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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보] 강희철 간첩조작사건 재심 '무죄'
[속보] 강희철 간첩조작사건 재심 '무죄'
  • 박소정 기자
  • 승인 2008.06.23 10: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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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대표적인 간첩조작사건 중 하나로 명명되는 제주출신 강희철씨(48)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에 대한 법원의 재심선고공판이 23일 열린 가운데 법원이 무죄를 선고했다.

지난 20년 동안 '간첩'이라는 억울한 누명을 쓰고 옥고를 치렀던 한 젊은이에 대한 인권을 존중하고 명예를 회복하는 판결로 풀이되고 있다.

제주지법은 23일 오전 10시 제주지법 201호 법정에서 강희철씨에 대한 재심 선고공판에서 "이번 사건은 경찰과 검찰에서 작성한 강씨의 조서를 믿을 수 있는지가 쟁점이었다"며 "피고인의 자백 외에는 유죄로 인정할 만한 별다른 증거가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제주지법은 "피고인이 경찰관들이 자백을 강요하며 피고인에게 폭행, 협박, 고문 등 가혹한 행위를 함에 따라 간첩혐의를 인정하게 됐다고 주장했다"며 "피고인을 불법 연행할 당시 피고인이 조총련 계열인 대판조선고급학교를 졸업했고 친적 중에 조총련에 활동한 사람이 있다는 것 이외에 피고인의 간첩협의를 의심할 만한 정보나 확보된 증거가 없다"고 판결했다.

제주지법은 "피고인이 경찰관들로부터 폭행, 협박, 고문 등 가혹행위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대공분실 지하실의 위치 및 내부구조가 피고인의 진술과 일치하다"며 "85일간 불법구금돼 있었던 점 등에 비춰보면 피고인의 주장과 같이 피고인이 장기간 불법 구금을 당한 상태에서 수사 경찰관들로부터 폭행, 협박, 고문 등 가혹행위를 당해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그들의 요구에 따라 허위 진술을 하기 시작했을 개연성이 높음에 따라 무죄를 선고한다"고 판결했다.

#강희철씨 "23년만에 무죄판결 이런날 올줄 몰랐다"

이날 무죄를 선고받은 강희철씨는 강희철씨는 "23년만에 무죄판결을 받아 무슨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이런날이 올줄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며 "도와준 모든 사람에게 돌아다니며 감사의 인사를 전해야 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강씨는 법원으로부터 무죄선고를 받은 후, 이날 제주지법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불법으로 감금된 당시에도 마음고생이 심했지만 재판을 진행하는 과정에서도 마음고생이 많이 했다"고 당시 심정을 토로했다.

강씨는 "재판이 진행되는 일정이 지연되는 것에 대한 원망도 많이 했지만 이를 참고 계속 걸어온 것에 무죄라는 결과를 낳은 것 같다"고 말했다.

강씨는 "진실이 언제가는 밝혀질꺼라는 마음하나로 힘든 싸움을 계속 이어갔는데 오늘 법원에서 현명한 판단을 해주는 감사하고 고마울 따름이다"고 덧붙였다.

#최병모 변호사 "국가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할 것"

강희철씨 '간첩조작'사건 변호를 담당했던 인권변호사 최병모 변호사는 '간첩조작 사건' 무죄 판결과 관련해 "이번 제주지법의 판결은 재심청구 후 첫 무죄 판결로 앞으로 이와 관련 조작된 진실들이 하나둘씩 밝혀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 변호사는 이날 재심선고 이후 제주지법 정문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과거사 정리위원회에 따르면 일본 관련 조작간첩 사건이 100여건에 이르며 그 중 제주도와 관련된 사건은 30%에 이르고 있다"며 "이번 강희철씨 간첩조작 사건 무죄판결은 조작된 진실을 찾는데 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최 변호사는 " 경찰이 멀쩡한 사람을 감금,폭행하고 간첩으로 만든 국가의 과실 사례가 많다"며 "이번 무죄 판결로 인해 독재시절 억울하게 조작간첩으로 몰린 사람들이 무죄를 받을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 변호사는 "아직 강희철씨의 의사는 물어보지 않았지만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희철 간첩조작 사건이란?

강희철 간첩조작 사건은 1975년 당시 15세이었던 강희철씨는 일본에서 교육을 받기 위해 일본으로 밀항한 뒤 불법체류자로 검거돼 1981년 한국으로 송환돼 부산 보안대에서 국가보안법위반 혐의로 고문을 동원한 조사를 받았으나 무혐의로 풀려났다.

그 이후 제주에 거주하면서 호텔에 근무하고 있던 강씨는 1986년 4월 제주도경찰에 연행돼 85일간 불법구금돼 6일간 음식물 섭취를 못하게 하거나 구타와 물고문 등 강압조사를 받았다.

강씨는 체포된 지 132일만에 제주도내 관공서와 주요기관, 학교 등의 위치를 북한에 알렸다는 간첩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돼 구속됐다.

1986년 12월 4일 제주지법은 강씨에 대해 국가보안법 위반혐의 등으로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1987년 9월 8일 대법원에서 형이 그대로 확정돼 13년간 복역하다 1998년 8.15특사로 가석방됐지만 8년간 보안관찰을 받았다.

강씨는 2005년 9월 5일 국가보안법위반 및 반공법위반 등의 확정판결에 대한 재심을 제주지법에 청구했다. 재심 개시 결정이 내려지기 전까지 7번의 심리가 열렸으며 2006년 6월 14일 제주지법이 재심개시를 결정했다. 그동안 간첩혐의로 오랜 옥살이를 했던 강씨에 대한 간첩조작사건을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1심 재판이 진행된 것이다. 재심이 결정된 이후에는 17번의 공판이 진행됐다.

한편, 재심을 청구해 법원의 판결을 다시받은 국가보안법 사건 중 '인민혁명당 재건 위원회 사건'과 '함주명 사건', '김대중 내란음모사건'은 모두 '무죄'로 판결됐다. <미디어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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