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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현대사의 잊혀진 존재 '여성 빨치산'
한국현대사의 잊혀진 존재 '여성 빨치산'
  • 미디어제주
  • 승인 2005.09.03 10: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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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영화제 본선진출작 '잊혀진 여전사' 예심위원 영화평]

 

'빨치산(partizan)'이라는 단어가 주는 어감은 일단 전투적이고 남성적이다.

제주영화제 본선에 오른 「잊혀진 여전사」(감독 김진열)는 여성 빨치산 또는 '남파 여성공작원'을 다룬 작품이다. 그러나 잊혀진 여전사에는 걸출한 여성스타나, 치열한 전투장면은 나오지 않는다.

이를 기대한다면 비디오대여점에서 '헐리웃'이 기획생산해낸 안젤리나 졸리의 '툼레이더'나 데미 무어의 'G I 제인'을 찾으면 된다.

80년대 이후 한국현대사에 대한 재해석이 이뤄지면서 진보역사학계를 중심으로 빨치산 운동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해방이후 단독정부 수립을 반대하며 한라산, 지리산, 태백산 등 산자락을 거점삼아 투쟁이 일어났다. 이어 한국전쟁기에 태백산, 회문산, 백아산 등에서 무장투쟁이 펼쳐졌다.

80~90년대 소위 운동진영에서는 '빨치산'의 생활을 실천의 모범으로 삼기도 했다. 영화로도 만들어져 극장과 대학가에서 대중들과 만나기도 했다.

하지만 그 시선의 중심은 언제나 남성이었다.

잊혀진 여전사는 한국현대사의 잊혀진 존재인 여성 빨치산들에 대한 영화다.

주인공격으로 등장하는 박순자 선생(개인적으로는 호칭을 할머니라고 부르고 싶지만)은 10대 중반에 '전사'의 삶을 시작한다. 지리산 빨치산이 된 것이다.

이후 또 다른 투쟁의 공간인 감옥에서 10여년을 지내고 출소한 뒤 결혼. 생활상을 중심으로 카메라는 움직인다.

칠순을 훌쩍 넘긴 박순자 선생 이외에도 동시대에 빨치산으로 공작원으로서 살아왔던 여성전사들이 등장한다. 생활인으로서 통일운동가로서 자신의 삶을 이어가고 있는 여성 빨치산들의 모습이 과도한 의미부여 대신 담담하게 채워져 있다.

영화 중간에 분단선을 넘어 남과 북의 여성이 만나는 장면도 인상적이다. 분단을 거부했던 이들로서는 감회가 남달랐을 법하게 느껴졌다.

이 작품이 이번 제주영화제에서 본선 진출작이 된 이유는 다양할 것이다.

주류 영화에서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소재인데다 개인적으로는 좌파적 시각에서 '영웅만들기'를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점수를 주고 싶다. 무장투쟁에 나섰던 이들의 활동에 대한 공감여부를 떠나 삶의 모습을 솔직하게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 시선을
끈다.

이제 제주로 잠깐 관심을 돌려보자. 4.3이라는 제주의 역사 등장하는 빨치산은 '김달삼'(본명 이승진), '이덕구'로 표상된다.

하지만 이들과 함께 4.3을 온몸으로 겪어낸 제주의 민중들은 있었다. 감춰야만했던 그 역사들이 이제 하나 둘씩 실타래를 풀고 '기록'으로 정리되고 있다.

그 가운데 당당하게 살았을 제주의 여전사들의 삶도 언젠가는 복원되기를 기대해보면서 이 기록영화를 추천해본다. 물론 느낌과 평가는 철저하게 관람객의 몫이다.

<제작= 푸른영상,감독=김진열, 장르=다큐멘터리, 상영시간=99분>

[이 글은 강호진  제4회 제주영화제 예심위원(민주노동당 제주도당 정책부장)이 작성한 영화평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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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업구 아빠 2005-09-03 14:49:46
영화(?) 외부 기고...신선합니다...

그런데...

제주의 주목할만한 여성 파르티잔은 누구쯤 되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