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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 목소리 외면한 제주도의 '엉뚱한 행동'
농민 목소리 외면한 제주도의 '엉뚱한 행동'
  • 박소정 기자
  • 승인 2008.05.13 15:5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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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취재파일] 쇠고기 수입 농민들의 절박한 '투쟁'

소외를 받거나 억울한 상황에 놓인 사람들. 소리 높여 외쳐봐도 들어주지 않는 현실에 이들은 머리를 깍는다. 자신의 머리를 자라내면서 항거한 방법인 '삭발'. 머리를 깍는 것은 자신의 각오를 보여주기 위한 일종의 시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예전 1980년대 많은 이들은 사회민주화가 정착되기를 바라는 마음에 공권력에 대항하는 방법으로 삭발투쟁이 많이 이뤄진 적도 많았다.  또, 지난해에는 한미FTA감귤대책위원회에 소속된 대학교수와 농협 본부장 등 농업인단체장들도 제주도청에서 삭발을 했던 적이 있는데 이렇게 '삭발'은 자신의 목소리를 보여주기 위한 하나의 자기표출방법으로 자리를 잡게됐다.

오늘(13일) 또다시 진행된 제주 농업인단체장들의 삭발은 보는 이로 하여금 착잡한 심경을 갖게 했다. 아무리 외쳐도 받아주지 않는 현실에 제주농민들은 '삭발'로 그들의 심경을 표출했다.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으로 성난 민심. 유독 직접적 당사자이자, 경제적 논리로 피해자라고 할 수 있는 축산농가들 뿐만이 아니다.  검역주권 포기, 괴담으로 치부되는 광우병 위험, 그러한 것들을 묵살하는 정부의 행태에 성난 시민들이 울부짖고 있다. 그 울부짖음을 알리기 위해 거리로 나왔는데, 오늘 제주도당국이 보여줬던 '엉뚱한 행동'은 보는 이로 하여금 빈축을 사게 했다.

제주도당국은 이들이 삭발까지 결심하게 된 그 배경에 대해 이해못했던 것일까.

오늘 집회는 종전에 집회와는 성격상 차이가 있다. 물론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를 기본골자로 진행되었지만, 제주도가 직면하고 있는 감귤문제 등 한미FTA국회비준을 목적에 두고 이에 실질적으로 영향을 받을 제주축산농가, 소비자 등 순수한 서민들의 요구를 전달하기 위한 자리였다.

그런데 제주도당국은 이날 기자회견 겸 가진 투쟁선포식을 일종의 '시민단체의 집회'로 생각했는지, 이들을 대하는 그들의 태도는 정말 냉정하다 못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집회 관계자가 앰프시설의 작동을 위해 전기 콘센트를 사용하겠다고 하자, 이를 거부한 제주도당국의 행동을 보며, 기자회견을 준비 중인 집회 관계자는 물론, 이 상황을 지켜봤던 취재진들도 어리둥절해 하는 모습이었다.

이미 전국적으로 미국 쇠고기 수입 문제와 한미FTA협상 문제에 대해서는 국회 차원의 청문회 뿐만 아니라, 촛불을 들고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오고 있는 상황인데 제주도당국은 과연 이 문제에 대해 얼마나 고민하고 있을지 의문스럽기만 하다.

더욱이 이번 제주도 당국의 행동은 며칠전 정부의 미국 쇠고기 안전성을 두둔하는 보도자료를 배포해 구설수에 올랐던 일과 연계되면서 곱지 않은 눈길이 쏠리고 있다.

또, FTA 반대입장을 밝히겠다는 제주축산농가들에 대해 현관문을 단단히 걸어잠그고, 그것도 모자라 전기콘센트 사용하겠다는 것 마저 배려하지 않는 제주도당국의 모습은 '반감'을 가진 것처럼 비춰질 수밖에 없다.

삭발까지 하며 울부짖는 그들의 함성을 외면한 제주도당국의 '인색한 배려'에 대해, 이 소식을 접하는 제주도민들은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미디어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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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 2008-05-15 07:30:38
어떻게 이런 작태를 보일 수가 있단 말인가.보듬어 안아 같이 고민하고 서로 해결책을 모색해도 모자랄 판인데.....책임자는 즉각 사죄하고 농가들에게 대안을 제시하라.....더불어 살아보자.....000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