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3-29 16:48 (금)
'괴담'에, 확성기는 누가 달았나
'광우병 스테이크'는 미담(美談)?
'괴담'에, 확성기는 누가 달았나
'광우병 스테이크'는 미담(美談)?
  • 윤철수 기자
  • 승인 2008.05.09 09:23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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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논단] 쇠고기 문제 사회혼란, 누가 주범인가?

"우리 국민도 값싸고 질 좋은 쇠고기를 먹을 수 있어야 한다."
이 말은 지난달 미국 순방을 마치고 귀국하던 길에 들른 일본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이다. 한미 쇠고기 협상 타결 직후 이뤄진 '대통령의 말씀' 치고는 사실 충격적이다.

어쩔 수 없이, 미국과의 돈독한 관계유지를 위해 어쩔 수 없었다며 국민들을 설득하려 했다면 차라리 이해가 쉬웠을 것이다. 왜 쇠고기 협상을 서둘러 타결 지을 수 밖에 없었는지 진솔되게 해명했다면,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누리꾼들의 분노는 지금처럼 확산되지는 않았을런지 모른다. 최소한 지난날 악몽을 떠오르게 하는 '탄핵'이란 단어는 다시 도출되지 않았을런지 모른다.

그러나 한미 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시점에서 터져나온 한미 쇠고기협상 타결 소식. 진실이 무엇이든 TV를 통해 비춰진 이명박 대통령의 박수치는 모습. 그리고 '값싸고 질좋은 쇠고기를 우리 국민도 먹을 수 있어야 한다'는 이 대통령의 모습. 그의 모습을 십분 이해하는 국민들이 어느 정도 존재할지 몰라도, 반감을 갖기에 충분함이 있었다.

반감을 자초한 것은 이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관료다. 처음부터 일관성있게 '광우병'에 대해 해명을 했더라면, 또한 협상을 서둘러 타결할 수 밖에 없었던 실제 이유에 대해 진솔하게 설명했더라면, 지금처럼 일파만파로, 겉잡을 수 없을 정도로 정부에 대한 반감이 커졌을까.

정부와 집권여당 관계자들의 '코미디식 발언'은 하루가 멀다하고 터져나온다. 수입쇠고기를 실컷 먹으라는 얘기에서부터, 광우병에 걸린 소의 등심스테이크를 먹어도 절대 안전하다고 강조하는 한나라당 심재철 의원의 발언.

"광우병 걸린 소일지라도 그래서 등심스테이크도 해 먹을 수 있고, 우족탕, 꼬리뼈 곰탕 모두 안전하다는 것...."

광우병에 걸린 소의 등심스테이크를 먹어도 괜찮다는 심 의원은 얼마나 맛있게 잘 드실까. 그의 발언을 전해들은 촛불을 든 민심은 '한번 먼저 시식을 해보시라'는 충언을 아끼지 않는다. 그의 발언은 과장됨이 없는가. 심 의원이 광우병 소의 고기를 시식하는 장면을 생중계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고 다운이 거듭된 심 의원의 홈페이지는 현재 접근이 차단된 상태라고 한다.

이것도 부족해, 지금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은 정부와 소위 공안기관의 '신공안 정국'으로 몰아가려는 위험한 발상이다. '유언비어'이니, '괴담'이니 하면서, 국민들의 의사표현의 자유를 통제하려는 시도를 보이고 있다. 이번 참에 아예 인터넷문화를 억압하려는 시도까지 보이고 있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괴담'과 '유언비어'가 그들이 말하는 것처럼 일부 몰상식한 시민단체 혹은 야당, 혹은 불순세력이 의도적으로 퍼뜨리는 것일까.

그러나 찬찬히 전후과정을 살펴보면 '괴담'이 무엇인지, '유언비어'가 무엇인지, 아무것도 몰랐던 국민들이 이를 알게 된 것은 소위 내로라 하는 메이저 신문들, 그리고 어쩌면 그것을 바랐던 정부가 합작해낸 결과는 아닐까. 마치 서로 짜맞추기라도 한듯, 일제히 '인터넷괴담'을 부각시키는 언론들.

그리고 말끝마다 '유언비어'와 '괴담'을 좌시하지 않고 엄정대처하겠다고 밝히는 정부 관료. 8일 한승수 총리 역시 엄정 대처를 강조했다. "정부는 허위사실을 유포하거나 불법집회로 국민을 불안하게 하는 행위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대처하겠습니다."

정말 기가 막힐 따름이다. 완전한 주객전도다. 잘못한 사람이 되레 큰 소리를 치고 있는 격이다. 아니, 위협에 다름없다. 정권초기 관료인선에서부터 자충수를 두어온 이명박 정부가, 쇠고기 협상에서 보여준 오락가락한 해명과 '어설픈 반박논리'로 분노를 사게 하면서 반감을 키우더니, 이제와서 그 반감을 막으려고 역공을 펴고 있는 것에 다름없다.

정부는 혹, 지금 쇠고기 협상에 반발하며 촛불을 켜는 이들의 주장을 묻혀들기 위해 '괴담'이나 '유언비어'로 물타기를 하고 싶어 이런 일부 보수언론의 '괴담'보도를 바라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그리고 쇠고기 문제 등과 관련해 인터넷과 휴대전화로 허위 사실을 퍼뜨리고 불법 집회 참가를 독려한 주동자를 가려내 형사 처벌하기로 했다는 검찰과 경찰의 행태는 또 무엇인가. 검찰과 경찰은 최근 쇠고기 문제 등과 관련해 인터넷과 휴대전화로 허위 사실을 퍼뜨리고 불법 집회 참가를 독려한 주동자를 가려내 형사 처벌하기로 했다.
 
뿐만이 아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문화제를 불법 집회로 보고 주동자를 형사 처벌하겠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디지털 정보화시대에 이런 구시대적 강권통치 사고가 어떻게 나올 수 있을까. 화염병을 던지고 폭력을 동반한 과격한 시위에 엄정 대처하겠다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사회혼란을 목적으로 한 악의적 의견유포는 그렇다고 치자. 하지만 정부와 검경의 이러한 발표는 그 자체만으로도 인터넷사회의 의사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공포분위기' 조성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

마치 과거 군사독재정권시절, 반정부 내용을 담은 유인물을 만들어 배포하거나, 반정부 구호를 외치면 '유언비어 날포죄'라는 경범죄로 집어넣던 그 방식과 지금의 '위협'은 무엇이 다른가.

광우병의 위험성까지 '괴담'과 '유언비어'라는 명분으로 '탄압'을 가하고자 하는 비겁한 정부를 과연 우리 국민들이 용인할까. 광우병 걸린 소로 등심스테이크를 만들어 먹어도 아무런 이상이 없다는 말은 '괴담'이 아닌가.

인터넷 '탄핵 카페'에서 진행 중인 이명박 대통령 탄핵 서명은 100만 명을 넘어섰고 청계천 광장에선 연일 수만 개의 '미국산 쇠고기 반대' 촛불이 켜지고 있다고 한다.

결론적으로 국민적 분노를 사게 한 장본인은 이명박 정부다. 또 '괴담'과 '유언비어'의 최초 발단이 어디였는지 모르지만, 확산되도록 '매개체' 역할을 한 것도 일부 보수언론과 정부에 그 책임이 있다. 그들이 어쩌면 이단계유통(2-step flow model)의 '확성기'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런데도 공권력을 동원해 '엄포'를 넣고 국민적 불안을 조장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 '괴담'이 무서운게 아니라, 확성기처럼 더욱 확산하도록 하는 정부의 '광우병 괴담 엄정처벌'이란 말이 더 공포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누가 사회를 혼란스럽게 만들고, 사회분열을 초래하게 하는지, 이명박 정부는 스스로를 먼저 돌아봐야 할 것이다. <윤철수 대표기자 / 미디어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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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정정하셔야할것 2008-05-10 09:40:03
본 기사는 명백히 허위사실에 입각한 기사입니다. 심재철의원은 광우병쇠고기를 먹으면 된다고 하지 않았습니다. 만에 하나 광우병에 걸린 소라 할지라도 위험요소 SRM만 제거하면 안전하다고 했습니다. 이같은 심의원의 말이 타당함은 5월 7일 청문회에서 강문일국립검역원장이 한 걸음 더 나아가 "광우병걸렸어도 위험요소만 제거하면 날것으로 먹어도 안전"이라 했고 5월 8일 서울대수의가 이영순교수도 이를 사실이라 함.

rhlehka 2008-05-09 13:07:40
스테이크 잘도 먹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