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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따른 공직비리,'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없다'?
잇따른 공직비리,'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없다'?
  • 윤철수 기자
  • 승인 2008.10.24 17:01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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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논단]'뉴제주운동'의 제주도정은 왜 침묵하는가

전국 최고의 청렴도를 지향한다는 제주특별자치도가 요즘 체면이 말이 아니다. 공직사회 비리가 잇따라 터져나오면서 청렴도는 커녕 완전 퇴치하겠다고 호언장담했던 '뉴제주운동'의 제주병(病)은 거꾸로 다시 도져나가는 모습이다.

제주도는 올해 상반기 언론브리핑을 통해 공공기관 청렴도 측정, 부패방지시책 종합평가에서 1위를 목표로 해 민원인의 의견을 담을 수 있는 다양한 시책을 펴나가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또한 한낱 꿈으로 끝날 위기에 처했다.

국민의 성금을 모아 소중하게 집행돼야 할 재난기금을 착복하는 공무원이 있는가 하면, 문화재 보조금을 횡령하는 일, 소방공무원에 대한 비리의혹 제기, 환경영향평가 일부 심의위원 비리 등으로 제주특별자치도 공직사회의 위신은 크게 실추됐다.

최근 공직사회의 비리는 사법기관에 연루된 사건만으로도 그 심각성을 가늠케 한다.

그 중에서도 지난해 사상 최대의 피해를 줬던 태풍 '나리'의 복구작업비용을 횡령한 제주시 한 공무원의 사례는 단순한 개인비리라기 보다는 허술한 행정의 단면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다. 이 사건에 연루된 7급 공무원인 A씨는 태풍 '나리' 복구작업 당시 제주시 구좌읍사무소에서 근무했었다.

그는 피해복구 재난기금 1억4000만원을 수령한 뒤 복구공사를 하지 않고도 한 것처럼 서류를 꾸며 5000여만원을 개인용도로 써버린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뒤늦게 이 돈을 변제했다고는 하지만, 그러한 '허위 서류'가 꾸며질 때까지 해당 사업비가 버젓이 지출된 것은, 제주특별자치도의 계약지출 시스템의 허점을 드러낸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서류가 상급자에게 전달돼 결제가 이뤄지고, 최종적으로 사업비가 지출되는 과정에서 그 행각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바로 그 점 때문에 경찰이 해당공무원인 A씨와 관련업체의 공모여부, 그리고 제주도내 다른 지역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있지 않을까 하고 추가적으로 수사를 벌이고 있다는 소식이다.

이미 1심공판이 이뤄진 문화재 보조금 횡령사건 또한 마찬가지다. 이 사건은 문화재 보조금을 부풀려 지원한 후, 실제 지원금보다 초과된 부분의 금액을 돌려받는 방법으로 2000여만원을 횡령한 사건이다. 이 사건에 연루된 K사무관에 대해 법원은 1심공판에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 추징금 600만원을 선고했다.

공무원직을 박탈당할 수 있는 금고이상의 형을 선고받았기에, 더 이상 왈가불가할 사안이 아니라고 하는 이도 있을지 모르지만, 이 사건은 직속상관 또한 연루됐을 가능성까지 제기되면서 사건은 쉽게 마무리되지 않을 전망이다.

실제 1심 재판부는 판결에서 "돌려받은 보조금을 개인용도로만 쓰지 않고 직속상관에게 전달한 점, 상관의 지시에 의한 점 등으로 미뤄 상관에게 불법성이 더 크다"고 밝혔다. 이는 해당 공무원의 처벌로 끝나지 않고, 앞으로 직속상관에 대한 법적절차도 뒤따를 것임을 암시한 대목이다. 이에따라 이 사건 역시 앞으로 보조금을 횡령하도록 지시한 상관에 대한 기소로 이어질 가능성은 매우 커 보인다.

직속 상관의 지시에 의해 보조금이 횡령되는 이 사건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 물론 지나친 확대해석은 자제돼야 하겠지만, 이러한 비리유형은 암암리에 공직사회에 잠재돼 있음을 짐작케 한다. 몇년전 유사한 보조금 비리사건이 있었지만, 뉴제주운동을 전개한 제주특별자치도 시대에 들어서도 이러한 고질적 제주병은 여전히 존재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올해 상반기 터져나온 관급공사 관련 비리에 대해, 제주도는 우리가 언제 '제주병'을 운운했느냐 하듯, '관행'이라는 단어로 도민들을 기만했다. 특히 검찰이 관급공사 비리 공무원 11명 전원에 대해 기소유예 처분을 하자, '면죄부'를 받은 것마냥 기뻐하는 이들도 있었다.

기소유예된 공무원들은 지난 2004년부터 지방자치단체에서 시행되는 각종 관급 건설공사와 관련해 도급업체에 지급되는 시설비 설계내역서에 공무원 감독차량비를 부당하게 지급해주고 그 대가로 시공업체로부터 감독차량과 유류 등을 제공받아 48건 5억 5000만원의 지방재정에 손실을 입힌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설령 법적으로는 처벌대상이 아니라고 할지 모르나, 도덕적으로는 도저히 용납되지 않는 사안임에 분명하다. 만약 이 사안이 용납이 된다면, 앞으로 또다른 공직자들이 그런 식으로 행정업무를 처리하면서 부서회식비를 마련한다고 하더라도 제재를 가할 잣대를 들이밀지 못할 것임은 자명하다.

'관행'이라고 포장하며 정당성을 부여하기 보다는, 자성하는 모습을, 그리고 최소한 재발방지대책 혹은 인사상 조치를 했어야 마땅하다. 소중한 세금으로 투입된 공사대금을 유류비 명목 등으로 받은 후 부서 회식을 하는데 쓴 일을 놓고, 정당하다고 항변한다면, 뉴제주운동은 오늘로 그 문을 내려야 한다.

부끄러움을 모르고, '관행'이라는 말로 모든 것을 덮어두려는 제주도정. 그러면서도 도민들 보고는 나쁜 관행을 벗어 던지자며 뉴제주운동으로의 동참을 호소하는 꼴이 우습지 않는가. 최근 소방공무원의 비리의혹 제기와 함께, 환경영향평가 과정에서 심의위원으로 참여했던 일부 인사들이 수사대상에 오르고 있다. 그런데 공직사회는 이번 일 또한 행정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다는 듯, '꿀 먹은 벙어리' 흉내를 내고 있다.

독이 있는 나무에는 그 열매에도 독이 있다는 '독수독과(毒樹毒果)'라는 말의 의미를 되새겨 본다면, 환경영향평가의 결과물에 대해서도 어떤 의견을 낼 법도 한데, 그렇지 않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올해들어 쉴새없이 터져나오는 공직사회의 비리에 대해 책임지려는 간부공무원 한명 없다. 책임은 커녕 사과하려는 행정책임자도 없다. 뉴제주운동의 '제주병', 심각한 병에 걸린 사람이 도대체 누구인지 알송달송하기만 하다. <윤철수 대표기자 / 미디어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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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많을걸 2008-10-25 19:02:33
문화재 보조금 횡령시 과장이 시키나했덴 허던데.......검찰조사는??

환경영향평가대가로 돈 꿀걱한거 교수한명만 했덴하면 도민들은 안믿을걸... ...추가??

도민 2008-10-24 22:48:55
그것이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