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3-01 16:51 (금)
세계자연유산 한라산을 제 자리로
세계자연유산 한라산을 제 자리로
  • 채종협
  • 승인 2008.06.16 15: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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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채종협 제주도 세계자연유산관리본부 한라산국립공원보호 관리부

부끄러운 고백 한가지. 40여년을 제주에 산 토박이로서, 다들 '민족의 명산'   이라고 우러러보는 한라산을 몇 번이나 올랐을까.

두번째 고백. 횟수는 그렇다치고 스스로는 한라산에 어떤 가치를 부여하고 있었을까. 남들이 그러니깐? 한라산을 거론할 때마다 얼굴이 화끈거렸던 두가지 이유다. 불과 몇 개월전까지는 그랬다.

다행이다. 이런 내게 업무적으로 한라산을 밟을 기회가 주어졌으니까. 이런 기회에 한라산을 제대로 공부해볼 마음도 생겼다.

짧은 기간, 한라산을 십수번(?) 오르내리면서 많은 걸 깨달았다. 우선 그동안 한라산을 너무 몰랐다.

사족 같지만, 나는 산 전문가가 아니다. 전문가가 들으면 웃을지 모를 얘기를 하려는 참이다.

한라산은 참 아름다운 산이다. 웅장하면서도 아기자기한 산세가 그렇고, 운무 따위와 어우러져 하루에도 몇번이고 자신의 모습을 바꿀때는 아름답다 못해 황홀하기 까지 하다. 과연 '남한 최고봉' 다운 변신이다. 보는 각도와 위치에 따라서도 한라산은 매번 다른 얼굴을 내민다.

사시사철 옷을 갈아입는 자태는 또 어떤가.

무엇보다 한라산은 천연의 신비를 잘 간직하고 있다. 그만큼 인공이 덜 가미됐다. 예컨대 다른지방 명산 어디를 가나 계곡마다 들어선 음식점을, 이곳 한라산에선 눈씻고도 찾아볼수 없다. 한라산의 가치는 바로 이런데서 더욱 빛나는게 아닐까.

그랬다. 정말 그랬다. 산이란 덩치나 규모로만 따질 게 아니라는 점을!

이젠 이해가 간다. 왜 제주를 찾는 관광객마다 그토록 한라산을 오르고 싶어 하는지, 왜 자주 한라산을 찾는 도민들조차 지겹다 않고 또 한라산에 오르려는지, 정상을 밟은 한 관광객이 '인증메달'을 받아들고 왜 그렇게 애지중지했는지...

'적어도' 나에게 만큼은 그들이 한라산의 가치를 앞서 깨달은 '선각자'였던 셈이다.

이제서야 '비 전문가'의 눈을 조금이나마 뜨게 한 한라산이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세계자연보존연맹이 인정하는 '세계 국립공원', 즉 '내셔널 파크'(National Park)에 도전장을 낸 것이다. 정확히 말하면, 현재 5등급인 한라산 국립공원의 보호등급 분류를 2등급으로 올리려는 시도다. 이 2등급이 바로 '세계 국립공원'이다.

혹자는 의문을 품을 수 있다. 한꺼번에 3계단이나 뛰어 오르는게 과연 가능한 일이냐고.

그러나 한라산은 사실상 세계자연보존연맹의 2등급에 해당하는 관리체계에 오래전부터 놓여있다. 관리는 세계적 수준인데도, 국제무대에선 합당한 가치를 인정받지 못했다는 얘기다. 국내 최초의 세계자연유산 인증은 의구심을 잠재울 수 있는 확실한 근거다.

강조하지만, 한라산의 세계 국립공원 도전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현재의 가치를 그대로만 인정해달라는, 당연하고도 합당한 요구다. 한마디로 한라산을 '제 자리로 돌려놓자'는 것이다.

얼마전 또한가지 부끄러운 경험을 했다. 집단 연수를 왔는지 모르지만, 다른지방에서 온 한 중소기업단체 회원들이 저마다 한손에 쓰레기봉투 하나씩 들고 산을 내려오고 있었다. 혹시나 해서 다가갔는데, 봉투마다 누군가 버린 쓰레기가 담겨있었다. 그 순간, 확인(?)을 하려했던 내 자신이 얼마나 낯뜨거웠는지...

한편으론 “우리 도민들도 하나같이 이런 모습이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빼어난 자태와 황홀경, 천연적인 보전상태 등은 세계공원으로 가는 밑천이다.

최근 공식 출범한 '세계자연유산사랑 도민 서포터즈'는 밑천을 지탱하는 든든한 버팀목이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쓰레기를 줍는 마음’들은 또다른 지원군이다. 

세계 국립공원을 추진하는 주무부서의 한 직원으로서, 한라산의 참다운 가치를 깨닫기 시작한 봉사자의 자세로 온 도민의 소망이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

우리 한라산이 옐로스톤, 요세머티와 같은 세계 유수의 공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날을 고대하면서...


<채종협 제주자치도 세계자연유산관리본부 한라산국립공원보호 관리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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