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3-29 13:40 (금)
"주차 좀 합시다!", "500원이라도 아껴야죠"
"주차 좀 합시다!", "500원이라도 아껴야죠"
  • 박소정 기자
  • 승인 2008.11.14 16:2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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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취재] 제주시 공영주차장 운영의 명과 암

"정기주차권이 있으면 뭐 합니까! 주차를 할 수 없는데..."

제주시가 운영하는 공영 유료주차장인 '고산동산 공영 유료주차장'의 정기주차권을 구매한 A씨(39.여). 편안한 출. 퇴근을 위해 정기주차권을 구매한 그는 월요일과 화요일 아침마다 생각지도 못한 주차전쟁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평소에는 주차장이 텅 비어있어요. 근데, 주차장 무료개방일인 월.화요일 아침에는 차들이 빈틈없이 꽉 차 있어요. 그래서 아침마다 다른 주차공간을 찾느라 애를 먹고 있어요. 돈을 주고 주차권을 구매했으면, 그에 따른 혜택이 있어야 하는데 일반 다른 차들과 똑같이 대우를 받으니 정기주차권 있으나 마나 아니겠어요? "

제주시내 각 구역마다 공영 유료주차장이 설치돼 운영되고 있으나 주차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공영주차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차장 주변 골목길 등엔 언제나 차량들로 넘쳐난다. 공영주차장을 통해 불법주차문제를 다소 완화시켜 보겠다는 제주시당국의 바람과는 달리, 골목길은 언제나 주차난으로 골치를 앓고 있다.

각 공영 주차장의 경우 일반 민간 유료주차장에 비해 주차요금이 저렴한 편이다. 1시간에 보통 500원. 그러나 이 '500원'도 아끼려는 얌체족들이 늘어나면서 공영주차장은 그다지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500원을 내기 보다는 인근 비좁은 골목에 주차하는 편을 택한다.

제주시청 내 주차장과 시청 앞 주차면 역시 이같은 문제로 전전긍긍하고 있다. 유료주차 시간대에는 주차면이 크게 남아돌다가도, 무료로 전환되는 시점부터는 차량이 세울 곳 하나 없는 풍경이 연일 계속된다.

그런데 무료로 개방되는 시간대에만 공영주차장으로 차량이 대거 몰리고, 주차면은 물론 주차를 할 수 있는 곳까지 차량들이 불법으로 주차되면서 정작 '마음 편한 주차'를 하기 위해 정기주차권까지 발급받았던 시민들은 무료개방 시간대와 무료개방일만 되면 정작 주차하지 못하는 상황이 비일비재하다.

#무료개방 날엔 특정시간대 '만원'...장애인주차면도 '점령'

실제로 기자는 지난 11월 10일부터 14일 오전 8시부터 9시까지 제주시 '고산동산 공영 유료주차장'의 주차실태를 취재해 보았다.

차량 51대를 주차할 수 있는 비교적 작은 규모인 '고산동산 공영 유료주차장'. 주차공간 51면 중 49면은 일반차량이 주차할 수 있고, 나머지 2면은 장애인전용주차공간이다.

기본요금은 1시간당 500원. 1일 주차를 했을 경우에는 3000원, 월정기주차권은 4만원의 요금을 받는다. 원래는 이 주차장의 기본요금은 30분당 500원. 초과 15분마다 500원 추가, 1일 주차권 6000원, 월정기주차권 7만5000원이지만 할인금액을 적용해 이같이 받고 있다.

이 주차장의 월 정기 주차권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다. 이 주차장은 월요일과 화요일에 무료개방하고, 나머지 요일에는 요금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이 주차장은 주로 주차장 인근에 있는 회사원이나, 주택에 사는 사람들이 자주 이용하고 있었다.

무료 개방하는 월요일인 10일 오전 8시. 주차장에는 차들이 넘쳐났다.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은 51면인데, 실제로 주차된 차량은 59대였다. 이들 차량은 차량의 진입로 등에 자동차를 세우는 등 불법주차를 하고 있었다. 주차장을 나가려는 차들은 자신의 차 앞에 세워진 차량 때문에 나가지도 못하고 끙끙거리는 모습 도 보였다.

특히, 일반 차량들이 장애인전용주차구역에 불법 주차하는 모습도 보였다. 이 때문에 장애인차량이 일반 주차 면에 세운 모습도 보였다. 당시 이곳에 있던 장애인 차량을 직접 파악해 본 결과, 모두 3대였다. 1대는 정상적으로 장애인 전용주차구역 공간에, 나머지 2대는 일반 주차공간에 주차돼 있었다.

주차요금을 받는 14일 오전 8시. 이날은 무료 개방하는 날과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보였다. 비어있는 주차장 공간이 제법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주차장이 무료 개방되지 않자, 주변 인근 도로에 차들이 빽빽하게 세워져 교통에 불편을 주고 있었다. 무료개방 때, 이 주차장에 주차했던 차들이 요금을 받자, 주차요금을 아끼기 위해 길거리에 불법주차를 하고 있었다.

#제주시 "주차공간 추가 확보 시급"

이와관련해 제주시 관계자는 "노상주차장을 유료화 하게 된 이류는 주차 회전율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며 "주차장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수익성을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며 이 주차장 앞에는 결혼 예식장이 있고, 주말에 결혼식이 많기 때문에 토.일에 무료개방하지 않고 월.화요일에 무료개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월.화요일인 경우에는 주차공간이 많이 남아있을 뿐 아니라, 수익성도 없기 때문에 차라리 많은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무료개방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같은 주차실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주차장 뿐만 아니라 불법 주차를 하는 경우, 자치경찰대와 단속반이 사진 등을 찍어 행정조치를 취하고 있다"며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가지 방안에 대해 고민과 검토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우선 불법 주차문제는 주차공간보다 차량이 더 많다는 데서 문제가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주차공간의 추가 확보가 가장 시급하다"고 말했다.

#공영주차장도 이러는데, 거주자우선주차제는 잘 될까?

이러한 제주시당국의 입장은 십분 이해가 가는 측면이 있다. 또한 이러한 '공짜 타임' 몰림 현상은 최근 극심한 경제위기상황과도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제주시 공영주차장 운영정책이 보다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운영상의 기준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 공영주차장의 운영은 앞으로 있을 거주자우선주차제의 시험단계로 살펴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공영주차장의 '공짜 타임'에만 쏠리는 현상을 바라보면서, 앞으로 거주자우선주차제에서 정액요금을 내고 자기 집 앞에 차를 세우도록 하는 제도가 과연 성공적으로 정착될 수 있을까 의문이 제기된다.

공영주차장과, 그 주변의 거주자우선주차제 주차면이 어떤 의미를 주는 것인지, 이 주차면이 어떤 주차정책의 차원에서 그려진 것인지, 장기적인 측면에서 새로운 공영주차장 운영방식에 대해 검토해야 할 때가 됐다. <미디어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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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 2008-11-15 18: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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