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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칼럼>잉태의 섬 제주는 준비된 땅...
<미디어칼럼>잉태의 섬 제주는 준비된 땅...
  • 미디어제주
  • 승인 2005.01.18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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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곤 섬아트문화연구소 소장
지난 10월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다국적 작가들이 10여명이 전시 관계로 제주를 다녀 갔었다.

그들은 성산 일출봉과 송악산에서 2차례 드로잉 투어를 가졌다.

성산일출봉에선 자장면을 먹으면서 매서운 바람에도 불구하고 이젤을 꼭 붙잡고 열심히들 그림을 그렸다. 한 방송사와 여러 신문사들은 그들의 그림 그리는 장면을 열심히 취재 하면서 꼼꼼하게 인터뷰를 했다.

작가들은 더 신중하게 작품 제작에 몰두하면서 스케치를 마쳤다. 그리고 저녁식사를 하면서 그들의 스케치 장면이 뉴스에서 보도되자 하나 같이 탄성을 지르면서 잠시 축제장이 되었다.

행사 내내 주변의 따뜻한 배려와 제주의 인심에 반해 반쪽 제주사람이 되었고, 미국으로 출국을 하면서 제주는 엘에이에 비해 50년이 앞선 것 같다고 얘기들을 하고 출국들을 했다.

나도 제주에 내려 온 지 2년이 되었지만 이와 같은 언론. 방송의 배려는 종종 느낄 수 있었던 부분이다.

제주는 다른 지역과 달리 역사와 테마가 많은 곳이다.

익히 잘 알고 있듯이 제주는 섬이라는 독특한 지리적 환경과 자연 조건을 지니고 있으며, 옛 탐라국으로부터 오늘에 이르는 역사적 유물들은 물론 토착 산업과 민속, 그리고 고유한 정신문화를 지니고 있다.

또, 제주만이 가질 수 있는 삼다라는 독특한 자연과 민속문화가 살아 꿈틀대는 생명의 땅이며, 예술을 잉태하는 섬이기도 하다. 삼다 중 사시 사철 불어대는 거센 바람 또한 제주사람들에게 인고의 세월을 견뎌 독특한 문화를 만들게 했고 강인한 삶을 살도록 했다.

이와 같은 것은 제주가 세계속의 문화중심도시로 거듭날 수 있는 훌륭한 인프라가 되는 것이다.

나는 서울에서 21세기청년작가협회라는 단체를 결성해 지난 1998년부터 2003년 봄까지 미술의 대중화를 위해 서울에서 활동을 해 왔었다.

한국의 심장이라고 불리는 서울의 한강과 여의도 공원, 보라매공원, 수원 월드컵 경기장, 강원도 정선군 고한읍 삼척탄좌광업소, 서울 상암동 경기장 월드컵 경기장, 과천 국립현대미술관 등에서 수십 차례의 야외 설치미술전을 가졌었다.

그때 마다 겪었던 어려움이 따랐는데 그 어려움에는 똑 같은 공통점이 있었다. 그것은 장소 섭외의 문제와 홍보, 예산 등을 꼽을 수가 있다.

한국축제의 성공 여부는 축제가 얼마나 언론, 방송에 보도가 되었느냐와 집객 수로 결정이 되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그러다 보니 기자들과 수차례 만남이 필요하고 기사는 행사 소개 몇 줄정도인 경우가 허다하다.

장소 사용 또한 매우 어려운 일 중 하나이다.

장소 섭외에 관련된 에피소드를 하나를 소개하고 싶다.

첫 창립전이었던 한강깃발전은 시민공원인 관계로 개인이나 단체에 이틀 이상을 빌려줘 본 적이 없다는 이유로 전시가 거절 당했다. 아무리 행사의 취지나 시민에게 필요한 문화 행사라고 설득을 해도 막무가내였다.

그래서 행사 7개월 전부터 6개월 이상을 출근 아닌 출근을 하면서 문 밖에서 서성거리게 되었고 결국 타 부서의 어떤 과장이 이 사실을 알고 행사 21일전 어렵게 허가를 내 주었던 기억이 난다. 정선군 탄광촌에서도 만만치 않은 어려움을 겪었었다.

그런데 제주는 어떠한가.

모든 게 준비된 땅이다.
미국의 작가들이 자국보다 50년 앞선다고 하는 것은 신선한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우리는 서울을 바라보며 살고 서울은 어디를 바라보며 동경하고 살고 있는가.

미국을 포함한 선진국이라는 곳이 아닌가.

가장 제주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라고 난 말하고 싶다.

지금 우리에겐 모든 것이 갖추어져 있으나 그것을 깨달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문화에 대한 언론. 방송의 배려에 극찬을 하고 싶고
행사 장소는 저마다 깊은 역사의 뿌리를 지니고 있으며, 못해서 문제이지 하겠다 하면 누가 장소 사용에 대한 문제를 제기 하겠는가
또한 제주는 천혜의 자연 경관과 함께 한국인 가장 선호하는 관광도시이며 예술가들에게도 심원한 영감을 주기에 부족함이 없는 곳이다.

지금 서울에 살고 있는 작가들은 서로 앞 다투어 제주에 자신의 작업실과 집을 갖고자 한다.

어떻게 하면 제주에 자신의 안식처를 갖을수 있는냐는 질문을 자주 받곤 한다.

그런 것만으로도 제주는 과거의 재난과 재앙과 고통의 땅을 넘어 한국을 대표하는 곳으로 추앙받고 있는 곳이 아닌가 싶다.
최근에 나는 2개의 전시를 기획하고 있다. 주제가 “평화의 섬 제주”, 그리고 “생명의 보고 -제주섬”인데 과연 제주가 평화의 섬이 아니고 생태가 보존되고 생명의 살아 숨쉬는 곳이 아니라면 어찌 이런 전시를 할 수 있었을까.

이 행사에 많은 관람객이 다녀가고 언론방송은 힘이 들만큼 무수히 취재해 가며 많은 격려와 충고를 아끼지 않았다.

이를 보면서 나도 미국 작가들이 이야기에 공감한다. 제주의 인프라는 문화 국제도시로 충분한 자격을 갖추고 있는 것이다.

좋은 땅위에 우량한 씨앗을 심어 정성껏 가꾸면 좋은 열매가 맺기 마련이고 지금 제주에 필요한 것은 우량한 문화라는 열매이다.

제주만의 독특한 자연과 역사적 유물 그리고 정신문화가 살아 있으니 우리는 자신감을 갖고 넓게 보는 시야와 경계의 벽을 허물고 포용할 수 만 있다면 반드시 제주는 국제문화도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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