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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권, '아직도 분위기 파악 못했나'
이명박 정권, '아직도 분위기 파악 못했나'
  • 윤철수 기자
  • 승인 2008.06.09 08: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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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논단] 촛불정국(1)-정부부터 '자기반성'해야

한달 넘게 계속되고 있는 촛불문화제는 그 열기가 식을 줄 모르고 있다. '배후세력'과 '괴담'으로 국면을 전환해보려는 분위기 파악 못하는 정부 덕에 그 참가자는 더욱 늘어나고 있다. 수천명에서 수십만명에 이르기까지, '국민의 힘'은 실로 놀라울 정도다. 왜 그럴까.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 중 큰 이유 중 하나는 앞서 말한 '분위기 파악 못한 정부' 덕이 크다.

국민들은 거리로 내몰고 있는 것은 바로 정부다. '값싸고 질 좋은 고기를 우리 국민들도 먹을 수 있어야 한다'는 상식이하의 발언은 이 나라 정권의 실체를 그대로 보여준다.

대통령의 입에서, 국무총리 입에서 담화라는 명목으로 '괴담'이라는 표현을 서슴없이 행하며, 국민의 눈을 속이려 하고, 귀를 막게 하려는 구시대적 행태들이 국민의 저항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여기에 '괴담'을 확성기에 퍼다 나르는 보수언론. 비상식이 마치 상식인 것 처럼 행세를 하다 제 스스로 무덤을 판 격이다.

결국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 곤두박질과, 갈수록 더해가는 '반 이명박' 함성이 정권의 '입'을 조금 얌전하게 만들어 놓은 듯 하다. 그러나 아직도 정부는 분위기 파악이 안된 모양새다.

한 나라의 대통령이라는 사람이 종교 지도자들과 만나 촛불문화제의 배후에 친북좌파세력이 있다는 말을 서슴치 않고 있다. 국민을 섬기겠다고 약속한 대통령이, 촛불문화제에 터져나오는 국민의 분노를 '친북좌파세력'의 배후로 정국을 호도하려 하고 있다니, 할 말을 잊게 한다.

한승수 국무총리를 비롯한 청와대 수석들이 사의를 표명했다고 한다. 그러나 8일 발표된 정부의 담화발표 내용을 곰곰히 되새겨 보면, 그들이 진정 자신의 잘못을 알고 사의를 표명한 것인지 의심스러울 따름이다. "폭력의 정도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최근 시위가 과거처럼 격렬하고 폭력적인 양상으로 변질되는데 국민으로부터 법질서 확립의 책무를 부여받은 정부로서는 심각한 우려를 금할 수 없다."

"경찰버스를 밀어내거나 끌고가고 점거ㆍ파손하는가 하면 시위현장에 사다리와 밧줄에 이어 이번 주말에 급기야 쇠파이프까지 등장해 시민과 경찰 수백명이 다쳤다. 불법ㆍ폭력시위로 사회적 혼란이 가중된다면 법과 질서를 지키기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다."

담화문 내용 어디를 찾아봐도, 자신들이 잘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슬쩍 빼놓고 있다. 자신들은 아무런 잘못도 한게 없고, 무지하고 폭력적인 국민들이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는 주장이나 매 한가지다. 더욱이 공안당국은 쇠파이프·각목 등이 난무하는 극렬 폭력 시위나 국가 주요시설 진출 시도가 있을 경우 물대포를 다시 사용할 수 있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는 주객이 전도되도 한참 잘못 전도된 발상이다. 촛불문화제에 언제부터 쇠파이프, 각목 등이 난무했는가. 집회를 과격하게 유도한 그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가. 원인유발은 분명 정부다. 그 첫번째가 국민들의 외침을 무시하며 '괴담'이나 '배후세력' 운운으로 타개하려 한 잘못이다. 그리고, 평화적으로 집회와 시위를 하는 국민들을 과거 군사독재정권에서 처럼 공권력으로 짓밟으려 한 것이 그 두번째 잘못이다.

국민들에게 자제를 호소하지 말고, 국민들에게 '영어몰입교육'을 하라고 강요하지 말고, 소위 떼부자 혹은 '강부자'로 일컫는 부자 내각, 부자 수석들부터 제대로 관리를 하는 것이 급선무다. 광우병 쇠고기 파동이 왜 이처럼 커졌는가. 촛불문화제에 참가한 시민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더욱 열받게 하는 것은 정부가 진실되게 행동하지 못하고, 거짓으로 자꾸 국민을 속이려 하기 때문이라고.

2008년 5월과 6월의 함성이, 왜 1987년 6월의 함성과 오버랩 되는지, 이명박 정부는 아직도 상황 파악이 안 되었는가. 촛불집회에서 폭력을 휘두른 참가자에 대한 사법처리 운운하기 전에, 국정에서 제대로 일하지도 못하고, 무능력한 관료들에 대한 검증부터 거쳐야 할 것이다.

"이명박은 물러나라" "폭력정권 심판하자"는 등 1980년대 민주화 운동 시절에 나올 법한 구호들이, 왜 21년이 지난 지금 울려퍼지고 있을까. 정부는 자기반성부터 해야 한다. <윤철수 대표기자 / 미디어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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