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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보험 범죄의 끝은 어디인가
(초점)보험 범죄의 끝은 어디인가
  • 뉴스토마토
  • 승인 2009.04.22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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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박민호기자] 지난 1781년 11월 29일 대서양 한복판. 영국 노예선 '종호'의 선장 콜링우드는 "병든 노예를 끌어내라"고 명령했다.
 
선원들은 흑인 노예 54명을 바다로 내던졌다. 전염병이 상품(노예)에 번져 훼손될까 우려한 조치였다.
 
선원 7명과 흑인노예 60명이 전염병으로 죽어나가자 병약한 노예를 골라 바다에 내던진 것이다.
 
선장은 "노예가 병으로 죽으면 우리 책임이지만 익사하면 보험사가 피해를 보상한다"며 이를 꺼리는 선원들을 다그쳤다.
 
5개월간의 항해끝에 도착한 선장은 보험금 지급을 신청했으나 일이 꼬이고 말았다.
 
쇠사슬이 아까워 풀고 던진 노예 하나가 극적으로 배에 올라 이 만행을 모두 고발한 것이다.
 
보험금을 노린 범죄의 심각성은 날로 커지고 있다.
 
이 심각성은 선량한 불특정 다수를 피해자로 만들 수 있고, 결국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져 대다수 모두에게 피해를 준다는 점에 있다.
 
아내가 남편 이름으로 보험에 가입한뒤 눈을 찔러 살해하거나, 아버지가 딸의 다리를 부러뜨리는 등 보험금을 노린 폐륜화 범죄는 100여년 전과 똑같이 재연되고 있다.
 
심지어 한 섬마을에서 주민의 80%가 보험사기에 조직적으로 가담한 사실이 적발되기도 해 충격을 줬다.
◇ '아..살기 힘든데 그 방법 한번 써볼까'
 
22일 연쇄살인범 강호순(39)에게 1심에서 사형이 선고됐다.
 
강호순 사건으로 보험사기가 국민들의 큰 관심으로 떠올랐다.
 
벌써부터 강호순의 보험사기를 모방한 범죄가 적발됐다는 보도내용을 심심치 않게 접할 수 있다.
 
금융감독원이 지난해 보험사기 조사실적을 분석한 결과 적발실적은 2549억 원(4만1019명)으로 지난 2007년보다 금액으로 24.6%(504억 원)늘었다.
 
혐의자 기준으로는 32.7%(1만 97명) 증가했다.
 
보험 종류별로는 자동차 보험이 69.8%(1779억 원)로 대다수를 차지했고 다음으로 보장성 보험 12.6%(322억원) 등이었다.
 
보험범죄에 가담하는 연령이 점차 낮아지고 있는 점도 최근 나타나고 있는 경향이다.
 
청년 실업자가 증가하면서 젊은 층이 보험사기에 연루되는 경우가 늘고 있으며 특히 10대 혐의자들이 지난 2007년에 비해 62.8%나 급증했다.
 
올 들어 주요 보험업체들이 언더라이팅을 대폭 강화할 움직임을 보이는 이유다. 
 
삼성생명 등 대형 보험사들은 지난 2007년 개인 신용정보를 보험계약 심사 체크항목에 올리면서 업계 전반의 언더라이팅을 강화할 방침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강호순 사건으로 모방 보험사기의 우려가 커지고 불황에 생계형 보험사기가 늘 것으로 보여 언더라이팅을 강화하는 추세”라고 전했다.
 
이 같은 보험 계약심사의 강화로 서민들의 보험 가입은 한층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 보험사도 오십보백보
 
일부의 범죄 때문에 선의의 피해자가 양산되는 형국이다.
 
짚어보면 보험사도 범죄의 굴레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다. 
 
한 예로 국내 대형보험사에서 요실금 수술비를 보장하는 보험에 가입한 가입자들이 해당 수술을 받고도 보험금을 지급받지 못하는 사례가 빈발했다.
 
보험사에서 판매하는 여성 관련 보험상품 중 요실금 수술을 받은 환자는 최대 500만원을 지급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요실금 수술 자체가 어렵지 않은 수술로 발전해 환자수가 급격하게 증가하기 시작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게다가 수술비용도 내려 보험적용까지 받으면 30만원 정도로 시술을 받을 수 있어 환자입장에서는 복권당첨되는 것과 같았다.
 
요실금 보험금 지급액을 낮추기 위해 보험수익자를 사기로 모는 등 대형 보험사측의 과도한 억제책으로 의료계와 마찰을 빚은 사실은 너무나도 잘 알려진 사실이다.
 
지난 21일 국회 상법개정안(보험편) 공청회에서도 '가입자의 보험사기 방지를 위한 규정 신설안'을 두고 논란이 재점화됐다.
 
이날 국회 공청회 진술인으로 나선 김창호 한국소비자원 박사는 "요실금 수술건에 대해서 사기혐의 입증이 어렵다는 사실을 보험사들이 직시하고 있으면서도 보험사기 실적으로 발표하는 우를 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럼에도 이런 내용을 금감원이 보험사기 실적으로 발표하는 것을 보면 이같은 데이터를 전혀 신뢰할 수 없다. 보험사와 금융감독원이 자신들의 보험사기를 회피하기 위해 사회적 이슈로 만들기 위한 방안으로 볼 수 밖에 없다"며 보험사에 대한 씁쓸한 감정을 전했다.
 
보험소비자연맹은 "보험사와 계약자간 약관에 따라 발생한 보험사고시 합당한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며 "보험사 내부조사팀(SIU)이 소비자의 사기행위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반강제적으로 설득해 합의서를 작성시키는 사례도 상당이 많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상법개정안에는 모든 자살사고 생명보험금 불지급, 음주, 무면허 재해사망보험금 불지급, 중복보험 미통보 등 보험사 입장에서 언제든지 강제해지할 수 있는 요소가 더 많아 아쉬움으로 남는다.
 
보험소비자나 보험사나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를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할 때다. 보험사기, 악덕 상술로는 신뢰를 결코 쌓을 수 없어서다. 불신의 끝은 자멸이다.
 
뉴스토마토 박민호 기자 dducksoi@etomato.com- Copyrights ⓒ 뉴스토마토 (www.newstomato.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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