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울림마당' 사라진다고? 이게 웬 날벼락이야?
'어울림마당' 사라진다고? 이게 웬 날벼락이야?
  • 박소정 기자
  • 승인 2009.01.30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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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제주시 '어울림마당' 활용계획, 타당한가

소통의 공간, 만남의 장소, 성토의 장 등 수많은 애칭으로 제주시민들과 함께 했던 제주시청 어울림마당이 최근 그 정체성을 위협받고 있다.

어울림마당에 중소기업 제품 홍보관을 설치 운영하겠다는 제주시 당국의 공간조성계획이 그 발단이 되고 있다.

제주시는 지난 28일 열린문화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는 제주시청 '어울림마당'의 활용방안으로 조경과 벤치시설 등을 추가로 설치해 '만남의 광장'으로 조성하는 한편, 제주도내 중소기업 제품을 전시, 판매할 수 있는 홍보관을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만남의 광장이라는 새로운 제주지역의 명소를 마련해 주변지역 상가와 주민의 민원을 해소하고 그동안 실내에서만 전시되던 중소기업 제품을 실외에 전시할 수 있는 홍보관을 설치해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될 수 있도록 한다는 게 제주시의 입장이다.

그러나, 제주시청의 이같은 발표로 지금까지 열린문화공간과 표현의 공간으로 활용됐던 '어울림마당'의 본래 기능이 축소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998년 쾌적한 쉼터공간인 열린문화마당으로 탄생

어울림마당의 처음 조성 아이디어는 제주시청 공무원들이 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제주시청 일대에 방황하는 청소년들을 바라보며 당시 공터였던 이 공간을 청소년들을 위한 문화예술공간으로 마련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당시 근무했던 제주시 공무원들이 머리를 맞대 생각해 낸 것이 바로 어울림마당입니다."

제주시 청사관리과 직원 홍성규씨는 당시를 회고했다. 1998년 11월 16일. 제주시청 실무자들은 제주시청사 민원실 서쪽 벽화 앞에 있던 공터를 시민과 청소년이 함께 어우러지는 쾌적한 쉼터공간인 열린문화마당으로 '어울림마당'을 탄생시켰다.

500㎡(150평)규모의 '어울림마당'에는 전시용 옹벽시설과 조경시설 13등, 바닥 인터로킹, 인조목 의자 14개, 조경수 등이 설치됐다. 이밖에도 이 공간에서 문화공연을 하는 사람들의 편의를 위해 포터블앰프 1대, 카셋트데크1대, 마이크 2대, 스피커 2대 등 음향시설을 구입했다.

또, 제주시는 이 공간을 잘 활용하기 위해 어울림마당 관리 지침을 마련하기도 했다. 관리 지침을 보면, 사용 10일전부터 사용신청서를 제주시에 접수하고 우선 접수한 순서에 따라 이를 허가해 사용하도록 했다.

사용기간은 1회 행사시 4일 이내에서 사용토록 하고, 다만 작품 전시 등 부득이 한 경우 사용기간을 최대 7일간으로 조정할 수 있도록 했다. 단,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 행사는 사용기간에 제약을 두지 않는다고 명시했다.

한 단체에서 사용신청 시 다수의 일정을 한꺼번에 신청하는 행위를 금지했으며, 고성능 음향기기(스피커 소음), 고음악기(꽹가리, 트럼펜, 트럼폰 등)의 사용을 금지시켰다. 이밖에도 음주 및 상품판매를 금지했고, 생활민원을 유발시키는 행위, 어울림마당 사용 시 사용목적에 부합되는 현수막 및 피켓 등을 금지했다.

대신 관리 지침에 어긋나지 않은 한 모든 행사를 허용했다. 그래서 이 공간에서는 집회 및 토론, 미술.조각품 등에 대한 예술품 전시, 간이음악 공연, 연극 공연, 벤처기업 및 유망중소기업 소개, 이동 복지센터 운영, 장애인 관련 행사, 종교활동, 불웃이웃돕기 행사 및 바자회 등 다양한 행사가 진행됐다.

#'인권의 광장'으로 활용하자고 할 땐 언제고...

10여년간 이러한 운영기준에 따라 이곳에서는 많은 행사가 개최됐다. 물론 일부 부작용도 있었다.  음향기기 사용, 바자회 등의 제품 판매 등의 소음으로 주변상가 등에서 민원을 제기하기도 했다.

어울림마당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한 상인은 "공연을 하든지, 집회를 하든지, 음향기기 사용으로 인해 소음이 심각하다"며 "그 소음으로 인해 일정부분 피해를 본다. 식당에서 음식을 먹던 사람들이 너무 시끄러워서 음식을 먹다가 나간적도 있다. 이에 대한 대책을 세워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열린문화공간을 표방해 온 '어울림마당'이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명분에 밀려 본래 기능이 축소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실제로 어울림마당은 지난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며 촛불문화제가 열렸던 장소였다. 이 뿐만이 아니다. 한-미 자유무협협정 반대 집회, 언론노조 투쟁, 비정규직 문제 등 각종 집회와 문화예술 행사가 펼쳐졌던 장소이기도 하다.

더욱이, 제주시는 지난 2005년 시청 어울림마당을 한국인권재단에서 선정하는 '인권의 광장'으로의 지정해 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당시 제주시는  '어울림마당'에 대해 중소규모의 전시나 공연 등 문화공간으로의 활용도도 높은 곳으로 각종 민주화와 인권을 외치는 광장으로 활용돼 '인권의 광장'으로 손색이 없다고 밝혔다.

이에 제주시는 어울림마당이 인권의 광장으로 지정되면 평화의 섬 제주도의 평화와 인권의 의미를 상징하는 장소성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지만, 조건이 맞지 않아 한국인권재단에서 이를 반려한 바 있다.

#"새로운 공간계획 세우기 전에, 시민 의견부터 잘 수렴해야"

김태일 제주대학교 건축학과 교수는 "시청 어울림마당이라는 장소가 가진 성격과 기능, 의미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어울림마당은 공공적인 성격을 갖고 있는 공간이다. 어떠한 사안에 대한 집회, 문화공연 등 공공성이라는 대표적인 성격을 갖고 있는 공간이기 때문에 넓은 의미에서 활용가치에 대해 논의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공간의 크기를 떠나, 교통의 접근성이 좋고, 각종 대표적인 집회 및 문화활동이 펼쳐지는 마당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많이 모일 수 있는 대표적인 공간"이라며 "일부시민들만의 민원만 듣고 활용방안을 생각한다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어울림마당을 이용하는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을 듣고 이를 수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현경철 제주민예총 사무처장은 "제주시청 어울림마당은 도심속에서의 작은 문화공간으로 활용돼왔다"며 "경제활성화라는 명분으로 중소기업 제품 홍보관을 마련하다는 것 자체가 명분이 너무 약하다고 생각한다. 문화와 경제를 연계해 경제활성화를 충분히 시킬수 있다. 어떻게 하면 문화와 경제를 활용해 그 가치를 높일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무려 10년 동안 문화공간으로서 활용돼 왔는데, 갑자기 중소기업 제품 홍보관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 나와는지 의구심이 든다"며 "현재 중소기업 센터 내 등에 중소기업 전시관이 있는 걸로 알고 있다. 그 곳에도 사람들이 눈길을 돌리지 않는데, 과연 어울림마당에 홍보관을 세운다고 관심을 보일 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강선영 제주주민자치연대 사무처장도 "문화, 도민의 표현의 공간인 '어울림마당'에 중소기업 홍보관이 마련된 다는 것은 지금까지 이 곳을 이용해온 사람들의 문화활동 등이 제한된다고 생각한다"며 "어울림마당에 상설적이로든 한시적이로든 중소기업 홍보관이 세워진다는 것에 반대한다. 이 공간은 공공의 공간이기 때문에 시민들로 부터 의견수렴을 통해 활용방안을 생각해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민 곽모 씨(26.여)는 "어울림 마당에 중소기업 제품 홍보관을 설치하면 어느정도 경제활성화에 도움은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왠지 시민공간이 없어진다는 느낌을 버리지 못하겠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시민 박모 씨(60)도 "직접 촛불문화제를 참여해 본적은 없지만, 언론을 통해 시청 어울림마당에서 촛불문화제를 하는 것을 보았다"며 "그 모습을 보고 이 공간은 시민의 목소리를 높일 수 있는 곳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그런 방향으로 어울림 마당이 활용되면 좋을 것 같다"고 밝혔다.

이와관련해 제주시 관계자는 "꼭 음향기기로 인한 소음 민원으로 어울림마당에 중소기업 홍보관을 마련하려는 것은 아니다"라며 "시민공간으로서의 어울림마당에 대한 활용에 대해 제주시 공무원도 고민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소통의 공간' 상징적 이미지 퇴색되지 않을까 우려 분위기 확산

이처럼 어울림마당에 중소기업 제품 홍보관을 운영하는 계획에 대해 시민들의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어려운 경제상황 속에서 중소기업 제품 판로 확대를 위한 홍보관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많은 시민들이 공감하지만, 왜 하필 어울림마당 공간인가 하는 점에 있어서는 달갑지 않은 반응이 대부분이다.

이번 중소기업제품 홍보관 설치를 계기로 해, 시민들의 '소통의 공간'으로 애용되고 있는 어울림마당이 그 상징적 이미지가 점차 퇴색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분위기가 크게 확산되고 있는 것도 이와 맥을 같이한다.

제주시 당국의 결정이 정말 제대로운 것인지, 어울림마당 기능 조정에 대한 시민사회의 논란은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미디어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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