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19 17:38 (금)
'좌파'...'누가 좌파인가?'
'좌파'...'누가 좌파인가?'
  • 윤철수 기자
  • 승인 2008.04.02 18: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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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논단] 제주4.3 60주년과 '좌파세력'

제주4.3 60주년을 맞은 시점에서 얼마전 뉴라이트 계열 학자들이 대안교과서 '한국 근현대사'를 펴내면서 제주4.3에 대해 '좌파세력의 반란'으로 규정해 제주사회가 한바탕 들끓은 바 있다. 이들은 4.3을 '남로당을 중심으로 좌파정치세력이 대한민국의 성립에 저항한 반란'이라고 규정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같은 역사인식은 제주4.3에 대해서는 이미 정부의 공식사과가 이뤄졌고, 4.3특별법이 제정돼 시행되고 있는 상황을 전면으로 부정한 것이어서 제주도민의 화를 돋웠다. 이에 제주도내 4.3관련 단체에서는 뉴라이트계열의 이같은 역사인식에 '시대착오적이며 유아적 발상'이라고 강력히 규탄했다.

2년전, 노무현 대통령은 제58주기 4.3사건희생자 위령제에 참석해 추도사를 통해 무력충돌과 진압의 과정에서 국가권력이 불법하게 행사 되었던 잘못에 대해 제주도민께 사과드린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노 대통령은 '국가권력이 불법하게 행사됐던' 것에 초점을 맞췄다. 58년 전 분단과 냉전이 불러온 불행한 역사 속에서 많은 양민이 무고하게 희생당했다는 점이 강조됐다.

그런데, 올해 4.3 60주년을 맞이한 시점에서 뉴라이트계열의 이같은 '좌파세력의 반란'이란 성격규정, 그리고 60주년 위령제에 대통령의 참석을 하지 말아 달라는 보수우익단체에서는 '좌파'라는 용어를 남발해도 지나치게 남발하고 있다. 마치 제주4.3을 '좌파'의 반란으로 몰아세우고 있다.

'좌파'란 말의 의미가 왜 언짢게 다가오는 것일까. 과거 선거 때 즐겨썼던 '색깔론'과 묘한 분위기를 자아내게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좌파'란 말만 들어도 4.3을 겪은 기성세대나, 경험하지는 못했지만 4.3에 대해 숱하게 들어온 젊은 세대 역시 '좌파'란 단어로 공격을 받는 일을 그리 달가워 하지는 않을 것이다.

선거에 있어서도 그렇다. 과거 색깔론으로 재미를 본 세력들이 툭하면 '좌익'으로 몰아 선거를 혼탁하게 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른바 메카시즘을 통한 선거운동을 하려는 것이다. 본질은 도외시한채 상대를 '좌파세력'으로 규정해 공격하는 분열을 획책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메카시즘이란 1950년대의 미국의 메카시 상원의원이 언론의 힘을 이용해 '반공운동'을 전개하면서 여러 정적들을 탄압한데서 유래되는 말이다. 공산주의라는 죄목으로 무고한 사람을 박해하고 미국인의 공공생활에서 강요된 순응을 만들어낸 이러한 관행을 말하는 것이다.

새정부 들어 곳곳에서 '좌파정권'이나 '좌파세력'이니 하는 말들이 튀어나오면서, 마치 과거로 회귀한 듯한 분위기들이 심심치 않게 연출되고 있다.

제주지역 총선에 있어서도 예외는 아니다. 선거운동 과정에서 '얼치기 좌파정권이...'이라는 표현이 나오더니, '00당 후보 낙선시켜야 좌파정권 종식 완성된다'는 성명까지 발표됐다.

00당은 모두 좌파세력으로 본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00당을 지지하는 사람도 좌파세력의 범주에 포함되는 것일까? 특정후보를 비판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4.3 60주년을 맞은 시점에서, 이제는 소모적인 이념적 논쟁을 뒤로하고 화해와 상생을 도모하자고 역설해도 모자란 시점에, 아직도 '좌파세력' 운운하는 이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4.3의 소용돌이 속에서 이데올로기 잣대로 수많은 희생을 치러야 했던 아픈 기억이 치유되기도 전에, '좌파'라는 단어가 아직도 우리사회에 공공연히 쓰이는 현실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좌파'를 운운하는 자들이 말하고자 하는 '좌파'의 의미와 범주는 무엇인지 사뭇 궁금하다. <윤철수 대표기자 / 미디어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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