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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거기 계시죠? 벌써 61년이에요..."
"아버지 거기 계시죠? 벌써 61년이에요..."
  • 박소정 기자
  • 승인 2009.03.30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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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제주공항 4.3집단학살지 유해발굴 제례봉행

"남편은 이 세상에 없지만, 남편의 평생 소원인 시아버지를 찾는 일을 아내인 제가 이뤄줘야죠."

김순화씨(63.여)는 61년 전 행방불명된 시아버지를 평생 찾아 다니던 남편의 모습이 떠올라 흐르는 눈물을 멈출 수 없었다.

3년 전 남편을 잃은 그는 평생 아버지를 그리워하고 행방불명된 아버지로 인해 남모를 고통을 겪었던 남편의 모습이 생생하게 머릿속에 그려지는 듯, 나란히 놓여있던 75구의 유골함을 바라보며 눈물을 펑펑 쏟아내렸다.

"아버지 거기 계시죠? 벌써 61년이에요. 저 유골함에 시아버지의 유골이 반드시 있을 거에요. 시아버지의 유골을 찾기 위해 아들이 채혈을 하기도 했어요. 반드시 아버지의 유골을 찾아서 남편의 소원을 이뤄주고 싶어요"

제주4.3연구소가 주관하고 제주특별자치도, 제례봉행 제주4.3희생자유족회 제주위원회가 주최한 '제주국제공항 4.3집단학살지 유해발굴 1차 운구 및 제례봉행'이 30일 오후 3시 15분 제주국제공항내 4.3유해발굴 임시안치소에서 거행됐다.

이날 봉행에는 제주4.3희생자유족회, 사단법인 제주4.3연구소 관계자, 4.3관련 단체, 4.3유족 등이 참가한 가운데 진행됐다.

제주4.3연구소는 제례봉행에 앞서 4.3유해발굴 현장에서 유해를 유골함에 담고 임시안치소로 운반해 제례봉행을 진행했다.

제례봉행을 진행하는 내내, 4.3유족들은 만감이 교차하는 등 발굴된 유해에서 눈을 떼지 못할뿐더러, 흐르는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눈물로 범벅진 안경을 닦는 4.3유족들도 있었고,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은 유족들도 있었다.

지난해 9월부터 진행된 제주공항 4.3집단학살지(제주공항) 유해발굴사업으로 올해 3월 현재 완전유해 170여구를 발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1차 운구작업에서는 제례봉행에 참석한 사람들이 일일히 유골함을 들고 운반했다. 이들은 이날 완전유해 170여구 중 유해 75구에 대해 1차 운구작업을 실시했다.

박찬식 제주4.3연구소장은 "4.3집단학살지에 대한 유해를 발굴하고, 이를 운반해 DNA감식을 통해 신원을 확인한 뒤, 유가족들의 품에 안겨주는 것이 이번 2단계 유해발굴 사업의 의의"라며 "4.3의 성격을 폭도 등 이념적인 편향된 시각으로 바라보면 안되고 억울하게 죽음을 당한 희생자들에 대한 인권적인 측면에서 다가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정권이 바뀌면서 4.3진상규명을 위한 예산 집행이 소극적이다"며 "원만한 4.3해결을 할수 있도록 진상규명을 위한 4.3사업 등에 예산을 집행할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한편, 제주4.3연구소는 지난 23일붜 제주시보건소와 서귀포시보건소에서 관련 유가족에 대한 채혈을 진행했다. 일단, 희생자에 대한 신속하고 정확한 신원확인을 위해 발굴돼 수습이 완료된 유해를 제주대 법의학교실로 운구해 DNA분석을 위한 유해의 감식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다.<미디어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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