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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직 부서를 '외주'로 전환, 호텔업계 '칼바람'
정규직 부서를 '외주'로 전환, 호텔업계 '칼바람'
  • 박소정 기자
  • 승인 2009.03.11 07: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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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제주시 A호텔 시설팀 외주화 추진에 노조 반발

제주지역 호텔업계에도 제주판 '이랜드사태'가 비화될 조짐이다. 최근 제주시내 한 호텔이 일부 부서를 통째로 용역사에 맡기는 형식의 외주화를 추진하겠다고 통보해 이 호텔 노조가 크게 반발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실물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면서 전세계적으로 감원과 해고 칼바람이 몰아치고 있는 가운데, 제주지역 호텔업계의 이같은 사태는 근로자들의 고용불안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특히, 외주화가 이뤄지면 다른 업계에서도 경영상 어렵다는 이유로 무작위로 외주화를 확대할 것이고, 그러면 비정규직 뿐만 아니라 정규직도 외주화나 비정규직으로 전락해 고용불안의 악순환이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랜드사태와는 달리, 이번 해당 대상자는 '비정규직 근로자'가 아닌 '정규직 근로자'라는 점에서 갈등은 크게 확산될 전망이다. 이에 비정규직 뿐만아니라 정규직 역시 고용불안을 겪을 수 있다는 설례를 남길 수 있어 이에따른 논란은 거셀 것으로 보인다.

제주시 A호텔은 지난달 20일 시설팀 업무를 외주화(아웃소싱)하기로 결정했다고 호텔노조에 통보했다. 현재  A호텔 시설팀에는 15명의 노동자가 근무하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10년 이상 근무한 '정규직 근로자'이다. 이들은 기계, 설비, 배관, 소방, 전기, 환경, 방송통신 등에 대한 전반적인 호텔의 시설부분에 대한 일을 하고 있다.

회사측은 현재 근무하고 있는 시설팀 15명의 노동자를 외주업체로 옮기거나, 다른 부서로 배치전환할 방침이다.

회사측은 노조측에 통보한 문서를 통해 "심각한 경영난이 해소되지 않아, 급변하는 시장 환경 변화에 대응하고 핵심 역량 강화를 위한 경영합리화 방안으로 부득이하게 시설팀의 업무를 외주화하기로 결정했다"며 시설팀 업무를 외주화하기로 결정한 이유에 대해 밝혔다.

하지만, 노조측은 회사의 외주화 계획은 법과 단체협약에 규정돼 있는 절차를 무시한 행동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노조측에 따르면, 단체협약 제 31조(고용안정) 2항에는 '고용보장 및 회사의 성실한 해고 회피노력에도 불구하고 긴박한 경영상등의 사유가 발생해 불가피하게 감원 필요시 인원정리 60일전에 조합에 통보하고 정리절차 및 퇴직자 처우에 관해 합의해야 한다'고 명시됐다.

노조측은 "절차적으로 회사의 경영악화와 관련해 노동조합과 진지하게 논의하고 비용절감의 방법이나 경영 합리화에 대한 협상을 해야 함에도 그러한 사전 노력이 전혀 없었다"고 지적했다.

또, "예고 없이 시설팀 외주화와 관련한 공문을 발송하고 한 차례의 협상도 하기 전에 용역회사와 가계약을 체결했다는 것은 향후 진행되는 협상을 형식적으로 하겠다는 의도로 밖에 볼 수 없다"고 규탄했다.

노조측은 "회사가 경영상 어렵다면, 노조과 해당 직원들은 회사와 함께 고통을 분담할 생각이 있다"며 "하지만, 회사측의 외주화 추진의 의도를 파악할 수가 없다. 정말 회사가 어려워 비용절감이 목적인지, 아니며 특정부서를 통째로 외주화해 정리해고를 할 목적인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특히, 시설팀 노동자가 다른 외주업체로 옮겨지면, 이 노동자들은 더 이상 호텔 근로자가 아니기 때문에 외주화에 따른 불이익을 받을 수 있어, 노조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에대해 회사측은 "심각한 경영상의 어려움에 직면해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고자 2006년 경영구조개선, 2007년 주주 임원들에 대한 10억여원의 차입금 변제 면제 등 자구 노력에도 불구하고 심각한 경영난이 해소되지 않았다"고 답했다.

회사측은 이어 "부득이하게 시설팀의 업무를 외주화하기로 한 것이 맞다"며 "심각한 경영상의 어려움에 직면해 있기 때문에 어쩔수 없다"며 말을 아꼈다.

한편, 노조측은 11일 오후 5시 호텔 정문에서 '정리해고 분쇄! 노동조합 사수!' 총력집회를 연다. 집회가 끝난 후에는 거리행진도 진행될 예정이다. <미디어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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