재 재정부문의 지원을 검토하고 있는 중이며 이에  제주도교육청은 한국직업능력개발원에 실업고의 발전방안에 대해 용역을 의뢰할 방침이다.

그래서 내년초에 나오는 결과를 보고 앞으로의 방향을 잡아 빠르면 2007년부터 구체적인 계획들을 실행하기로 했다.

제주도교육청 관계자는 이러한 현상을 안타까워하며 어떻게 해결하면 좋겠느냐고 오히려 물어왔다.

그러면서 교육청 관계자는 "일단 특성화고를 늘려 취업과 바로 연계될 수 있도록 계획을 짜고 있다"며 "학생들에게 취업을 강요할수는 없다.

사회전반적인 인식이나 구조가 바뀌지 않는이상 교육정책만으로는 이러한 상황을 해결하기 힘들다."고 말한다.

제주여상의 한 교사는 "학력위주의 사회, 갈수록 고학력화 되는 현상에서 실업고 학생들은 살아남기 위해 취업보다는 대학을 선택했다"며 "취업을 위한 실업고의 특성을 살리지 못하고 있는 지금의 상황을 풀어나가는데는 교육정책만으로는 어렵다"고 말한다.

그의 우려감은 제주 실업계 고교가 처한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고학력 인플레이션 현상때문에  실업계 고교 학생들만 힘들어졌습니다. 사회전반적인 구조적인 문제로인해 실업계 고교는 이제 또 다른 방향의 길을 택해 달려나가야 할지도 모르는 일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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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한마디 2005-11-07 15:43:32
실업계 학교 가고 싶어 가는 학생 몇이나 되나.
옛날에는 뜻있는, 기술자가 되고 싶거나 전문기술 빨리 배워 생업에 종사하려는 학생들이 실업계고등학교를 의지갖고 지원했지만, 지금 그런가.
인문계 학교 갈 점수 안나오면 울며겨자먹기로 가는거지.
교육청에서 한번 중학생 상대로 정확한 설문조사라도 한번 해봐라.
실업계 학교 가고싶어하는 수요만큼만 실업계고를 유지하고, 나머지는 차라리 인문계로 전환시켜라.

한때는 2005-11-07 15:45:05
인문계학교 가는것보다 그 학교 합격하면 큰 영광으로 알았죠.
요즘 고등학교만 졸업하고 취업하면 괄시받기 일쑤지.
옛말이지.

쓰발 2005-11-07 15:46:13
몇년 되지 않은 제주공고도 인문계로 바꾸라구??

좀더 그럴듯한 대안 제시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