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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제주해녀, "무형문화재 되려나"
<포커스>제주해녀, "무형문화재 되려나"
  • 김정민 기자
  • 승인 2005.08.22 13:00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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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제주군, 다음달 군향토문화유산위원회에서 지정방안 논의키로

급격하게 고령화되는 제주 해녀를 도 문화재로 지정하자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북제주군은 다음달 열리는 향토문화유산위원회에서 제주 해녀를 문화재로 지정.전승할 수 있는 정부차원의 방법을 강구하기로 했다.

지난 1966년 제주도의 해녀는 2만3000여명이었다. 그러나 현재는 5650명으로 400배이상 줄어들어 해녀가 사라지고 있는 심각함을 보여준다.

더욱이 문제가 되는 것은 60세 이상의 해녀수가 전체 해녀수의 55%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고령화 현상이 선을 넘었다는 지적이다.

제주의 해녀가 지금처럼 계속 고령화된다면 해녀의 수가 급격하게 줄어들어 10년후를 내다볼수 없다는 전망까지 나돌고 있는 실정이다.

#제주 해녀의 55%가 60대, 고령화 '심각'

 

제주도의 해녀는 지난 1966년에는 2만 3000여명, 1970년에는 1만4143명이었다. 그러나 갈수록 수가 줄어들기 시작해 1980년네는 7804명, 1990년에는 5886명, 2000년에는 5789명, 지난해에는 5650명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수치는 1980년대부터 1만명 미만으로 떨어진뒤에도 꾸준하게 감소하고 있는 추세를 보여준다.

해녀들의 고령화 현상도 뚜렷하다.

지난해의 북제주군 해녀들을 연령대로 살펴보면 30대미만이 단 1명으로 나타났고 30대는 27명, 40대는 399명, 50대는 799명, 60대는 1118명, 70세 이상은 580명으로 나타났다.

이는 현재 잠수 활동을 하고 있는 해녀들의 55%이상이 60대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특히 지난 1970년 31.4%에 달했던 30세 미만 해녀의 비율이 지난해는 1명으로 전락했다. 또 70년대에는 50세 이상 해녀가 13.8%였으나 지난해의 경우는 85.4%로 조사됐다.

이같은 추세라면 10년후엔 50대이하의 해녀는 찾아볼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잠수 활동을 하는 최연소 해녀는 잠수활동 3년 경력을 가진 29세 장지숙(조천읍)씨며 최고령은 69년 경력인 87세 박태평(애월읍)씨다.

지난해말 현재 북제주군 해녀는 도내 전체 해녀 5650명중 2924명을 차지해 51.8%로 다른 타시.군과 비교해서 가장 많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

이는 북제주군의 해안선 길이가 99.6km로 49개의 마을이 해안과 접해있는 등 지정학적인 위치때문으로 평가된다.

전세계적으로는 제주 해녀의 경우처럼 맨몸으로 바다에 뛰어들어 어로를 하는 예는 극히 드물며 육지부의 경우는 해녀보다는 해남이 월등히 많다고 한다.

#왜 해녀되기 기피하는가.

이처럼 잠수활동을 기피하는 현상이 심각한 이유는 노동의 강도가 높기 때문이라고 볼수있다.

실제로 해녀들은 잠수활동 중 작게는 타박상을 크게는 심장마비 등으로 사망하는 경우까지 있다. 특히나 대부분의 해녀들은 바닷속 수압때문에 귀가 멀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한다.

이에대해 해녀 이추봉(45, 북제주군 구좌읍)씨는 "물질을 하다보면 크고작은 병을 얻게 된다. 특히나 깊은 바닷속에서 몇시간씩 버텨야 하기때문에 귀가 안좋아진다"며 대부분이 보청기를 사용해야 할 정도라고 말한다.

또 경제적 수입이 예전같지 않다는 이유를 들수 있다.

실제로 해녀들의 경제적 수입을 조사한 결과 지난 2002년 추자면의 경우는 1153만원인데 반해 애월읍은 317만원에 불과해 지역별, 개인별로 편차가 천차만별인것으로 조사됐다.

 더욱이 이러한 수입도 일정치 못해 안정적인 직업을 선호하는 추세에 밀리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씨는 이에대해 "갈수록 교육의 기회가 많아지고 있어 좀더 수입이 많고 안정적인 직업을 택해 어촌을 떠나려 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 밖에도 해녀에 대한 인식이 예전같지 않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예전에는 집안 대대로 해녀를 하는게 당연하게 받아들여졌을 뿐만아니라 제주여성의 강인함의 대명사로 항일운동을 펼치기까지 하는 등 위상이 당당했었다.

그러나 해녀는 전문적인 직업으로 인식되지 못한채 지금까지 이어졌고 그렇기 때문에 지금의 젊은세대들은 해녀를 직업으로 인정하지 않을 뿐더러 해녀가 갖고 있는 문화적.경제적 가치에 대해 무감각하게 됐다는 지적이다.

#문화재로 지정될수 있을까.

해녀들이 급격하게 고령화되고 있다. 이에 북제주군은 다음달 열리는 군향토문화유산 위원회에서 해녀들을 어떻게 보존할 것인지, 어떻게 후세에 전승시킬 것인지 등에 대해 검토해보기로 했다.

그리고 검토한 내용을 바탕으로 도 무형문화재로 지정하는 방안을 건의할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북제주군의회 강영수 의원은 지난달 행정사무감사에서 해녀의 고령화가 심각하다"며 "우선적으로 특정 마을이나 해녀회를 비지정문화재 영역에 포함시킨뒤 보존방안을 강구한뒤 문화재청에 국가문화재 지정을 건의해 나가자"고 강조했다.

이에 북제주군 관계자는 "제주의 해녀는 문화적 상징일뿐만아니라 세계적 관광자원“이라며 ”이를 위해 먼저 비지정문화재 용역부문에 해녀를 포함시킨 뒤 해녀의 문화재적 가치와 보호방안을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문화재로 지정되에는 법적인 근거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현행 제주도 무형문화재의 기준은 연극.음악.무용.공예기술과 기타 사항(의식, 놀이, 무예)으로 한정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만약 해녀가 무형문화재로 지정이 된다해도 해녀의 숙련도.전문성 등을 어떻게 평가할 것이며 누가 평가할 것인지 등에 대해서도 의견이 엇갈린다는 지적이다.

제주도 관계자는 "제주 해녀의 문화를 보존해야한다는 당위성은 인정한다"며 "그러나 현행 규정을 따져보면 문화재 지정이 쉽지 않다“고 말한다.

"해녀는 전문적 직업이다"


제주 해녀의 약 51%가 북제주군에 살고 있다. 그중에서도 구좌읍 하도리는 전체 인구 2300여명중 상시적으로 잠수활동을 하는 해녀수만 277명이어서 명실상부하게 해녀의 마을을 자부하는 곳이다. 현재 구좌읍 전체 해녀의 수는 1018명이다.

구좌읍 하도리에서 가장 어린 해녀인 이추봉(45세)를 만나봤다.

이씨는 결혼을 하기전에는 미용사였다. 그러나 결혼을 하고 나서 하도리에서 자리를 잡은 이씨는 더 이상 미용사로 살아갈 수없었다. 그래서 이씨는 21살때부터 물질을 하기 시작했다.

이씨는 처음 물질을 시작했을때 시커먼 바닷속이 너무 무서워서 그만두려고까지 했었다고한다. 그러나 그 당시에는 누구나 물질을 당연시 하던 때였기 때문에 지금까지 물질을 천직으로 삼게 됐다고 한다. 그래서 지금은 20여년 넘게 물질을 천직으로 삼고 있는 경력자가 됐다.

당시 하도리에서는 집안 대대로 물질을 하는 해녀들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었다. 마땅하게 다른 자원이 부족해 동네 여자들 대부분이 물질로 생계를 유지했다고 한다.

"당시 해녀들은 돈을 많이 벌었다. 그래서 다들 해녀를 하려고 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자신이 가장 어린 해녀가 돼버렸다.“

 하도리에서 가장 나이많은 해녀는 80세 이상이라고 한다.

"어린 사람들은 편한일을 찾아 객지로 나가려고 한다. 집안 대대로 가업처럼 이어져내려오던 해녀의 명맥도 당연히 끊길수 밖에 없다. 자신들이 물질을 해봐서 알기 때문에 자신의 딸이 좀더 편한일을 했으면 바라는 것이다."

이씨는 물질이 얼마나 고된 노동인지 말하며 물질을 하는동안 생명의 위험을 여러번 느꼈다고 말한다. 바다속은 그야말로 생과 사가 오가는 곳이라고 말이다.

또 이씨는 물질을 하는 동안은 항상 어업인들이 쳐놓은 그물이나 어선의 프로펠라 등을 조심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씨는 지금 물질을 해서 버는 수익이 예전에 비하면 턱없이 적어졌다고 말한다. 그래서 젊은 사람들이 물질을 하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도 아직까지는 하루종일 밭에서 일하는 것보다야 많이 번다고 말한다.

"지금 남의 밭에서 하루종일 일하면 여자는 3만5000원정도 받는다. 물질은 하루종일 하지 않고 몇 시간만 일해도 밭일해서 버는 하루일당의 곱절은 번다.물론 예전보다야 훨씬 수입이 줄어들기는 했다.”

예전에는 친구들앞에서 해녀라고 말하지도 못했다는 이씨는 지금은 너무나 자랑스럽다고 말한다.

“해녀가 되고 싶어도 되지 못하는 사람이 수두룩하다. 깊은 바다속의 공포를 이겨낼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

지금은 해녀를 전문직이라고 생각하게 됐다는 이씨는 갈수록 자신감이 생긴다고 말한다.

“잠수복을 입고 있으면 육지 관광객들이 신기해서 쳐다보는 경우가 허다하다. 해녀는 제주의 상징일 뿐만 아니라 관광자원으로까지 되고 있는 것이다”

제주의 해녀는 제주여성의 억척스러움을 상징한다고 이씨는 말한다. 그래서 여든살이 넘도록 물질하는 할머니들을 보면 배울점이 많단다.

이씨는 제주의 해녀가 꼭 문화재로 지정되길 바란다고 소망했다. 물질하는 기술은 전문적일뿐만아니라 고된 노동이기 때문에 정부차원에서 지원을 해줘야 한다는 거다. 더욱이 해녀는 세계에서 전무한 제주만의 상징적 문화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인다.

“만약 해녀가 문화재로 지정된다면 국가에서 해녀를 인정해줬다는 인식이 들것이다. 그렇게 되면 사람들도 해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테고 자신들 스스로도 자부심을 갖고 일을 할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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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팬 2005-08-22 16:51:56
요즘 여자 기자분들의 활약이 두드러집니다. 특히 김정민 기자님의 글은 너무 좋습니다. 읽기 편하고 가려운 부분 박박 긁어주는 시원함이 좋습니다.

최근 들어 제주해녀가 또 다른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신문지나 인터넷상의 많은 언론들은 아직도 들춰내기 기사와, 쑤셔대는 기사, 너무나도 식상한 뉴스들로 가득합니다.

김 기자님, 언제나 참신한 기사 부탁드립니다.

.. 2005-08-22 16:57:42
제주해녀가..무형문화재 되면...좋긴 좋겠다..

정민사랑 2005-08-23 10:58:39
김기자님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