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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을 꼬집어주면, 누가 기뻐하리오?'
'잘못을 꼬집어주면, 누가 기뻐하리오?'
  • 윤철수 기자
  • 승인 2008.12.23 17: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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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논단] 제주의 2008 키워드와 '호질기의(護疾忌醫)'

올 한해 제주사회에서 터져나온 각종 이슈 및 현안에 대한 키워드는 시기별 역동성이 강했다. 1월과 2월에는 '신경제혁명'이 대표적 키워드였다. 새해 정책기조를 '신경제혁명'으로 잡은 제주특별자치도는 각 부서의 모든 사업을 이와 짜맞추어 한해 업무를 계획했다. 이 과정에서 소방공무원들에게 '장바구니'를 들게 하는 억지성 시책도 남발되면서 눈총을 사기도 했다. 이 신경제혁명의 실체가 과연 무엇인가, 또 얼마만한 성과를 거두었는가 하는 문제는 연말 제주특별자치도의회 행정사무감사에까지 그대로 이어졌다.

4월과 5월, 그리고 6월, 제주의 봄과 초여름은 '촛불'이란 키워드가 주류를 이뤘다. 4월 미국산 쇠고기 수입재개방침이 발표되면서 전국은 광우병 위험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시위로 홍역을 앓았다.

공무원 비리도 빼놓을 수 없는 키워드였다. 1월, 관급공사를 발주한 부서 공무원들이 공사업체로부터 유류비 등을 타내어 부서회식비로 사용한 사실 등이 알려지면서 공직사회가 발칵 뒤집혔다. 비뚫어진 공직사회의 관행을 그대로 보여준 사례였다.

이어 9월부터는 문화재보조금 관련 비리, 그리고 지난해 발생한 태풍 '나리'에 따른 재난지역 복구작업 과정에서 제주시 구좌읍과 애월읍 공무원들이 막대한 재난관리기금을 착복한 사례가 알려지면서 공직사회의 위상은 크게 실추됐다. 환경영향평가와 관련한 비리도 드러났다.

9월에는 전국민주공무원노조 간부에 대한 징계방침으로 형평성 논란과 함께 감사위원회의 독립성 문제가 제기되기도 했다. 지난 여름에는 영리법인 병원 논란으로 제주사회가 한바탕 소동이 일었다. 결국 여론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해 이 제도의 도입이 유보되기는 했지만, 이 과정에서 공무원 동원 등 여러가지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연중 최대이슈는 단연 해군기지 논란이었다. 지난해 서귀포시 강정마을을 후보지로 결정한 후, 단 하루도 이 문제가 도출되지 않는 날이 없었다. 특히 올 여름부터는 현재까지도 제주도청 앞에서 강정마을 주민들이 릴레이시위를 벌이고 있을 만큼, 올해에도 '해군기지'는 제주의 주요 키워드 중 하나였다.

1년 365일, 단 하루라도 평온한 날이 있었는가에 대한 물음에 그렇다고 답하는 이가 얼마나 될까 하는 물음을 던져본다. 각종 현안 중 논란이 없이 합의점을 찾은 현안이 과연 얼마나 있었을까. 그 과정에서 '일방적'인 절차진행은 없었는지, 한해를 마무리하면서 곰곰히 생각해볼 일이다.

대화를 통해 도민갈등을 치유하겠다고 하면서, 혹 '벽'을 먼저 쌓지는 않았는지, 다양한 의견을 두루 수렴하겠다고 하면서, 입맛에 맞게 걸러내지는 않았는지도 생각해볼 일이다.

해마다 연말이 되면 한 해를 정리하는 사자성어를 발표하는 교수신문이 올해에는 '호질기의(護疾忌醫)'를 선정했다.

병을 숨기면서 의사에게 보이지 않는다는 의미다. 중국 북송시대 유학자인 주돈이가 통서(通書)에서 남의 충고를 귀담아 듣지 않는 세태를 비판한데서 유래된 말이다. 요즘 사람들은 잘못이 있어도 다른 사람들이 바로잡아 주는 것을 기뻐하지 않는다. 마치 병을 감싸 안아 숨기면서 의원을 기피해 자신의 몸을 망치고 있는데도 이를 깨닫지 못한다는 의미를 안고 있다.

그때그때 어떻게 모면할까에 몰두하는 정치권의 세태를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 한해를 마무리하면서 제주사회에는 '호질기의'의 어리석음은 없었는지 차분히 되돌아볼 때다. <미디어제주>

<윤철수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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