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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가 없고, 기가 막히다
'가짜 논평'에 농락당한 선거판
어이가 없고, 기가 막히다
'가짜 논평'에 농락당한 선거판
  • 윤철수 기자
  • 승인 2008.03.30 13: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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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논단] 명의사칭 논평이 제주 선거문화에 끼친 해악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후, 통합민주당 제주도당에서는 말미에 '민주당이 희망입니다'라는 문구를 넣은 성명과 논평이 잇따랐다. 논평이라는 타이틀은 붙였지만, 어떤 평을 한다기 보다는 '하고싶은 말'을 거침없이 쏟아내는 절제되지 못한 글이 대부분이었다.

조금 도를 지나치는가 싶더니, 급기야 28일과 29일에는 차마 입에 담지 못할 말들까지 쏟아졌다. 제목만 봐도 그렇다. '거짓말 현명관, 입 놀리지 말라!' '구상유취, 기회주의자 김동완.부상일!' '강상주 후보, 만년시장 딱이야!' '부상일 후보, 자승자박이다!'  등등 이미 도는 넘어섰다.

본문글에 있어서도 가관이다. TV토론에 따른 논평이라고는 하지만, 이미 상대후보의 인격적 측면을 깍아내리기에 몰두하고 있다. '검사질을 하면서 익힌 것이 고작...'이라든가, '000의 밑씻개', '000의 딱가리' 등 온갖 나쁜 말은 모두 동원하며 글을 풀었다.

보통 정당의 논평이 핵심적 부분만 간략히 평하는 것과는 달리, 이 출처불명의 논평은 대부분 장문의 글에다 지루한 느낌의 서술형으로 쓰여져 있다. 29일 논평 말미에서는 '더 이상 더러운 입을 오물거리지 말라'는 충언(?)까지 하고 있다.

'더러운 입'이라는 표현을 서슴없이 쓰는 그 당돌함의 첫문장은 '네거티브 선거운동의 수위가 도를 넘고있다'는 역으로 꾸짓기도 한다. 감정의 자제도 안되고, 마치 이성을 잃은 것처럼 보인다.

정책선거를 하자는 공당의 논평치고는 분명 문제가 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선거전에서 밀리면 끝이라는 인식 때문에 다소 도를 넘을 수는 있다고 치자. 그러나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은 있어야 한다. 그 도를 넘으면 선거를 혼탁으로, 그리고 저질선거로 이어지게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출처불명의 논평은 분명 도를 넘었다. 이 논평이 잘못된 것은 첫째로 제주의 선거문화를 크게 후퇴시키는 저질선거를 유도했다는 것이고, 둘째, '명의 사칭'에 따라 유권자, 그리고 부끄럽게도 언론을 농락했다는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언론의 책임도 적지 않음을 고백한다. 셋째, 흑색선전에 가까운 인신공격으로 인해 정책선거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는 것이다.

뒤늦게 통합민주당 제주도당은 이 논평이 대변인실 명의를 사칭한 논평이었다고 해명하고, 네거티브적 선거운동을 사용할 용의가 없음을 밝혔다. 통합민주당의 이같은 해명이 사실이라면, 그럼 분명 누가 선거분위기를 해치려고, 혹은 특정후보에 대한 악감정으로 악의적인 논평 발표를 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 문제의 심각성을 더욱 크게 하다.

선관위는 뒤늦게 과열선거를 부추기는 성명과 논평을 자제하도록 각 정당에 요청했다. 또 앞으로 객관적인 근거 없이 선거분위기를 해칠 수 있는 악의적인 성명발표나 상대 후보에 대한 비방·흑색선전, 허위사실 등을 공표하는 경우에는 그 근거의 제시를 요구하고 근거를 제시하지 않거나 근거자료가 허위일 경우에는 지체 없이 고발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선관위의 이러한 자제요청으로 이번 사안을 덮어버릴 수는 없다. 우선 당사자격인 통합민주당이 이번 일련의 명의사칭 논평의 진실이 무엇인지에 대해 유권자들에게 솔직하게 밝혀야 한다. 그리고 만약 명의사칭을 한 장본인이 누구인지 밝혀졌다면 그에 따른 적절한 조치를 취해 다시는 이러한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특히 그러한 사람이 다시는 이러한 선거판에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철퇴를 가해야 할 것이다.

이것이 실추된 정당 이미지를 하루빨리 추스리는 길이고, 건전한 선거분위기를 해한데 대해 유권자들에게 잘못을 비는 길임을 명심해야 한다. <윤철수 대표기자>

<윤철수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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