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16 17:37 (화)
자신의 '욕망'에게 헛손질 하다
자신의 '욕망'에게 헛손질 하다
  • 김정민 기자
  • 승인 2005.08.01 18:0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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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문예회관서 이달 5일까지 강문석 개인전

단단히 움켜쥔 사내의 손. 누구에게도 빼앗기기 싫은 달콤한 사탕을 쥐고 있나보다.
사내의 팔뚝은 이그러질 만큼 핏줄이 섯다.

또 다른 큼직한 손은 자신의 심장을 파고드는 듯 하면서도 자신의 상처를 보듬는 듯하기도 하다. 팔뚝살이 씰룩씰룩해보이고 온몸은 긴장하고 있는 듯 지나치게 힘이 실려있다.

이 작품들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 걸까. 새삼 궁금해져 작가를 직접 찾았다.

지난달 31일부터 이번달 5일까지 제주도문예회관 제2전시실에서 열리는 '강문석 개인전'은 공간을 차지하는 조각품들이 무게있게 메워져 있었다.

조각가 강문석씨는 작품마다 '욕망'이라는 이름을 달아놓았다. 총 9점 모두 '욕망'을 주제로 한 연작이다.

어린아이 키 만한 크기의 현무암 작품을 비롯 매끈한 대리석.홍석.브론즈에까지 다양하게 작품을 내놨다.

작가는 작품수가 수적으로는 적지만 상대적으로 기울여야 하는 노력의 댓가는 상당한 듯 1년의 준비기간이 들었다고 말한다.

"욕망이요? 정의를 내릴 순 없죠. 현실적으로는 욕망이라는게 필요하면서도 불필요한 부분이 있으니깐. 작품은 자신의 손으로 자신을 자해한다고 보이면서도 자신을 보호한다고 느껴지기도 하죠. "

그는 긴장이 풀린듯 옆으로 기대 누워있는 여체의 뱃살속에 욕망을 집어 넣기도 했다.

 뱃살이 한쪽으로 쏠려 있어 감추려고 해도 감춰지지 않는, 감추고 싶은 여자들의 뱃살을 욕망덩어리로 만들어냈다.

다른 작품에서는 두 손이 뒤엉켜 욕망에 대한 강한 집념을 드러내기도 한다.

욕망이라는 것은 서로 뒤엉킬 수 밖에 없다는게 작가의 생각이다. 엉켜있는 두 손은 지나치게 거칠게 표현돼 강렬하게 관객을 사로잡는다.

다른 작품속 손은 어떤 무언가를 갈망하는 듯 팔을 뻗고 있기도 한다. 우리가 꿈꾸는 욕망을 향한 몸부림일지는 모르지만 간절하고 길게 뻗은 손에는 이미 욕망이 한가득이다.

그래도 욕망은 가질 수없는, 그러기에 더 갖고 싶은 헛것에 불과하지 않을까.

제주의 거친 현무암으로 사내의 몸통을 조각한 그는 돌이 갖고 있는 긴장감이 특히나 매력적이라고 말한다.

 투박해보이는 돌이란 소재는 자칫하면 엉망이 되기 때문에 민감하게 작업을 해나가야 한다고 말한다.

제주의 상징적 돌인 현무암은 디테일한 묘사가 어려워 등치큰 작품으로만 탈바꿈됐다.

현무암은 크기와 무게로 중압감을 느끼게 하면서 작품속 검은 '욕망'을 그려내는데 적격이었다.

또 그는 가녀린 여체를 흰색의 부드러운 대리석으로 만들어냈다. 금방이라도 만지고 싶을만큼 매끈거렸다. 남성적인 다른 조각품들에 비해 여성성이 풍겼다.

그의 작품들이 무엇보다 독특한 것은 '욕망'과 '손'의 연관성이다.

"한 쪽 손만을 그려낸 데에는 다른 이유가 없지만 우리가 바디랭귀지라고 하는 몸의 언어처럼 또는 손으로 의사전달하는 수화처럼 손으로 욕망을 그려내려고 한겁니다"

강문석씨는 제주대 미술학과를 졸업하고 현재 제주대 인문대학원 재학중이며 탐라미술인협회, 제주조각가협회 회원으로 활동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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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 2005-08-02 11:51:27
타블로다.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