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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자치도의 '이상한 행정', 제주도정만의 '특별함'?
특별자치도의 '이상한 행정', 제주도정만의 '특별함'?
  • 윤철수 기자
  • 승인 2008.10.10 17:21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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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논단] 해군기지 천막농성 '합의'와 행정의 원칙

10일 오후 4시 갑자기 제주도청 현관 주출입구를 비롯해 도청 내부로 통하는 모든 출입구가 봉쇄됐다. 현관 한켠의 회전문만 허용되고 있었다. 오후 5시, 제주도청 앞에서 천막농성을 하는 서귀포시 강정마을 주민들이 기자회견을 하겠다는 예고 때문이다.

도청 출입문이 꽁꽁 봉쇄되는 사례는 어제 오늘의 새삼스런 일이 아니다. 제주특별자치도 출범 후, 제주도당국의 특유의 집단민원 대처법이다. 선거 때는 '하늘 같이 모실 것'같이 하다가도, 도정 방침에 반하는 주의주장을 펼치는 단체나 집단에는 적대적 행위를 서슴치 않는다.

시민단체나, 도정 주요정책 혹은 방침에 반하는 단체나 시민들이 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는다고 하면, 무슨 큰 일이나 난 것처럼 호들갑을 떨고, 청원경찰도 모자라 자치경찰과 경찰력을 대거 동원한다. 자치행정국 공무원들은 집단 민원이 있을 때면 '개점 휴업'상태로 빠진다.

마치 서로 충성경쟁이라도 하듯, 직접적 연관 과단위 부서 공무원은 물론이고 이웃한 과단위 부서 공무원까지 현장으로 달려가 '구사대' 역할을 해내고 있다. 이러한 열성적 공무원들과, 기계적으로 출입문을 봉쇄하는 일련의 '대처능력' 때문에 특별자치도가 출범한 후 아직까지 도청 내 점거사태 등은 단 한건도 없었다.

제주도당국이 도청 주변에서 기자회견이나 집회를 하는 날이면, 으례히 이들을 '예비범죄자'로 규정하고 그에 걸맞는 상황대처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나칠 만큼 예민하고 과민하게 반응하는 '겁장이' 제주도정이, 무슨 연유인지 지난 7일에는 도청 앞 천막농성에 흔쾌히 합의해 주는 관용을 베풀었다. 불법이니까 막을 수 밖에 없고, 한번 허용하면 전례가 되니까 앞으로는 단호하게 막을 방침이라고 강변했던 입장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다.

전날 천막농성을 하는 서귀포시 강정마을 주민들을 강력하게 제지하며 천막을 빼앗고 하던 제주도정이 갑자기 마음을 바꿔 먹은 것이다. 물론 6일 밤 도청 앞 길거리에서 돗자리를 펴고 노숙투쟁까지 하는 강정마을 주민들을 달래기 위함도 있었을 법 하다.

그러나 문제는 그동안 기계적이고, 융통성은 부족해 보였던 제주도당국이 '이상한 행정기법'을 선보였다. 7일부터 10일까지 4일간 제주도청 앞에서 천막농성을 하도록 허가하겠다는 것이다. 그것도 매일 한번씩 관할 행정시인 제주시에서 길거리 천막설치가 불법이므로 계고장을 보내는 방법으로 이를 사실상 허가해주는 합의를 전격적으로 했다.

강정주민들에게 관용을 베풀었다고 질타하는 것은 아니다. 강정마을회 입장에서는 '노숙투쟁'을 불사하며 얻어낸 값진 '성과'였다. 그들이 목소리를 낼 마땅한 수단과 방법이 없으므로, 천막농성이라도 해야겠다면 그를 허용해 준다면 백번 이해하고도 남을 일이다.

또 이번 천막농성은 그동안 극한 대치를 이루던 강정마을 주민들과 제주도당국이 4차례에 걸친 대화 끝에 얻어낸 산물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대화로서 갈등을 풀어나갈 수 있다는 좋은 사례를 보여준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긍정적 측면과 별도로, 이번 사례에서 보여준 제주도당국의 행정행위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차라리 전날 실랑이를 벌이는 과정에서 '못이기는 척' 천막농성을 하도록 허용하고, 차후 계고장을 보내는 수순을 밟아 강제집행하는 과정을 벌이는 편이 낫지 않았을까. 제주도당국의 입장에서는 그동안 '위법성'을 운운하며 강경하게 맞서던 것과는 상반된 것이어서 원칙과 기준을 상실한 제주도정의 모습을 또한번 보여준 사례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실제 천막농성이 이뤄지는 동안 제주시에서는 형식적으로 계고장을 1차례 보냈다. 그러나 이미 10일 오후 6시를 기해 천막을 철거한다는 제주도당국과의 합의가 있었으므로 이 계고장은 무용지물이었다.

이번 제주도당국의 행정행위는 그야말로 원칙도 없고, 기준도 없는 혼란에 빠진 제주도정의 모습을 그대로 표출한 것이다. 불법이라고 규정하면서 천막을 강제로 빼앗고 주민들을 저지할 때는 언제고, 계고장 매일 보낼테니 4일간만 해라 하며 관용을 베푸는 모습은 분명 모순된 행정행위다. 그런 도정을 도민들은 어떻게 바라볼까.

앞으로 제주도당국의 모습을 지켜볼 일이다. 이번 천막농성에서 보여준 '관용'이 순간적 위기탈출용이 아니었다면, 이날 천막농성을 마무리하고 길거리에서 노상 단식투쟁을 하겠다고 선언한 강정 마을주민들에게 분명한 후속적 조치를 보여야 한다. 그들의 '외침'이 무엇인지, 그들이 왜 울부짖고 있는지, 제주도당국은 마음으로 이들에게 다가서려는 노력을 보여야 한다. <윤철수 대표기자 /  미디어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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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수 2008-10-10 23:09:17
안터냇 얼론수준이 겨우 노상천막에 시비거냐. 그래서 욕먹지

내가 보기에는 2008-10-10 22:30:25
리더십도 없고 80년대식 행정행태 그대로 답습하는 19세기형 도정
진정한 리더십을 갖춘 지도자가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