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이전 공공기관 대상과 혁신도시 후보지 발표가 임박한 가운데, 최근 구성된 제주도의 ‘혁신도시건설추진위원회’가 구설수에 올랐다.
공공기관 유치활동을 위해 지난해 구성된 기존 민간조직이 있음에도 이를 철저히 배제시킨채 ‘늦깍이 출범’을 했기 때문이다.
항간에서는 ‘정치적 감정’이 개입됐다는 추측까지 나돌고 있다.
진의야 어떻든 이번 사안은 연초 신년사를 통해 ‘도민 대통합’을 선언한 제주도정이 포용력있게 풀어야 할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뒤늦게 출범한 ‘혁신도시건설추진위’
제주도는 지방으로 이전되는 수도권 공공기관을
유치하고, 공공기관이 들어서게 될 혁신도시 후보지를 결정하기 위해 지난 14일 ‘제주도 혁신도시건설추진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이 혁신도시건설추진위원회에는 도내 인사 31명과 도외 인사 20명으로 구성됐다.
도내 인사로는 강창일 김우남 김재윤 현애자 등
제주출신 국회의원 4명과 양우철 도의회 의장, 부만근 제주대 총장, 양성언 제주도교육감을 비롯해 도내 시장.군수, 지방의회 의장, 지역 언론사
사장, 강영석 상공회의소 회장, 민노총 지역본부장과 한국노총 지역본부의장, 대학교수 등이 참여하고 있다.
또 도외 인사로는 김영식 전 문교부 장관과 김태지 전 주일대사, 최병모 변호사, 박재승 대한변호사협회장 등 4명을 고문으로 선임함과 동시에 현명과 전경련 상근부회장, 양영식 전 통일부 차관, 현기영 한국문화예술진흥원장, 고희범 한겨레신문 대표이사, 강철준 한국금융연수원 교수 등이 위촉됐다.
그리고 첫 회의에서는 강영석 상공회의소 회장이 위원장으로 선출됐다.
▲독자적인 활동에 나섰던 ‘범도민위원회’
혁신도시건설추진위에는 대표성을 지닌 인사는
모두 참여한 듯 보인다.
하지만 한명 한명 살펴보면 공공기관 제주유치를 위해 그동안 나름대로 활동을 펼쳐온 민간운동조직인 ‘공공기관 제주유치 범도민위원회(위원장 진철훈)’가 빠져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범도민위는 지난해 6.5 도지사 재선거에서 김태환 현 도지사와 경합을 벌였던 진철훈씨가 주축이 돼 구성된 조직으로, 지난해 11월6일 300여명의 도민이 참석한 가운데 출범식을 갖고 나름대로 활동을 벌여왔다.
특히 범도민위의 출범은 11월에 이뤄졌지만 실질적인 활동은 ‘준비위원회’라는 꼬리표를 갖고 있던 9월부터 이뤄졌다.
우선 제주유치활동에 많은 도민들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공공기관 유치 당위성 및 왜 제주유치활동을 해야 하나’라는 주제로 설명회 및 프리젠테이션을 개최하기도 했다.
또 건설교통부 및 국토연구원 등을 대상으로 방문활동도 벌였다.
범도민위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재선거가 끝난 후 공공기관 지역선정이 임박했음에도 제주도와 기초단체들은 특별자치도와 행정계층구조 논의에 매몰되어 관심이 부족해 유치활동이 매우 미흡한 실정이었다”며 “그래서 뜻있는 분들이 주도가 되어 조직을 구성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범도민위원회’를 왜 배제시켰나
혁신도시건설추진위에 참여하는 51명의 인사명단이
발표된 직후 범도민위 사무실은 침울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제주유치를 위해 민간차원에서 나름대로 활동을 벌여온 범도민위는 철저히 배제됐기 때문이다. 혁신도시건설추진위 위원명단에는 진철훈 위원장은 물론 범도민위에 소속된 학계인사 또는 전문가는 한명도 포함돼 있지 않았다.
범도민위의 한 관계자는 “위원 참여와 관련해 어떠한 제의도 받지 못했으나 그건 좋다. 하지만 혁신도시건설추진위와 범도민위가 동일한 제주유치활동을 목표로 하고 있는 점을 인지한다면 제주도당국이 사전에 범도민위와 업무협의라도 했어야 하지 않는갚라며 불만을 터뜨렸다.
범도민위는 조만간 입장을 정리해 진로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으나, 혁신도시건설추진위의 출범으로 독자적인 활동을 계속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대해 제주도 관계자들은 “혁신도시건설추진위 위원이 국회의원과 공공기관장, 언론사 사장단 등으로 구성되면서 ‘진철훈 위원장’이 포함되지 않은 것일 뿐 의도적으로 제외시킨 것은 아니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제주도의 이러한 변명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는 “내년 도지사 선거 출마가 확실한 ‘진철훈 위원장’에 대한 ‘정치적 감정’이 고려된 것 아니냐”는 추측이 강하게 고개를 들고 있다.
그를 경험해본 사람은 다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