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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라회' 수사, 여전히 쏠리는 '의혹'...'의혹'
'오라회' 수사, 여전히 쏠리는 '의혹'...'의혹'
  • 진기철 기자
  • 승인 2005.10.11 14:4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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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경찰수사 종결 불구 실체 규명되지 않아 의구심 '여전'

내년 지방선거를 겨냥한 선거사조직이라는 의혹을 받았던 제주도내 체육계 인사의 모임인 일명 '오라회'에 대한 경찰수사가 일단락됐다.

그러나 경찰의 수사종결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건에 있어서는 여러가지 의혹들이 여전히 남아있다.

무엇보다 사건의 실체를 명확히 규명하지 않은채 관련자 1명을 두리뭉실하게 '선거사조직 결성' 및 '향응 제공'(제3자 기부행위) 혐의로 불구속 입건하는 선에서 수사가 마무리돼 '뒷맛'을 개운치 못하게 하고 있다.

#불법선거사조직-제3자 기부행위 2가지 혐의 적용

제주지방경찰청이 11일 수사를 종결하면서 브리핑한 내용을 정리해 보면 이렇다.

'오라회' 모임의 결성을 주도한 전 제주도체육회 사무처장인 신모씨를 모 지방자치단체장을 위한 불법선거사조직을 결성한 혐의로 불구속 입건한다는 것이다.

이 지방자치단체장은 김태환 제주도지사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발표자료에 따르면 신씨는 누구든지 선거에 있어서 후보자의 선거운동을 위해 연구소.동우회.향우회.산악회.조기축구회 등 그 명칭이나 표방하는 목적 여하를 불문하고 사조직 기타 단체를 설립하거나 설치할 수 없도록 돼 있으나 이를 어기고 불법선거사조직을 결성했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신씨는 지난 1월 초순께 2000인 이상 지지자를 규합해 내년 예정된 제4회 전국동시 지방선거에서 제주도지사 후보로 출마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모 단체장의 필승 선도역할을 수행하는 것을 활동목표로 내세운 '오라회 조직 및 활동'이라는 문건을 만들었다.

또 1월25일 오후 7시께 오라회 창립총회를 개최해 회장 양모씨를 선출하고, 상임부회장은 자신이 맡는 등 정관제정 및 임원진 구성을 완료했으나 외부적으로 표방하고 있는 친목도모라는 설립목적과는 달리 사실상 특정인의 선거운동을 위한 사조직을 설립한 혐의가 있다고 경찰은 밝혔다.

위와 같은 불법사조직 결성 혐의 외에 신씨에게는 제3자 기부행위혐의가 적용됐다.

즉, 지난 2월 22일 오후 7시께 제주시 모 횟집에서 회원 32명이 참석한 가운데 개최된 월례회의때 회원들에게 환심을 얻어 이들을 특정인의 선거운동 조직원으로 활용하기 위해 71만5000원 상당의 향응을 제공했다는 것이다.

이어 3월3일 오후 7시께에도 제주시 모식당에서 회원 20명이 참석한 가운데 개최된 월례회의에서 같은 목적으로 40만원 상당의 향응을 제공하는 등 제3자 기부행위제한규정을 위반한 혐의도 받았다.

다시말해 유일하게 불구속 입건된 신씨의 경우 오라회라는 불법선거사조직을 결성과 제3자 기부행위 등 두가지 혐의가 적용됐다.

# '불법선거사조직'으로 인정된 '오라회'

이같은 경찰수사결과는 일단 '오라회'를 불법선거사조직으로 인정한 것으로 보인다.

당초 당사자들이 주장했던 '단순한 친목도모'를 위한 모임은 아니었다는 것이 결론인 셈이다.

'오라회'가 불법선거사조직으로 결론을 내릴 수 있었기에 제3자 기부행위혐의 적용도 가능했던 것이다.

#자치단체장과의 연계성, '심증'은 가나 '물증'은 없다?

그러나 '불법선거사조직'이라는 규정에도 불구하고 사법처리 대상을 신씨 한명으로 국한 것은 사건의 본질 보다는 '매듭'에 초점을 맞췄다는 인상을 지을 수 없다.

특히 신씨가 받은 혐의는 내년 도지사 선거에 출마할 예정인 모 자치단체장을 위한 선거사조직이라고 규정하면서도 정작 당사자격인 해당 자치단체장과의 연계성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밝혀내지 못했다.

'심증'은 가나 '물증'이 없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사건의 파장이 확산되는 것을 우려해 경찰이 단순사건으로 서둘러 매듭지은 것 아니냐는 의혹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최종 수사결과에 발표된 내용대로 수사를 종결할 것이었다면 굳이 7개월간의 시간을 끌지 않아도 될 일을, 왜 이렇게 시간을 끌어오다 '단순사건화'했는지에 대한 의구심도 고개를 들고 있다.

#김태환 지사 "친목도모 모임인 줄 알고 참석"

이 사건의 한켠에서 의혹이 대상이 된 김태환 제주도지사는 경찰 서면조사에서 "목적을 가지고 총회에 참석한 것은 아니고 체육회 회장 자격으로 참석을 했을 뿐으로, 친목도모 모임임을 알고 참석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김 지사가 참석해 축사를 한 것으로 전해진 이 모임 창립총회 때의 활동계획이나 활동방향, 행사진행 시나리오 등의 문건을 살펴보면 한 사람의 불법행위로 종결시키기에는 석연치 않은 점이 너무나 많다.

활동계획이나 활동방향 등이 온통 내년 지방선거를 겨냥한 내용들로 가득찼기 때문이다. 전후 사정을 모른채 이 문건만을 살폈을 때에는 여지없이 선거용 사조직으로 의심받을 것이 뻔하다.

#"일당백의 투지로 지사님을 위해..."

더욱이 이 모임 창립총회 때 김태환 도지사가 직접 참석해 축사를 했는데, 그 행사를 진행하기 위해 작성된 것으로 보이는 ‘행사진행 시나리오’라는 문건은 더욱 황당하기 짝이 없다.

마치 계급사회에서나 통용되는 언어와 문맥들로‘충성’을 유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중 시나리오에 적힌 '건배사'의 내용은 이 모임의 순수성을 조금도 찾아볼 수 없다.

“오라회 회원 일동은 지사님의 크나 큰 고마움에 보답하기 위하여 열과 성을 다하여 도정방침에 적극 찬동하고 언제 어디서나 일당백의 투지로 지사님을 위하여 충성을 다할 것을 엄숙히 맹세합니다.”

물론 이에 대해 신씨는 "개인차원에서 메모한 문건일 뿐"이라고 극구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러한 여러가지 정황에도 불구하고 결국 이번 사건은 '조직적 사건'이 아니라 '개인 사건'으로 일단락됐다.

몸통은 놔둔채 깃털만 수사한 것은 아닌지, 세간의 의혹은 더욱 커지고 있다.

 

 

'오라회 단합대회 진행 시나리오'  문건 주요내용

-새로운 21세기 제주국제자유도시에 걸맞는 스포츠문화정착에 이바지하고자 '오라회' 설립취지에 동참하는 동지들이 오늘 한 자리에 모였습니다.

-특히 도정에 바쁘신 가운데에도 오늘 출범하는 우리 '오라회'를 격려하여 주시기 위하여 김태환 도지사님께서 친히 참석하여 주셨습니다.

-김태환 지사님께 열렬한 박수를 부탁드립니다.

-그럼 지금부터 평소 존경하는 김태환 도지사님을 모시고 우리 오라회의 무궁한 전진을 다짐하는 단합대회를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중략)

-다음은 우리 오라회의 출범을 축하해 주시기 위하여 지사님께서 축사를 하시겠습니다.

-회원 일동 기립

-차렷!

-형제보다 더 진한 우애와 체육인의 스포츠맨십으로 똘똘 뭉친 오라회가 오늘 뜻 깊은 출범을 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평소 존경하는 김태환 지사님께서 바쁘신 일정에도 불구하고 직접 참석해 주셔서 더욱 이 자리가 빛나는 것 같습니다.

-우리 오라회 회원 일동은 이러한 지사님의 크나 큰 고마움에 보답하기 위하여 열과 성을 다하여 도정방침에 적극 찬동하고 언제 어디서나 일당백의 투지로 지사님을 위하여 충성을 다할 것을 엄숙히 맹세합니다.

-이러한 우리의 충정을 잔에 담아 건배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오라-제가 "지사님과 함께"하면 여러분은 "앞으로"하고 외쳐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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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5-10-11 15:32:27
연계 안됐다 해서 믿을 도민 몇이나 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