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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부끄러운 대학생이 될 순 없어요!"
"더 이상, 부끄러운 대학생이 될 순 없어요!"
  • 윤철수 기자
  • 승인 2008.06.09 09: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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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논단]촛불정국(2)-'늦깍이 동참' 대학생들의 자성

"동맹휴업 커녕 대자보 하나없고, 정말 화가 나요."
"대학생으로서 정말 부끄럽게 생각한다."
"20대 왜 안와요?"…"취직 준비 하느라요"

제주시청 어울림마당에서 매일 저녁 촛불문화제가 진행될 즈음이면 어김없이 나오는 얘기가 대학생들의 참여문제다. 대학생들을 이해하는 시민들은 '취업준비 때문에..'라는 얘기를 하며, 그들을 두둔하려 한다.

지난 5일 제주 촛불문화제에서도 20대의 참여문제가 나왔다. 그들은 왜 침묵하는 것일까. 어느 이의 두둔하는 얘기처럼 정말 취업 때문일까. 그러나, 차라리 그러한 이유 때문이었으면 좋겠다는 반응들이 나왔다. 그날 촛불문화제를 마치고 밤 9시를 전후해 대학로 거리로, 그것도 여고생들이 맨 앞에 서서 '대학생도 함께해요'라는 구호를 외치며 거리행진을 벌였다.

이곳의 '밤문화'는 뜨거웠다. 한편에서는 광우병 쇠고기 규탄을 하고 있을 즈음, 이곳에서는 '술 문화'가 열을 뿜고 있었다.

이 때문인지, 7일 저녁 촛불문화제에서는 또다시 대학생들의 참여문제가 불거졌다. 사회자가 대학생 참여자들은 손을 들어보라고 했다. 그러나 그리 많지 않았다. 또다시 계속되는 20대에 대한 자성 촉구 목소리. 한 대학생이 "정말 부끄럽다"고 고백했다.

'오버랩'.
1987년 6월 중순쯤.
6월10일을 전후해 육지부에서는 대규모 시위가 연일 계속되고 있었지만, 제주대에서는 이렇다할 시위가 없었다. 극히 평온한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었다. 오죽했으면, 제주의 전경들이 모두 육지부로 차출돼 올라갔을까. 당시 제주대학교의 경우 6월22일부터 26일까지 기말시험이 예정돼 있어 대다수 학생들은 도서관에서, 강의실에서 시험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이 때, 제주대 학생운동권에서는 1, 2학년을 중심으로 한 '비판의 목소리'가 들끓기 시작한다. 시국이 이런데, 왜 제주만 평온한 분위기가 연출돼야 하냐는 것이었다. 이러한 비판의 목소리는 결국 학생운동권 지도부를 압박했고, 결국 6월21일부터 시작되는 대규모 가두시위를 이끌어낸다. 6월항쟁은 제주에 있어 결코 '무임승차'가 아니었다. 당당히 항쟁의 주체로 나서, 국민적 승리의 대열에 동참한 것이었다.

2008년 6월10일, 6월 민주항쟁 21주년을 하루 앞두고, 대학가에서는 자성의 목소리가 다시 터져 나오고 있다. 제주대 3학년의 김리나 학생(미디어제주 2008년 6월5일자 '동맹휴업 커녕 대자보 하나없고, 정말 화가 나요')의 '외로운 투쟁' 때문인지, 대학가가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광우병 쇠고기에 대한 대자보는 커녕 현수막 하나 없던 제주대 교정에는 휴일인 8일 검은색 현수막들로 가득차 있다. 학생회관내에는 근조 표시의 태극기와 함께, 국민건강이 말살될 위기에 처했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분향소와 비슷한 홍보부스가 설치됐다.

제주대 총학생회를 비롯한 단과대학 학생들로 구성된 중앙운영위원회가 발벗고 나선 것이다. 더 이상 시대적 상황을 외면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10일 저녁에는 제주시청 앞 촛불문화제에 참가하자는 현수막도 내걸렸다.

6월10일. 이날은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정말 의미있는 날이다. 1987년 당시 서귀포항쟁을 주도했던 청년 주역들이, 10일 서귀포시에서 6월항쟁 21주년 기념행사와 더불어 대규모 촛불시위를 계획하고 있다.

'청년이 서야, 나라가 산다'는 말이 있듯이, 대학생들의 '늦깍이 동참'이지만 '제주의 촛불'은 점차 그 위력을 더해가고 있다. <미디어제주>

<윤철수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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