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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도 출판이라는 문화가 있다'
'제주에도 출판이라는 문화가 있다'
  • 좌보람 기자
  • 승인 2009.04.28 08:13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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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출판 '각', 23∼28일 제주아트서 '책 전시회' 마련

"제주에도 출판이라는 문화가 있다. 제주는 서울에서 찍은 책을 소비하는 곳이 아니다."

도서출판 '각'의 박경훈 대표의 말이다. 그가 10년동안 제주에 관한 책 100권을 펴내고, 이번 '책 전시회'를 마련한 이유가 아닐까 싶다.
 
올해 10주년을 맞은 도서출판 '각'(대표 박경훈)이 지난 23일부터 28일까지 제주시 전농로에 위치한 제주아트에서 10주념 기념 '책 전시회'를 열었다.

이번 전시회에는 '제주학'에 관련한 100권의 책이 전시돼 제주의 문화, 역사, 민속, 예술 등을 모두 만나볼 수 있다는데 의미가 컸다. 

# "책도 전시가 될 수 있었고, 거기다 전시된 책 속에는 '제주의 아픔'이 있었다."

'예술작품'만이 전시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깨고, 당당히 책들이 전시됐다. 그 것도 모두 제주에 관한 것.

전시장에 들어서면, 한쪽 벽을 독차지 하고 있는 제주 4.3에 관한 책들이 유독 눈에 띈다. '4.3과 제주역사', '뼈와 굿', '다랑쉬굴의 슬픈 노래', '당신의 눈물을 보여주세요', '뼈를 잇고 살을 붙여, 피를 돌게하고' 등. 책 제목만으로도 제주가 겪었던 역사의 아픔이 느껴진다.

그 중, 전시장을 찾은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책' 한권이 있다. 바로 4.3 길찾기 3번째 이야기로 4.3후유장애인들의 처절한 생애사를 담은 '몸에 새긴 역사의 기억'.

'그들의 몸이 곧 4.3이다'라는 문구가 무색하지 않을 만큼, 책 속에는 4.3당시 고통을 겪었던 산 증인들의 이야기가 사진과 함께 담겨져 있다.

4.3이라는 지울 수 없는 우리 제주도민들의 아픔의 역사. 그러나 우리 후손들에게는 아직 4.3을 바로 알고 그 역사를 배울 수 있는 마땅한 교과서 하나 없다.

어느 한 학생의 인터뷰에서 '4.3이라는 역사를 알고 싶지만, 딱히 공부할 책이 없다. 이미 60년이 넘는 세월이 지나 당시 4.3을 겪었던 증인마저 세상을 떠난 분들이 많아, 정확히 아는 일이 힘들어지는 것 같다'라는 말을 들은 적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오늘 전시장을 통해, 또 각이라는 출판사를 통해 만나본 이 책들이 소중하지 않을 수 없다.

이밖에도 전시장을 가득 메운 제주의 민속신화, 굿, 생태이야기, 경제 등 많은 분야의 책들. 그리고 아늑한 전시장 분위기는 전시회의 묘미를 더해줬다.

# '책 전시회는 어떻까?'라는 궁금함이 가득...

'책 전회는 어떨까'라는 궁금증을 갖고 전시회를 찾은 한 도민.

그는 "무심코 지나갈수 있었던 제주에 관한 역사, 미술, 문화를 '각'이란 출판사가 알려줬고, 내가 오늘 전시회를 통해 또, 그것을 알게됐다"며 "거기다 오늘 전시회가 제주를 소재로 한 책들이라 더욱 궁금했다. 와보니 기대 이상이다"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면서 "이 전시회, 그리고 '각'출판사의 책들이 아이들에게 제주의 역사를 가르칠 수 있는 좋은 자료가 될 것 같다"며 "서울 큰 출판사에서는 내줄 수 없는 제주의 소중한 역사에 관한 책들을, 작지만 제주의 '각'이란 출판사가 있어 우리가 불 수 있다. 그 자체가 기쁘다"고 덧붙였다.

# "제주의 출판은 문화운동이다"

전시장에서 만난 박경훈 대표는 "지난 23일 세계 책의 날을 기념해 제주 지역에서도 책 읽는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이번 전시회를 마련했다"며"제주가 서울에서 찍은 책을 소비하는 곳이 아니라, 제주에도 출판이라는 문화가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고 전시회의 취지를 밝혔다.

박 대표는 "제주의 출판은 문화운동"이라며  "올해가 도서출판 '각'이 태어난지 10주년이다. 10년동안 제주에 관한 책 100권을 냈고, 다음 20주년까지 500권의 책을 내는 것이 목표"라고 포부를 밝혔다.

출판문화의 불모지인 '제주'에서 문화운동의 뛰어든 '각'.

"출판은 서울이 아니면 안된다는 통설을 넘기 위해, 적어도 지역문화가 세계문화라는 진리를 위해, 제주도에도 출판사다운 출판사 하나쯤은 있어야 하지 않겠나 라는 자존심 하나로 추진하고 있어요."

'각' 출판사의 박경훈 대표는 이번 제주 출판문화의 새로운 시동에 도민들의 애정과 관심을 당부했다. <미디어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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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다 2013-08-19 18:01:23
뜻 깊고 좋은 자리 마련해 주셨네요. 건투를 빕니다. ^^

msy 2009-04-28 14:45:04
저도가봤는데 기사에 나와서 엄청반갑군요 아하하 ^ ^
그때그장면이 다시한번 생각나요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