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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취재]"장애인 인식개선이요? 글쎄요~"
[현장취재]"장애인 인식개선이요? 글쎄요~"
  • 김정민 기자
  • 승인 2005.10.17 11:21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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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대 장애인인권대책위, "제대, 장애인도우미제도 현실과 괴리"

나의 남편은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이다. 그러나 나에게는 사랑하는 남편이다. 하지만 아파트 문밖만 나서도 수많은 질문과 눈초리에 맞서야 한다. "왜 다리가 없어요?", "왜 못걸어요?" 그래도 이렇게 질문하는 아이들은 순진하다. 옆에서 있는 부모들은 있는 그대로가 아니라 편견을 가지고 이야기해주는 경우가 종종있어 나를 당황케한다.

"너도 엄마 말 안들으면 저 아저씨처럼 돼!"

제주대학교 내에서 장애인 인권 개선에 대한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제주대 장애인 인권대책위가 그동안 부진했던 활동을 만회하고 출발선을 다시 긋기위해 새로운 식구들을 모집하고 나섰다.

올해로 생긴지 4년이 되는 장애인 대책위는 현재 회원 7~8명으로 그동안 학교내에서도 활동이 미진했었다.

그러나 이젠 학내에 장애인 시설들이 하나둘씩 생겨나기 시작하고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예전보다는 많이 개선되고 있다는 생각에서 새로운 발걸음을 시작하려고 총력을 다해나가기로 했다.

김송현 (21.여)제주대 장애인 인권대책위 위원장을 만나 제주대의 장애인 인권에 대해 많은 얘기를 들어봤다.

#"장애인 편의시설, 아직도 부족하다!!"

김 씨는 제주대에 장애인시설이 눈에 띄게 많아지고 있는것 같다고 기분좋게 연 기자의 말문을 "아직도 많이 부족하다"고 대답을 일축했다.

제주대에서 유일하게 중증장애를 갖고 있는 김 씨는 학교를 다니다보면 불편한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라고 말한다.

기숙사에서 생활을 하고있는 김 씨는 기숙사에는 그 흔한 승강기 하나 없다고 하소연한다.

뿐만아니라 기숙사에 들어갈때 침대가 너무 높아서 결국 사비를 들여 바꿀수 밖에 없었다고 한다.

특히 화장실의 경우에도 분명 장애인화장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휠체어가 들어가지 않는 그야말로 '말로만 장애인 화장실'인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시각장애인은 학교를 다닐수 없을 만큼 시설이 안돼있으며 사범대와 자연대는 장애인 편의시설이 전혀 안돼있어서 수업 자체를 받을수가 없다고 한다.

또 인문대학의 경우는 책상과 의자가 붙어있어 그야말로 휠체어를 탄 김 씨에게는 꿈같은 책상만 가득하다.

김씨는 "제주대학교 총학생회에 따르면 2006년도에 6개의 승강기가 생길 예정이라고 한다는데 해마다 장애인 시설은 늘어나지만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다"고 불편을 호소했다.

#"장애인 도우미제도, 현실과 거리멀어"

제주대에서 실행하고 있는 장애인 도우미 제도에 대해 김 씨는 할말이 많은듯 자신을 도와주는 도우미가 옆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주대가 말로만 도우미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고 강하게 반감을 들어냈다.

현재 제주대에서 장애인도우미로 활동하는 사람은 김 씨의 도우미가 유일하다고 한다.

그럴수 밖에 없는 이유는 장애인도우미를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 만큼 힘들기 때문이다.

그나마 김 씨는 다른 장애인기관에 의뢰해 도우미를 구할수 있었다. 그를 도와주는 도우미는 제주대 야간강좌를 듣는 학생이다.

"학교에 장애인 도우미를 위한 장학제도가 마련돼있지만 직접 연결을 시켜주는 제도가 없어서 도우미를 장애인 스스로 도우미를 구해야 하는 실정이에요."

뿐만아니라 도우미 장학제도가 현실과는 거리가 먼 3개월에 40만원으로 지급되기 때문에 선뜻 나서서 도우미를 하려고 하는 학생이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현재 김 씨를 도와주는 도우미는 시급 3500원을 받고 봉사를 하고 있다. 어쩔수 없이 제주대에서 운영되고 있는 장학제도를 이용하지 못하고 장애인 자립센터의 도움으로 시급 3500원을 줄수 있는 것이다.

여기에는 김 씨의 사비도 10% 포함된다.

또 도우미도 주간강좌를 듣는 학생이라면 자신과의 수업시간이 겹칠수 있어서 정작 필요할 때 도우미의 도움을 받을수 없게 되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에 일반인이나 야간강좌를 듣는 사람을 구해야 한다.

그러나 장학제도는 이러한 현실은 무시된채 그야말로 말로만 도우미제도가 운영되고 있는 것이다.

김 씨는 도우미제도에 대해 할말이 많은 듯 "결국 장애인 도우미는 장애인 스스로 구해야할뿐만아니라 자신의 사비가 어느정도 들어가는 제도가 되고 있다"며 "학교에서 제도적으로 마련된 도우미제도는 그야말로 현실적으로는 실행불가능하다"고 강하게 불만을 호소했다.

#"장애인 인식개선, 글쎄요~"

대학 2학년인 김 씨는 어쩌다 이런저런 술자리에 가끔 참석을 한다고 한다. 그런데 김 씨가 술을 마시려고 하면 주위에서 못마시게 한다는 거다.

왜냐고 물었더니 사람들은 장애인은 술마시면 큰일나는 줄 알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란다.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고 있다구요? 글쎄요, 아직은 많이 부족하죠."

평소 술을 좋아라 하는 편은 아니지만 주량이 소주 반병이나 된다는 김 씨는 친한친구가 아니면 술자리에 참석을 안한다고 한다.

뿐만아니라 김 씨가 필기를 하기가 힘들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간혹 직접 시험을 보라며 김 씨의 사정을 이해해주지 못하는 교수가 있어 너무 속상하다고 한다.

대부분의 교수는 김 씨의 사정을 고려해 시험을 레포트제출로 대체하는 경우가 많다.

유일한 중증장애인이고 더군다나 휠체어를 타고다니는 제주대 최초의 여성인 김 씨는 장애인의 인권을 위해 열심히 활동을 준비중에 있다.

이미 지난 제주대 축제때 장애인 체험행사를 주최해 큰 호응을 얻은 장애인 대책위는 앞으로도 학내 장애인 편의시설 증진을 위해서, 장애인 도우미 제도 개선을 위해서 더 나아가 장애인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개선을 위해서 열심히 활동해 나갈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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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회 2005-10-17 17:04:00
제대 현금출납기도 장애우가 이용하기에는 좀 불편합니다.
작년 일 땜에 학교에 갔는데, 그 전에 알던 장애우 후배를 우연히 보고 인사하고 나서 돈을 찾을려고 하는데 도와달라고 하더군요..

예전에 법정대 학생회에서 일일 도우미 제도를 운영했었는데, 작년엔 혼자 다니더군요... 좀 씁쓸한 느낌을 받았답니다.

.. 2005-10-17 16:11:27
장애인 인식개선...진짜..'글쎄요'다...;;

이동현 2005-10-17 12:01:50
우리 주변을 보면, 장애인을 위한다면서 정작 장애인이 바라는 것을 하는 경우는 많지 않은 것 같더군요. 대부분은 사용자인 장애인의 입장이 아닌 비장애인의 입장에서 시설이며 여러 가지를 설치하거나 운영합니다. 그게 과연 장애인을 위한 것일까요. 그건 그냥 장애인을 위한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비장애인을 위한 행동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저는 장애인을 '특별한' 친구가 아닌 '보통' 친구로 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