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19 17:38 (금)
"내 잘못 아니오! 어쩔 수 없는 일이오!"
"내 잘못 아니오! 어쩔 수 없는 일이오!"
  • 윤철수 기자
  • 승인 2008.12.09 09: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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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논단] 잇따른 공적자금 착복사건과 책임소재

지난해 9월 제주를 한순간에 물바다로 만들며 도심지를 할퀴고 지나갔던 태풍 '나리'. 사상 최악의 재난에 직면한 제주는 온 국민으로부터 위로를 받았고, 고사리손에서부터 기업에 이르기까지 성금도 답지했다. 지난해 성금모금 액수도 단일 사안으로 최고치로 알려지고 있다.

그런데 정작 공적자금을 공정하고 효율적으로 집행해야 할 공무원이 '돈'에 욕심을 낸 일들이 속속 드러나 제주사회가 충격을 받아 신음하고 있다. 물론 십시일반으로 모아진 성금을 유용한 것이 아니다. 성격은 다르지만 어쨌든 피해복구에 쓰여야 할 재난관리기금을 착복한 것이다.

당시 많은 사람들은 절망해야 했다. 일순간 재해로 삶의 터전을 잃었고, 집과 가게들이 모두 거대한 홍수에 쓸려 나갔다. 폐허를 방불케 하는 곳에서는 울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다시 일어선 것은 '희망' 때문이었다. 법과 규정에 의거해 제시된 '보상기준' 때문에, 설령 보상금이 턱없이 작았지만, 공공의 기반시설을 복구하는데 우선 투입해야 하는 실정이었기 때문에, 작은 보상금을 받아안고도  '더 달라'고 하고 싶은 욕망을 억눌렀다.

그 일이 있은 후 1년이 지난 지금. 도저히 있어서는 안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설마 설마 했던 일들이 하나 둘씩 속속 사실로 확인되고 있다. 올해 초 터져나온 관급공사 비리. 관급 건설공사를 발주한 공무원들이 업체로부터 유류값 등을 타서 부서 회식비로 쓰고 한 일들은 '관행'이라는 말로 무마됐다. 엄할 것만 같았던 제주도당국도 이들에 대해서는 어떤 문책도 가하지 않았다. '관행'이라고 하면서, 그대로 넘어갔다. 또 문화재관련 보조금 횡령사건도 마찬가지다. 제주도당국이 '개인의 비리'인 것처럼 해명하고 있기에 그것도 그렇다 치자.

그런데, 그 소중한 피해복구에 쓰여져야 할 재난관리기금, 이 막대한 공적자금이 일부 공무원들이 나눠갖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이번이 끝인가 하면 또 터지고 하는 식으로 제주 공직사회의 도덕성은 땅바닥에 곤두박질쳤다.

8일 구속된 공무원 2명의 경우 지난해 9월 발생한 태풍나리 피해 응급복구작업에 투입되지 않은 장비를 투입한 것처럼 허위공문서를 작성해 행사하는 방법으로 속여 재난관리기금 8000여만원을 착복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로가 책임을 떠밀고 있어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이 두명이 건설업체와 짜고 착복한 8000만원은 결코 작은 액수가 아니다.

이에앞서 불과 한두달 전에는 피해복구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실제 사용하지 않은 중장비를 피해복구에 사용한 것처럼 허위공문서를 작성해 재난기금 8900여만원을 착복한 공무원 2명도 적발돼 1명은 구속되고 다른 1명은 불구속됐다.

이는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일이다. 제주도당국은 이번에도 '개인의 비리' 혹은 '관행'이라고 변명할 것인가. 더욱이 이러한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는데도, 자금지출 담당부서에서는 이런저런 서류를 제대로 검토하지 않아 몰랐다는 것은 제주특별자치도가 무늬만 그럴싸했지, 허점투성이라는 것을 그대로 보여준다.

걸려든 사건에 대해서는 그 의미를 축소해 파장을 줄이려고 하고, 근본적인 시스템 전환에 대해 고민할 생각도 하지 않고, 서로 "몰랐다", "속이는 데에야 당해낼 재간이 없다"는 말만 하고 있으니 딱할 노릇이다. 허위서류를 확인할 방도가 없다고 하니, 지금 경찰에 의해 적발된 사건 말고는 도민의 소중한 혈세가 엉뚱한데로 새어나가는 사례가 더 많을 수 있다는 반증이 아닌가.

더욱이 이번 일에 대해 책임지겠다고 하는 고위 공무원 한명 없고, 모두들 나몰라라 내지는 이번 일만 어떻게 넘기자는 식으로 버티고 있으니, 공직사회의 위신은 정말 말이 아니다. 이에대해 최소 도민에게 사죄하는 '제주특별자치도의 입장' 하나 정도는 나와야 하지 않을까. 만약 지금이 관선시대였다면, 이같은 연이은 사건에 대해 상급기관은 어떻게 책임을 물었을까. 책임지려는 사람 하나 없고 어물쩍 넘어가려는 제주 공직사회의 이같은 풍토에 민심은 얼마만큼 이해해줄까. <윤철수 대표기자 / 미디어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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