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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자 4천명 뿐이라면서, 목표치는 왜 5천명?
"실업자 4천명 뿐이라면서, 목표치는 왜 5천명?
  • 윤철수 기자
  • 승인 2009.02.18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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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일자리 창출의 알송달송 '숫자놀음'?

"근로의 의무도 국민의 4대의무에 포함되는 거 맞아요?. 그럼, 일자리 없는 사람들은 헌법을 어긴 거네요"

얼마전 제주도내 한 사설학원에서 중학교 과정 대비반 어린이들을 상대로 국민의 4대의무에 대한 시험을 냈다고 한다.

다음 중 4대 의무가 아닌 것은 무엇이냐는 문제에 일부 학생들은 '근로의 의무'를 골랐는데, 선생님이 틀렸다고 지적하자 '일리있는 항변'이 이어졌다.

"집에서 쉬고 있는 아빠들은 국민의 의무를 다하지 않는 사람들이에요?"

'근로'가 국민의 의무여야 하는지, 그들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 모양이다. 그만큼 우리 주변에 실직자와 구직자들이 많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면이기도 하다.

헌법에서도 근로의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국민의 의무인 '근로의 의무'는 퇴색될대로 퇴색되고 있다. 물론 근로의 의무를 헌법에 규정한 취지는 이와는 다르겠지만, 어쨌든 현실적으로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비춰지는 모습은 알송달송함 그 자체이다.

이러한 알송달송함은 유독 '근로의 의무' 뿐만 아니라, 제주특별자치도의 '일자리 창출' 데이터에서도 그대로 이어진다.

지난 17일 제주특별자치도의회에 업무보고를 한 제주특별자치도 지식경제국은 올해 제주특별자치도의 신규 일자리 창출 목표를 5000명이라고 제시했다. 이 수치는 지난해 목표와도 동일한 것이다.

공공분야에서 800명, 그리고 민간분야에서 4200명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사회복지, 바우처, 공공근로 등의 사회적 일자리 8625명 계획까지 포함하면 올해 창출되는 일자리는 총 1만3625명에 이른다.

여기에 제주도는 최근 확대간부회의에서 올해 1조1250억원 규모의 재정투자사업을 통해 1만8675명의 취업유발효과를 거두겠다고 밝혔다.

'5000개 일자리' 창출은 결코 적은 수가 아니다. 사실 일자리 한해 5000개 창출은 김태환 제주지사의 공약이기도 하다. 김 지사는 지난 2006년 5.31 지방선거 당시, 일자리 '2만개 창출'을 약속했다. 그러나 취임 후, 일자리 2만개 창출은 '2만개 창출기반 마련'이라는 다소 애매모호하게 바뀌었다.

그런데 이 보다 더 큰 문제는 마치 숫자놀음으로 흐르는 듯한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제주특별자치도가 업무보고에서 밝힌 현재 고용동향을 보면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해 제주의 실업율은 1.3%로 숫자로는 4000명이다. 전국 실업률이 3.3%인 점을 감안하면 크게 낮은 수치다.

이중 청년 실업율은 3.8%로 2000명에 이른다. 실업자 중 절반이 청년실업자란 얘기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이 숫자는 줄어들 줄 모른다. 2007년 12월에는 5000명으로 보고된 바 있는데, 현 실업자 수가 4000명이라면 고작 1000명이 줄어든 것이다.

물론 요즘과 같은 세계적 불황 속에서는 실업자 수가 늘어나지 않은 것만도 천만 다행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숫자'에 있어 제주도 당국의 발표는 억지가 강하다. 제주특별자치도에 따르면 보험 및 연금가입자 기준으로 2007년에는 4240명이 취업했고, 2008년에도 '5000개' 목표를 넘어서 5035명의 실적을 거뒀다.

지난해 순수 일자리 '5035명'이란 숫자가 맞다면, 현 실업자 통계는 뭔가 다르다. 실업자수가 뭔가 확연히 줄어드는 '맛'이 있어야 하는데, 아직도 실업자수는 '4000명'에 이른다.

또 올해 제주도당국이 계획한대로 순수 '5000명 일자리'가 창출된다면, 제주의 실업문제는 일거에 해소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그런데, 매해 취업자수는 '5000명' 정도 목표달성했다고 하면서도, 여타의 고용동향 지표에는 변화가 없는 것일까.

고용문제를 담당했던 한 공무원은 '통계방식'의 문제를 들고 있다. 제주도당국의 현 취업자 통계방식이 유별나다는 것이다. 근로복지관리공단의 고용보험 관리인원과 건강보험관리공단의 공무원 및 사립학교 교직원 보험가입 인원을 근거로 해 증감 숫자를 갖고 취업자수로 잡고 있다.

예를들어 2006년 취업자수 통계의 근거를 보면, 고용보험 가입자수가 2005년 12월 현재 7만9101명이었는데, 2006년 12월 현재 8만3194명으로 늘어나면서 그 증가분인 '4093명'을 일자리 창출 인원으로 잡은 것이다.

그런데 요즘들어 문제가 심각한 것은, 김태환 제주지사가 각 부서장에게 '눈에 띄는 일자리 창출 실적'을 보고하라고 하자, 각 부서에서는 너나 할 것 없이 실적 부풀리기에 나섰다는 것이다.

이러한 모습은 일자리 창출 분위기 조성을 위해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 있으나, 또 한편으로는 부서별 경쟁 및 실적 부풀리기의 재연 등으로 '숫자놀음'으로 이어질 소지가 크다는 것이다.

5000명이 아니라 단 '1000명'이라도 제대로운 정규 취업자 형태의 채용을 유도하지 않고, 재정투자사업의 간접적 일시고용 숫자 채우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어려운 경제상황 속에서, 제주도당국의 '일자리 창출'에 대한 남다른 의욕은 높이 평가할 만한 하지만, 실적 올리기 혹은 도지사 공약이행 차원의 '숫자 채우기'로 급급하는데 대해서는 경계를 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일시적 사역자, 인턴고용인력 등을 중심으로 해 늘려잡는 식의 취업통계는 고용시장의 악순환구조를 더욱 확행할 뿐, 장기적 혹은 산업구조적 측면에서는 정규 취업자 중심으로 큰 의미를 두기 어렵다.

제주특별자치도가 하루가 멀다하고 부서별 일자리 창출 추진실적을 발표하는 '풍요로움' 속에서도 '빈곤함'을 느끼게 하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일 것이다. <미디어제주>

<윤철수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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