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일, 시민단체와 제주대병원노조의 우려의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제주대학교 병원은 선택진료제를 시행했다.
선택진료제란 환자 또는 보호자가 전문의사를 선택해 특화된 진료를 받는 제도다.
이로써 병원은 합당한 비용을 추가로 받겠다는
취지다.
우수 인력 확보와 최신 의료장비도입을 통한 의료 서비스 질 향상이란 명분으로 이 제도는 시행되고 있다.
얼마전까지만 하더라도 제주대학교병원의 선택진료제 시행 여부는 제주사회의 가장 큰 화젯거리였다.
그러나 이 문제는 지난달 행정구조개편에 따른 주민투표 현안에 가려져 그늘진 구석에 자리하게 됐다.
그래도 선택진료제 도입저지를 위한 공동 대책위는 계속적으로 시내 중심가를 돌며 거리 선전전, 서명운동, 유인물 배포 등의 활동을 하고 있고 병원측도 긴장의 고삐를 내려놓지 않고 있는 상태다.
최근 제주대학교병원 앞에서 천막농성중인 보건의료노조 제대병원지부 김효정 지부장을 만났다.
천막농성을 벌인지 38일째 되는
날이었다. 김 지부장은 더운열기 가득한 천막안에서 요즘 근황을 들어봤다.
▲불만사례 하루 1~2건씩 들어와
김 지부장은 지금도 선택진료제 시행에 따른 불만사례가 끊임없이 들어오고 있는 상태로 하루 평균 1~2건의 불만사례가 접수되고 있다고 했다.
더욱이 선택진료제를 신청해서 수술을 받아야 한다고 환자에게 말하면 환자들이 다른 병원으로 가겠다고 하는 사례도 빈번하다고 전했다.
선전홍보용 피켓을 관심있게 지켜보던 환자를 만나서 얘길 들어봤다. 자신은 선택진료제로 치료를 받고 있지는 않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선택진료제에 대해서는 어느정도 잘 알고 있다고 답했다. 조심스럽게 선택진료제 어떻게 생각하는가 물어봤다.
“글쎄, 안좋다는 건 인식을 하겠다. 하지만 막상 병원측이 나에게 선택진료제로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얘기한다면 환자 입장에서는 어쩔수 없지 않을까 싶다. 다른 방법이 없지 않은가.”
지난달 4일 한 환자는 의료비용 산출시 검사료의 25%, 마치료의 50% 추가 비용받던 것을 환급받을 수 있었다.
이 환자는 선택진료제에 대한 아무런 공지도 받지 못한 상태에서 의료비가 추가돼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김 지부장은 “아무런 공지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비공식적으로 시행되고 있다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아직 스스로 체감하지 못하는 환자들은 자신의 일이 아니니 먼산 불구경하듯 무관심하다고 말한다.
김 지부장은 “환자들 입장은 난감할 수 밖에 없다. 자신들이 병원 진료를 받아야 하는 상황에서 의사들에게 싫은 소리를 할 수는 없지 않느냐”며 “그래도 어떤 환자는 직접 농성장으로 찾아와 선택진료제에 대해 물어보기도 하고 반대의견을 표명하며 격려를 아끼지 않는다”고 말했다.
▲병원측 “의료서비스 향상 위해 필요”
제주대학교병원측은 환자 또는 보호자가 전문의사를 선택해 특화된 진료를 받게 하는 제도인 선택진료제 시행의 가장 큰 이유로 질 높은
의료서비스를 제시하고 있다.
이를 통해 합당한 비용을 받고 이 비용으로 우수 인력 확보와 최신 의료장비 도입을 하겠다는 방침이다.
병원측은 진료과목마다 비선택 진료의사를 함께 둬 환자의 의사선택권을 보장하고 도민의 경제적 여건을 고려해 선택진료비는 법적 허용범위의 2분의 1만 적용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환자의 사전 동의를 받지 않고서는 선택진료비를 부과하지 않고 응급환자와 경제적 취약계층의 경우 선택진료제에서 제외키로 했다.
선택진료제가 환자들의 의사선택권을 보장하는 순기능적 요소도 있다”며 “공공 진료 부문의 점진적 확대가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병원의 한 관계자는 “선택진료제 시행으로 우수 진료 인력을 확보와 최신 장비 도입으로 의료서비스의 질이 향상될 것”이라고 말했다.
병원측에서는 또 선택진료제가 다른 타지역의 대학병원에서도 이미 도입돼 잘 시행되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주장한다.
▲타지역 병원도 여전히 표류중
그러나 김 지부장은 이에대해서도 강력히 반박했다.
“어떤 선진국에서도 시행되고 있지 않으며 타 지역의 병원 노조도 끊임없이 선택진료제
철회를 외치고 있는 실정이다. 전국적 병원노조 차원에서 이를 반대하고 있다.”
또 김 지부장은 “지금의 제주대병원은 아직 갈길이 먼
국립대병원”이라며 “다른 타 지역의 국립대학병원과 비교해 선택진료제를 운운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김 지부장은 또 의사들이 제주대병원에 머물러있고 싶어하지 않고 좀더 큰 타지역의 대학병원으로 옮겨가고 싶어한다고 주장했다. 의사들 스스로가 제주대병원을 자신의 목표점에 다다르기 위한 하나의 ‘중간 단계’같은 병원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선택진료제 시행 첫달 선택진료수입 1200만원
대책위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선택진료제가 시행된 후 선택진료제에 따른 제주대병원의 수입은 약 1200만원 정도라고 한다.
이와관련해, 김 지부장은 “환자들에게 환급된 비용을 뺀 그야말로 최대로 압축되서 발표된 수입액이다. 그렇지 않았으면 병원수입은 상당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대책위가 선택진료를 받은 한 환자의 영수증을 살펴본 결과 선택진료비 시행전에는 10만175원이었던 의료비가 선택진료비가 시행된이후에는 21만9830원으로 120%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선택진료제 철회 ‘외로운`투쟁’
병원측은 천막농성중인 대책위에게 지난 1일 전기를 끊어버리겠다는 공문을 보내기도 하고 5일 아침에는 홍보용 피켓을 철거하라고 해 1시간동안 실랑이가 벌어졌다고 한다.
김지부장은 “병원측도 우리가 이렇게 오랫동안 천막농성을 펼칠 줄은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요즘 언론들도 선택진료제에 대한 관심이 너무 시들하다”고 지적했다.
그리고는 대뜸 “행정구조 개편 주민투표도 끝났는데 이제는 선택진료제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 달라”고 강조했다.
김 지부장은 한 달여동안 천막을 지키며 주위의 안타까운 시선에도 불구하고 지금껏 자리를 떠나지 않고 있었다.
오히려 김 지부장은 선택진료제 철회를 위해 꿋꿋하게 천막을 지킬 작정이었다.
지난달 도지사와의 면담에서도 뚜렷한 방향점을 찾지 못한 대책위는 앞으로도 계속 선택진료제의 철회를 요구하며 천막농성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병원측도 타 지역의 대학병원 사례를 들어 대책위와의 긴장을 놓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팽팽한 의견대립 귀추 주목
시민단체들과 병원노조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강행으로 도입된 선택진료제.
제주대학교병원측은 이 선택진료제가 도민들에 대한 진료의 질을 높이는 동시에 의료서비스를 개선할 수 있는 길이라고 항변한다.
이에반해 노조를 비롯한 대책위에서는 선택진료제는 결국 제주도민들의 의료비부담만 가중시킬 뿐이라며 이의 철회를 강력히 촉구하고 있다.
선택진료제 철회를 둘러싼 병원측과 노조측의 팽팽한 의견대립이 향후 어떤 합의점을 도출하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정정합니다.
제주대병원이 7월 한달 선택진료제에 따른 진료비수입이 약 1200만원인 것으로 정정합니다.
도민들의 많은 관심을 부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