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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녀문화의 성공적인 계승을 바라며
해녀문화의 성공적인 계승을 바라며
  • 김순형
  • 승인 2008.05.01 09: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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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김순형 서귀포시청 해양수산과

어렸을 적 엄마가 들려주신 이야기들 중 가장 인상 깊은 이야기가 바로 인어공주 이야기이다. 왕자를 향한 사랑 때문에 결국 물거품이 되고 마는, 너무 예쁘지만 어찌 보면 너무나도 연약한 모습의 인어공주...

해양수산과에 근무하여 해녀물질공연을 담당하면서 자연스럽게 해녀들을 많이 접하게 됐다. 인어공주처럼 물속을 자유자재로 노니지만, 인어공주와는 많이 다른 모습인 해녀. 햇볕에 그을려 검어진 피부와 짙은 주름, 싸우는 거 아니냐고 오해를 받을 정도로 크고 공격적인(?) 목소리와 말투. 내가 본 해녀들의 공통적인 모습이다. 그래서 처음엔 나한테 화내시는 거 같아 쉽사리 말을 걸어볼 용기도 나지 않았었다.

그러나 차차 늘 거친 바다와 거친 바람과 싸우며 자연스레 목소리가 커질 수 밖에 없다는 걸 알게 되었고, 그들과 대화를 나눌 땐 나 역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이렇게 우리 제주의 어머니 해녀는 가족을 향한 사랑으로 오히려 더욱 강인해지고 억척스러워 질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경작할 수 있는 땅이 한정 되 있을 뿐만 아니라 토질 또한 척박한 반면, 4면이 바다로 이루어진 제주에서는 바다로  나가 삶의 근거를 찾을 수밖에 없었고, 깊은 바다에 뛰어들어 해산물을 채취하여 가족들이 아이들이 먹을거리를 마련하여야만 했다.

한창 꽃다운 나이 15~16세에 본격적으로 바다에 뛰어들어 평생을 바다와 함께 생활하는 것이다. 그래서 수줍고 연약한 소녀도 점점 거칠고 강인한 여전사로 변해갔다. 하지만 나는 물거품이 되고 마는 연약한 인어공주보다는, 오히려 깊고 깊은 물속에서의 두려움을 스스로 참아내는 용감한 여전사 우리 해녀를 더 닮고 싶다. 그들의 검은 피부가, 짙은 주름이, 큰 목소리가 더 아름답지 않은가.

그렇지만 안타깝게도 이런 해녀 문화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 먹을거리가 다양해지고 생활형편이 좋아지면서 사람들은 점차 편리함을 추구하게 되었고, 여성의 교육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젊은이들이 기피하는 직업이 되어 그 전통을 계승할 해녀인구가 점차 줄어들게 된 것이다.

그래서 우리 해양수산과에서는 해녀문화 전승의 일환으로 해녀의 물질모습을 직접 볼 수 있는 해녀물질공연을 진행하고 있다. 유네스코 세계자연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성산일출봉에 위치한 우뭇개 해안에서 성산리 어촌계 해녀들과 함께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해녀들이 테왁을 들고 바다에 들어가는 모습과 해산물을 채취하여 나오는 모습 등을 직접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그들이 직접 잡은 해산물을 맛 볼 수 있는 뜻 깊은 자리가 마련되어 있다.

이렇게 소소하나마 제주를 찾는 국내.외 관광객에게 해녀문화를 전파시키고 해녀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켜서 더 나아가 해녀문화를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시키는 데 일조 할 수 있다면, 해양수산과에 근무하는 한 사람으로서, 제주의 딸로서, 그 만큼 보람 있는 일이 없을 것 같다.<미디어제주>

<김순형 서귀포시청 해양수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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