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3-29 15:54 (금)
"장애인이 편하면 비장애인도 편하지 않을까"
"장애인이 편하면 비장애인도 편하지 않을까"
  • 이성복 객원필진
  • 승인 2009.03.03 08:5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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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복의 오늘]<17>미디어제주 ‘아름다운 동행’ 첫 참가기

이번이 벌써 다섯 번째 아름다운 동행이지만 미디어제주가 주최하는 ‘아름다운 동행 함께하는 제주기행‘ 나는 처음 참여했다.

약속장소인 종합경기장에 도착해보니 벌써 많은 사람들이 와 있었다. 인사하고 담소를 나누다보니 다행히 아는 장애인 회원분이 많이 있어 처음에 어색할거라는 나의 생각은 기우였다.

첫 번째 코스는 ‘제주국제평화센터’였다. 내가 처음으로 가 보는 곳이라 다소 생소했지만 볼거리 많이 있을 거라는 생각에 설레는 마음도 있었다.

일행들과 전시장 곳곳을 구경했다. 유독 한 곳이 나의 눈을 뗄 수 없게 했다. 역대 우리나라 대통령들과 유명 연예인들 뿐만 아니라 여러 분야의 두각을 나타낸 스포츠 스타들의 모습을 밀랍인형으로 제작해놓은 것을 보고 ‘어쩌면 저렇게 똑같을 수가 있을까..’하는 감탄사를 연발하기도 했다.

내가 전시장 곳곳을 휠체어를 타고 돌아보니 계단이 많이 있어 불편했다. 나는 뇌변병 2급 장애인으로 그나마 걸을 수는 있어서 다행이지만 다른 휠체어 장애인들에게는 구경하고 싶어도 계단 때문에 포기하게 될 거라는 생각에 마음이 아팠다.

또한 이곳은 많은 학생들이나 관광객들에게 교육의 장소로 이용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 번째 코스는 ‘아프리카 박물관’이다. 이곳은 내가 두어 번 정도 왔던 곳이다. 그때 왔을 때에 안내하는 사람에게 휠체어 대여를 하겠다고 했더니 먼지 쌓이고 고장난 것을 갖고 왔길래 그냥 일행들과 천천히 걸으면서 구경했던 적이 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내가 직접 타고 보니 휠체어가 다니기에 불편한 장벽들이 많이 눈에 보였다.

세네갈의 민속공연도 관람하고, 그들과 함께 기념촬영 하는 것으로 그곳에서의 일정을 마무리하고 마지막 코스인 ‘서귀포천문과학문화관’으로 차를 돌렸다.

이곳에 내리니 공상과학 영화나 만화에서 보았던 커다란 관측 시설들과 고가의 장비들이 세워져 있었다. 이것들은 모두 서귀포시청에서 운영한다고 했다.

간단한 설명을 듣고나서 안으로 들어가 태양안경을 직접 만들어 보는 체험도 해보고, 가상의 밤하늘을 재현해 별자리와 행성들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듣기도 했다. 설명을 듣다보니 내가 학창시절 과학시간에 ‘수성, 금성, 지구, 화성,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 명왕성 ․ ․ ․’ 하면서 외우던 생각이 나기도 했다.

모든 일정을 마치고 차를 타고 처음 집결했던 장소에서 일행들과 일일이 악수하며 헤어지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이들과 함께 동참했다는 것에 큰 의미를 두었다.

간혹 관광명소 장애인용 화장실 가보면 한쪽 구석에 청소도구들이 가득 쌓여 있거나 담배꽁초들이 버려져 있고 어떤 때에는 용변을 보고나서 물을 내리지 않았는지 청소가 안돼서 역겨운 냄새나는 곳도 많았다.

그리고 일반 화장실에는 신사숙녀 구분 표시가 되어 있는데, 왜 장애인 화장실에는 그런 표시가 없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장애인 화장실에도 구분이 있었으면 좋겠다.

우리 제주특별자치도가 관광 명소다보니 장애인들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곤 하는데, 이런 편의시설들을 더 많이 갖췄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장애인이 편하면 비장애인들도 편리하지 않겠는가?
 

이성복님은 제주장애인자립생활연대 회원으로, 뇌변병 2급 장애를 딛고 지난 2006년 종합문예지 '대한문학' 가을호에서 수필부문 신인상을 받으면서 당당하게 수필가로 등단하였습니다.

현재 그는 '글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의 회원으로 적극적인 집필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성원과 격려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주>

*이 글의 1차적 저작권은 이성복 객원필진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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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장 2009-03-10 08:50:30
함께 할수 있어서 그 발자욱이 더욱 아름다웠지 않나 생각 합니다. 물론 아름다운곳을 가긴 했지만...
다음번에 더 어렵고 힘든신분들을 모실수 있었으면 합니다. 미디어 제주가 있어서 우린 행복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