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등의 계산대나 매장에서 일하는 여성근로자는 꼭 서서 일해야 하는가.

'서서 일하는 여성근로자'에 대한 권리보장 차원에서 산업안전보건법이 '의자제공 의무'를 명시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이 법 규정이 제주도내 대형마트 등과 같은 사업장에서는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일부 사업장의 경우 법률에 따라 의자를 일부 비치하고는 있으나 대부분 생색내기에 그치고 있을 뿐, 의자는 '전시용'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민주노총 제주본부와 제주여민회, 제주여성인권연대 등 제주도내 9개 단체로 구성된 '서서 일하는 서비스 여성노동자에게 의자를' 제주도민 캠페인단이 5일 밝힌 모니터링 조사결과 제주도내 대형마트 대부분이 의자를 여전히 비치하지도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도민 캠페인단에 따르면 최근 제주도내 5개 대형마트를 대상으로 모니터링을 한 결과 계산대나 매장에서 일하는 여성근로자에게 의자를 제공한 곳은 고작 1개 업체에 지나지 않는다.

더욱이 의자를 비치한 이 1개 업체에서도 대부분의 여성근로자들은 앉아서 일하는 분위기가 조성되지 않은 환경 때문인지, 장시간 서서 일하는 모습이 확인됐다고 캠페인단은 밝혔다.

그런데 이의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노동부는 상반된 결과를 밝히고 있다. 제주도민 캠페인단이 올해 초 노동부 산하 광주지방노동청 제주근로감독과에 제주도내 대형유통업체의 의자 비치 이행여부 조사결과와 조치사항 등에 대해 밝힐 것을 요구하는 정보공개를 청구한 결과, 노동부는 5개 업체 중 4개사에서 의자를 일부 비치했다고 답했다.

이는 제주도민 캠페인단이 실제 매장을 돌아다니며 모니터링을 실시한 1개 매장에서만 일부 의자가 비치돼 있었다는 조사결과와는 차이가 있는 것이다.

노동부는 불이행 사업장 대책에 대해서는 의자 비치, 발받침대, 피로예방 매트 설치 및 휴식시간 부여를 권고했다고 답했다. 노동부는 그러나 사업장 관리감독 계획에 대해서는 점검을 실시할 예정이나 대상 사업장과 일정은 아직 확정된 바 없다라고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즉, 이번 노동부의 답변 내용은 실제 현장조사에 따른 것이 아니라 서면조사 결과로, 아직까지 현장에 한번도 가지 않았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이에 제주도민 캠페인단은 3.8 세계 여성의 날에 즈음해 5일 이와 관련한 성명을 내고 "노동부는 서비스여성노동자 권리보장을 위한 관리감독 책임을 강화하라"고 촉구했다.

캠페인단은 "실제 제주도내 대다수 사업장들은 의자 비치 의무에 대해 아예 인지하고 있지 못하거나 알고 있다 하더라도 이행할 계획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면서 "노동부의 청보공개청구에 따른 답변은 극히 실망스러운 답변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캠페인단은 "그간의 계속적인 문제제기에도 불구하고 관리감독 계획과 관련해 대상 사업장이나 일정조차 확정되지 않았다는 것은 사실상 관리감독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면서 "답변내용과 대책을 보면 노동부는 책임과 역할을 사실상 포기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노동부는 산업안전보건법에 명시된 의자제공 의무 이행여부에 대한 지속적인 고나리감독을 강화하라"고 촉구했다.

또 노동부가 앞장서서 서비스여성 노동자들의 권리를 어떻게 보장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할 것도 요구했다.

부장원 민주노총 제주본부 조직부장은 "이번 노동부의 회신내용은 정말 실망스럽다. 실제 캠페인단에서 조사한 내용과 답변내용은 큰 차이가 있는데, 4개 사업체에서 의자를 일부 비치한 것이 아니라 1개 사업체에서 일부 비치한 실정이고, 더구나 그 업체의 경우에도 의자를 비치해 앉아있는 근로자는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서서 일하는 여성노동자들의 실질적 권익이 보장되려면 노동부의 적극적인 관리감독이 이뤄져야 하고, 아울러 사업장에서는 여성근로자들이 눈치를 보거나 하지 않도록 앉아서 일하는 분위기를 조성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미디어제주>

 <윤철수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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