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3-29 21:53 (금)
"젊은사람 보다야 못하겠지. 그래도 경륜이 있잖아"
"젊은사람 보다야 못하겠지. 그래도 경륜이 있잖아"
  • 김정민 기자
  • 승인 2005.10.28 13:0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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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취재]노인취업박람회 '백태', 79개업체 600여명 일자리 제공

"나이는 많아도 내가 할수 있는 일은 많아!"

62세의 임상훈씨는 구직에 자신있다. 그동안 큰 기업체에서 한다하는 직책에까지 올라섰던 경력이 있기 때문이다.

임 씨는 제주시소재에 있는 (주)제주돈누리포크 사업체에 원서를 냈다. 생산직을 구하는 사업체로 월 80~90만원으로 다른 일자리보다 보수가 많은 편이다.

제주시종합경기장 일대에서 제주도에서는 처음으로 노인취업박람회가 열렸다. 제주도 시.군에서 단체에서 공공일자리 470개, 79개의 민간사업체에서 200여개의 일자리가 선보였다.

이날 노인취업박람회에는 1500명의 노인들이 참여해 구직열기로 가득했다.

#"나이마낭 서러워도 일해야주게"

TV광고를 보고 혼자서 직접 찾아왔다는 임상훈씨는 아직 젊은 나이라고, 아직 할수 있는 일이 많다고 말한다.

퇴직하고나서 줄곧 집에 있었다는 임 씨는 직접 와서 보니 경쟁이 치열해 일자리를 구할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걱정스러워 했다.

"물론 젊은 사람보다야 못하겠지. 그래도 경륜이 있잖아게!"

취업박람회에 참가해 여기저기 면접을 보시던 65세의 좌영자 씨도 자신감이 없는지 나이가 많아서 걱정이라고 말한다.

대부분의 업체들이 65세미만을 원하고 있기때문이다.

좌 씨는 특별하게 전직이 있지는 않았지만 가정주부로 몇십년을 보내다보니 일을 해야겠다고 느껴져 찾아오게 됐다고 한다.

아이들 돌보거나 산후조리 같은거는 자신있다는 좌 씨는 그동안 집에서 쌓아온 경륜을 과시했다.

게다가 자녀들 출가시키고 혼자 지내다 보니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어서 이번 박람회에 참가하게 됐다고 한다. 일을 해야 먹고산다는 좌 씨는 앞으로의 노후에 대한 걱정이 먼저 앞서는 듯 했다.

#"노인취업박람회, 대부분 단순직밖에 없어"

이날 노인취업박람회에 참가한 노인들은 할말이 많아보였다.

"전부 단순노무직밖에 없어?"

일자리를 찾아서 여기저기 면접을 보시던 임 씨는 취업박람회에 와보니 단순노무직밖에 일자리가 없다고 말한다.

그래도 명색이 명문대를 졸업해서 대기업에서 일했던 경력을 갖고 있다보니 일자리가 너무 한정적이라고 말한다.

또 이날 노인취업박람회에 참가한 YWCA 여성인력개발센터 관계자는 노인들의 일자리가 단순직에만 몰려있다고 말한다.

"고학력을 가진 분들이 많은데 단순직만 구하고 있으니 안타까워요. 충분히 전문직에서도 일할수 있는 분들이 있거든요.

오히려 서툰 청년들보다 오랜 경험이 있는 그야말로 경륜이 배어있는 노인분들이 일을 더 잘하는 경우가 많아요."

 YWCA 여성인력개발센터는 노인들의 일자리를 알선해주고 교육도 시켜주고 있었다. 그러다보니 여기저기 사업체에 일자리를 연결시켜주려고 하다보면 사업체들과 직접 부딪히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한다.

"노인분들 일자리 따내는 거 진짜 힘들어요. 아직까지도 사업체들은 노인분들에 대한 편견이 많아요."

이러한 편견은 고스란히 낮은 임금으로 나타났다.

대부분 사업체의 경우는 60만원내외였고 A사업체는 시간급 3000원이라는 급여를 책정해놓기도 했다. 시간급 최저임금은 3100원이다.

#"65세 이상 구하는 업체 없어?"

이날 노인취업박람회에 참가한 67세의 한 A노인은 참가업체를 쓱 살펴보더니 실망한 듯 원서를 낼만한 곳이 한군데도 없다고 아쉬워한다.

"박람회에 참가한 노인들 대부분이 65세 이상인데 어떻게 된거냐?"

또다른 70세의 B노인은 일자리를 구하려고 아침일찍부터 집을 나섰는데 별로 할만한게 없다고 말한다.

 

면접관에게 곱게 보이려고 화장까지 했다고 말하는 B노인은 무슨 일이든지 잘할수 있다고 면접관을 설득해달라고 부탁까지 해왔다.

이날 노인취업박람회에 참가한 대부분의 사기업체들이 50세에서 60세 이상을 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나마 4개시.군단체에서는 65세이상을 구하고 있었다.

공공기관에서 하는 일은 공공사업으로 진행되는 대부분 환경지킴이, 청소년지킴이, 교통질서계도 등의 일을 하게 된다.

그러나 정작 노인들이 일하고 싶은 사기업체에서는 나이제한이 많았다. 노인채용박람회라는 이름을 달고 있었지만 정작 '젊은 노인'들만 구한다고 하소연이 여기저기서 터져나오고 있었다.

이날 노인취업박람회에는 수많은 노인들이 몰려 노인을 채용하는 업체가 얼마나 적은지 실감이 갔다.

YWCA 여성인력개발센터 관계자는 제주도내에서 노인을 채용하는 업체가 아주 희박하다며 노인들과 사업체를 연결시켜줄수 있는 프로그램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올해가 처음인 이러한 노인취업박람회가 꾸준히 열려야 노인들이 일자리를 구하기가 쉽지 않겠냐고 반문을 던지는 이 관계자는 앞으로는 노인을 위한 일자리가 더 많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노인취업박람회 밖에서는 건강관리 체험과, 국민연금관련 및 노인요양제도 상담, 노인취업지원센터관, 식음료서비스관, 이벤트관 등이 운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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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현 2005-10-28 14:50:23
한국이라는 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화사회로 접어들고 있고, 특히 제주는 이미 고령화사회에 들어섰다고 볼 수 있을텐데요. 너무 빠른 속도로 사회가 고령화 되다보니, 사회제도나 시설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실버산업도 그다지 활성화되지 못했고, 나이드신 분들이 마땅히 여가를 즐길만한 시설도 많이 부족합니다. 특히 노인들이 일할 수 있는 자리 마련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노인은 일하지 않으면 많은 소외감을 느낀다고 합니다. 여러가지 복지 시설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노인들이 뭔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찾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할 듯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런 행사가 자주 있었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