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3-29 09:50 (금)
"마음을 열고, 함께 하는 발걸음이 소중하죠"
"마음을 열고, 함께 하는 발걸음이 소중하죠"
  • 박소정 기자
  • 승인 2008.09.27 17:0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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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제주, 제4회 '아름다운 동행, 함께하는 제주기행'

#출렁이는 억새 물결 따라 함께 한 '가을 기행'

'한 사람의 열 걸음보다, 열 사람의 한 걸음'식 사회공동의 선(善)을 추구하는 미디어제주(대표이사 윤철수)가 주최하고 제주특별자치도지체장애인협회(회장 부형종) 공동주관한 '제4회 아름다운 동행, 함께하는 기행'은 올해들어서만 두번째 이뤄지는 것.

올 2월, 봄꽃이 화사하게 핀 곳을 찾아 봄기행을 한데 이어, 이번에는 억새꽃이 출렁이는 동부 중산간도로를 따라 관광지를 둘러보기로 했다. 휠체어에 의존하면서 그동안 혼자서는 바깥 나들이가 어려웠던 지체장애인이 이날은 가족들과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을 받으며 동행을 시작했다.

출발에 앞서 부형종 회장이 어려운 발걸음을 했다. 바쁜 일정관계로 함께 동행에 나서지는 못했지만, 장애인 가족들을 격려했다.

"지난해 세 번의 여정에 이어 네 번째 아름다운 동행을 마련해 주신 미디어제주에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새출발하는 마음으로 장애인 여러분과 함께 뜻깊은 자리가 되었으면 합니다. 시원한 가을바람을 맞으며 답답했던 마음을 훌훌 털고 돌아오세요."

행사를 주최한 미디어제주 윤철수 대표이사는 인사말을 통해 "올해 아름다운 동행, 함께하는 제주기행을 올해 네번째 행사를 갖게 된 것을 무척 기쁘게 생각하며 서로의 마음을 조금씩 이해하고 함께 동행하는 과정에서 우리가 소망하는 일은 차근차근 해결해 나갈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네번째 동행은 제주의 민속문화가 보존되어 있는 서귀포시 표선면 제주민속촌박물관과 몽골리안마상쇼 공연이 펼쳐진 제주 조랑말타운 두곳이다.

제주 종합경기장에서 표선 제주민속촌박물관으로 이동하는 동안, 버스 안에서는 고선희 자원봉사자(제주대 국어국문 3)의 '풍선아트'가 진행됐다. 긴 풍선으로 '푸들개만들기'에 도전한 참가자들. '푸들개만들기'가 잘 안되는지, 여기저기서 풍선이 터지는 소리와 함께 '하하호호'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 

이렇게 버스 안에서 풍선아트를 하다보니, 어느 덧 제주민속촌박물관에 도착했다. 옛 제주의 생활양식을 느끼는 것과 더불어 가을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는 제주민속촌박물관.

#오랫만의 바깥 나들이, 흥얼거리는 즐거움이 가득~

네번째 동행 참가자 대부분 나이가 지긋한 어르신들이 많은 때문인지, 저마다 남다른 감회를 표했다.  옛 생활양식들을 보면서 자원봉사자들에게 자세히 설명해 주기도 했다.

동행에 참가한 양명수 할아버지. 그는 7년전에 이곳에 왔었다고 했다. "많이 변했네요. 오랫만에 오니, 기분도 좋고 날아갈 것 같아요. 웃음도 많아지고 옛날 향수에 빠져서 너무 좋습니다."

옆에 있던 오경림 할머니는 가을 소풍을 나온 즐거움을 표하면서 '너영나영'을 흥얼거렸다.

오경림 할머니는 "오랫에 야외에 소풍을 나오니, 노래가 절로 나온다. 이 곳은 예전에 우리가 살던, 사용했던 생활양식들을 모아져 있어 자꾸 옛날 생각이 난다"며  "우리는 오고 싶어도 오기 힘들다"고 말했다.

제주민속촌을 방문한 어르신들은 대부분 만족을 했지만 백종훈 제주도지체장애인협회 본부장은 약간은 섭섭한 점이 있었던 듯 했다.

"넓은 민속촌에 휠체어가 4개 밖에 비치되지 않았다는 것이 조금 실망스럽네요. 그나마 다른 관광지보다는 민속촌이 장애인이 이동하기에는 나쁘지는 않지만 문턱이 조금만 더 평평했더라면 좋았을텐데..."

그는 "높은 전망대 같은 경우에는 올라가고 싶지만 높은 계단들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사실상 구경을 하지 못한다"며 "좀 더 장애인들의 이동권 보장을 위해 개선해야 할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드넓은 제주민속촌박물관 관람은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관람동선이 길어 비장애인들도 힘들어하는 코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날 동행에는 자원봉사자들이 친부모를 대하듯 따뜻한 물을 건네며, 쉬엄쉬엄 구경을 하서 피로함을 나타내다가도 금새 모두들 웃곤 하며 서로를 위로했다.

방아를 찧으면서도 크게 웃어보고, 옛 풍물을 하나하나 구경하면서도 웃음은 떠나지 않았다. 걷기 불편한 이들은 민속촌내 관광열차에 몸을 실었다. 그러면서 1시간여동안 계속된 민속촌 관람은 마무리됐다. 시원스레 떨어지는 인공폭포 앞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는 것으로, 첫 기행지 동행은 마무리됐다.

#"하룻동안의 만남이지만 좋은 추억 생겼어요"

이어 성읍민속마을로 향했다. 그곳에서의 점심식사. 이날 점심메뉴는 불고기 정식. 맛있는 돼지고기 불고기를 먹으면서는 웃음꽃은 더욱 활짝 펴졌다.

점심식사를 마친 기행단은 국내 유일의 몽골리안 마상마예공연을 보기 위해 '제주조랑말타운'으로 자리를 옮겼다. 어린 소년부터 30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베테랑 등으로 구성된 마상마예단의 공연을 보는 내내 함께한 동행자들은 박수를 치며 함께 했다.

마상공연을 처음 본 김종원 할아버지. 그는 "공연이 너무 재미있다. 어린 아이들이 말에 거꾸로 매달려 묘기를 부리는 데 너무 신기했다"며 연신 싱글벙글 웃음을 지었다.

"앞으로도 아름다운 동행이 꾸준히 한다면 계속 참여하고 싶어요. 하룻동안의 만남이지만 좋은 추억을 남겨줘서 감사할 따름이에요."

어느덧 아름다운 동행 네 번째 걸음이 막바지로 향했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기행단은 다음 동행을 기약하면서 제주시로 향했다.

자원봉사자 박지양(24)씨는 "늘 마음을 있었지만 이렇게 직접 오늘 참가하게 돼 뜻깊은 시간을 보낸 것 같다"며 "휠체어를 밀면서 많은 생각을 했는데, 아직 사회에는 장애인에게 관심과 배려가 부족하다는 것을 이번 경험을 통해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여기 계신 장애인 뿐만아니라 모든 장애인들이 더욱 환히 웃을 수 있는 그런 사회가 조성됐으면 좋겠다"며 "오늘 동행은 뜻깊고 소중한 기억으로 내마음 한켠에 고이고이 간직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제주시에 도착한 참가자들. 아쉬운 악수를 나누는 가운데, 어느새 마음의 문을 열고 하나가 되어 있었다.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그리고 다음 아름다운 동행에서 또 뵙겠습니다."

한편, 이날 기행에서는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함께 관광지를 방문하며 어떤 장애인 불편요소가 있는지를 같이 보고 같이 고민한 것에 매우 의미가 있었지만, 장애인을 위한 편의시설 및 장애인 이동권을 보장하는 노력이 일부 미흡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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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jjin 2008-09-30 03:13:38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서로 어우러져 웃을 수 있었던 이번 '동행' 역시 너무 뜻 깊었던 자리가 됐던 것 같아요~^^
벌써 제5회 동행이 기대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