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21일 김태환 제주지사는 용암해수산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당시 김 지사는 이 사업을 제주의 신성장동력산업으로 추진하겠다면서 성공적인 추진을 위해 도민들의 관심을 당부했다. 그러면서 말미에는 이 사업이 추진될 경우의 기대효과와 전망에 대해 밝혔다.
산업단지가 조성되면 2011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제품이 출시되고 2016년에는 매출규모가 최소 3000억원 이상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는 것이다. 또 제주도의 취약한 제조업 육성을 촉진하고 관련산업 연계발전과 투자기업 유치로 1000여명의 직.간접적인 고용창출 효과도 기대된다고 밝혔다.
김 지사가 밝힌대로 그대로 수용한다면 이 사업은 실로 엄청난 사업임에 틀림없다. 한해 매출규모가 '최소 3000억원 이상' 된다면 지방재정이 열악한 제주의 입장에서는 굳이 반대할 이유가 없다. 김 지사가 제시한 내용이 실제 산업화 실현 이후에도 그대로 적용된다면 그야말로 새로운 '신성장동력산업'을 통해 막대한 부가가치를 창출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김 지사가 밝힌 '최소 3000억원 이상'의 매출은 불과 7개월 지난 시점에서 '1000억원'으로 수정됐다. 지난 8일 용암해수산업화추진팀이 밝힌 최종용역결과 보고서에서는 실제 그렇게 제시됐다. 3000억원 매출이라는 말은 어디에서도 없다. 당시 '3000억원 이상'이라는 발언을 했던 김 지사의 체면은 적지않게 구겨졌다.
아무리 용역보고서에 의한 것이라지만 몇개월사이 예상매출액이 3000억원에서 1000억원으로 2000억원이 감액된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다. 지난 제주특별자치도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는 경제성 분석에 뭔가 문제가 있어 보인다는 지적들도 쏟아졌다.
#제주도 '선심성 이유 삭감' 불만에, 도의회 "뭔 소리여?"
이러한 상황에서, 제주특별자치도의회는 지난 5일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상임위원회 계수조정을 거쳐 이 사업과 관련된 사업비 48억원을 전액 삭감했다. 이번에 계상됐던 사업비는 △용암해수산업화 진흥센터 설립운영 19억원 △용암해수산업단지 조성 시설비 17억원 △용암해수산업단지 토지매입 및 농작물 보상비 10억원 △용암해수산업 단지조성 사업 감리비 1억7000만원 △용암해수산업 조성사업 시설부대비 3000만원 등이다.
왜 삭감됐을까. 이에대해 제주특별자치도는 '선심성'이라는 미명하에 삭감됐다고 항변하고 있다. 김태환 제주지사도 7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번에 삭감된 예산을 두고 선심성이라고 하는데, 용암해수산업이 어떻게 선심성이냐"고 말했다.
그러나 정작 도의회에서는 '선심성'이라는 이유로 삭감하지 않았다고 맞받아치고 있다. 삭감할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다는 반론이다.
한영호 제주특별자치도의회 농수축지식산업위원장은 9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용암해수산업화 사업예산을 삭감한 것을 두고 제주도당국이 '선심성'으로 몰아가고 있는데 대해 불쾌한 심경을 감추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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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감할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다"
그는 이번 사업비 삭감의 이유와 관련해 5가지 차원의 문제를 지적했다. 먼저 제도적 미비점이 노정됐다는 것이다. 현행 '먹는물 관리법'에 용암해수가 먹는물로 포함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업을 추진해 앞으로 먹는 물로 분류되지 않을 경우 막대한 손실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두번째로는 경제성 불투명성을 들고 있다. 용암해수는 유용미네랄 성분이 미량이지만 산업에 대한 경제성과 타당성에 대한 근거없이 2016년 매출규모 3000억원, 직간접 고용인원을 1000여명으 로 발표해 사후 짜맞추기식 용역을 시행함으로써 사업의 경제성에 신뢰가 떨어졌다는 것이다. 최종용역보고서에 3000억원이던 예상매출이 1000억원으로 하향조정된 것이 바로 그 근거로 들고 있다.
세번째는 삼다수와의 관계다. 용암해수는 기능성 제품과 생수시장을 겨냥하고 있어 한정된 시장을 갖고 있는 삼다수와의 경쟁이 불가피할 것이 예상되나, 이에대한 대안 제시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네번째는 지하수 공수화 문제로, 용암해수산업의 사업주체가 불투명하며, 만약 민간기업에서 추진될 경우 제주 지하수의 공수화가 무너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현행 제주특별자치도 특별법에서는 지하수의 무분별한 개발을 방지하기 위해 지하수를 이용한 생수나 기능성 음료 등의 사업은 지방공기업에서만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다섯번째로는 용암해수 산업과 관련해 강원도 해양심층수 산업화 단지를 방문한 결과 마케팅, 생산라인 등이 미 활성화된 상태로 있어 객관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영호 위원장은 이 다섯가지 문제를 지적한 후, "용암해수산업화 추진은 먼저 제도적 뒷받침이 돼야 하며, 삼다수 등 제주의 물자원에 대한 공수화 등 정확한 개념정립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용암해수산업의 업종별 경제성 및 타당성에 대한 용역결과에 대한 객관적 검증이 필요하고, 막대한 예산이 투자되는 대형사업이 실패할 경우 지방재정 운영에 악영향을 초래하게 됨에 따라 앞으로 제도적 보완 및 사업에 대한 타당성과 경제성을 확보한 후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며 예산삭감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음을 강조했다.
즉, 이번에 도의회가 지적한 제도적 사안 등을 보완하고, 분명한 타당성 및 경제성을 확보한 후 추진하라는 주문이다. 사업을 추진하다 용역보고서의 내용처럼 수익이 발생하지 않거나, 사업이 실패했을 경우 제주도당국 뿐만 아니라 예산을 통과시킨 도의회 역시 그 책임이 뒤따르게 조금 신중한 검토를 거쳐 사업을 추진하자는 것이다.
#예산 확보 이전에, '우려'되는 과제 선결 필요
결국 이번에 도의회 농수축지식산업위원회가 용암해수산업화 관련 예산을 삭감시킨 것은 '선심성'이라는 이유 보다는 사업착수 이전에 해결해야 할 여러가지 문제가 남아있고, 또한 오락가락 하는 경제성 분석 등으로 신뢰성을 떨어뜨린 것이 큰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심사가 진행 중인 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이 삭감된 사업비를 원상복구시킬지, 아니면 상임위원회 의견을 존중해 최종 삭감하기로 결정할지에 대해 현 시점에서 판단하기는 섣부른 면이 있으나, 어쨌든 도의회가 지적한 '우려'에 대한 제주도당국의 진지한 검토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일단 예산을 확보하고 보자'는 식의 사업추진이 아니라,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도의회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미디어제주>
<윤철수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흘러들어가지 않도록 하는것이 더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