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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논단> ‘침묵의 나선’, 그 향방은?
<데스크논단> ‘침묵의 나선’, 그 향방은?
  • 윤철수 기자
  • 승인 2005.07.21 09:38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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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엘레 노이만의 '침묵의 나선(The Spiral of Silence)'은 당초 매스미디어의 효과를 설명하기 위해 제시된 이론이지만 사회현상을 설명하는데 있어서도 자주 인용된다.

이 이론은 여론을 '획일화의 압력'으로 이해하며, 인간은 주위 환경으로부터 고립되는 것을 두려워한다는 것을 기본가정으로 삼는다. 그렇기에 끊임없이 주변을 관찰하고 어떤 의견과 행동 양식이 우세한가를 판단, 그에 따라 의견을 갖고 행동하려는 경향을 보인다는 것이다.

즉, 어떤 주제나 사회적 이슈에 있어 자신의 의견이 사회여론에 있어 지배적이거나 상승세에 있다면 적극적이고 공개적으로, 그리고 자유롭게 자신의 의견을 개진한다.

하지만 자신의 의견이 소수의견에 불과하거나 열세 또는 하향세에 있으면 '고립의 두려움' 때문에 의견을 숨긴 채 침묵에 빠져든다.

결국 소수 의견자들이 자신의 의견 개진을 밖으로 표출하지 않고 내면에 꽁꽁 숨겨두면서 사회 내에 침묵하는 사람의 숫자는 점점 늘어난다. 매스미디어는 이 과정에서 침묵을 나선형으로 가속화한다. 이것이 바로 '침묵의 나선'이론의 기본적 원리이다.

이 이론에 의하면 사람들은 자신이 확신하는 것도 자신이 속한 집단의 의견과 다를 경우 집단의 압력에 따르게 된다.

#주민투표 입장의 ‘획일화’

요즘 제주사회에 빚어지고 있는 일련의 현상은 이 이론을 연상시키기에 충분하다.

오는 27일 실시되는 제주도 행정구조 개편에 따른 주민투표를 앞두고 제주사회가 계층별로, 지역별로, 소속단체나 기관별로 '획일화'되는 현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현행 행정구조를 그대로 유지하는 내용의 '점진안'과, 시.군과 시.군의회를 폐지해 임명제 시장제의 2개 통합시 형태로 단일화하는 '혁신안'의 선호를 두고 일사불란한 입장을 표명하고 있는 것이다.

19일만 하더라도 전국 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소속 기초자치단체장들이 제주도 행정구조 개편과 관련해 혁신안에 대한 사실상의 반대입장을 밝혔다.

또 비슷한 시간 제주시 주민자치위원회협의회는 점진안을 지지하는 결의대회를 가졌다. 산남지역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혁신안반대 산남 궐기대회 준비위원회'도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혁신안 저지, 점진안 찬성' 입장을 발표하며, 오는 23일 대규모 궐기대회를 갖겠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혁신안 반대운동을 이끌었던 올바른 행정계층구조 개편을 위한 도민연대 준비위원회도 23일 혁신안 저지를 위한 대규모 집회를 갖겠다고 발표했다.

물론 점진안 찬성단체만 즐비한 것은 아니다. JCI코리아 제주지구가 이미 혁신안 찬성단체로 등록해 활동을 하고 있는 것을 비롯해 한 불교단체도 혁신안 지지를 공식 선언했다.

중요한 것은 초반에 행정구조 개편 논의를 주도했던 사람들은 온데간데 없이 빠져나가고 입을 다물고 있다는 것이다. 이 문제에 대해 의견을 내놓던 전문가들도 개인적 의견을 삼가고 있다. 지금 같은 시기에 ‘말 실수’를 하거나 진의가 잘못 전달될 경우 되돌아올 ‘고초’를 염두에 둔 듯 하다.

#침묵하는 다수의 의미

이 때문에 행정구조 개편 논의는 도민사회의 치열한 논쟁이 이뤄질 것이라는 당초 예상과는 달리 단체별, 계층별, 기관별 획일적인 입장을 제시하는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개인적 의견은 그다지 다양하게 표출되지 못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분위기를 정리한다면, 여론을 선도하는 ‘오피니언리더’ 층 일부를 중심으로 해서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을 뿐, 개인과 개인의 도민사회는 ‘침묵’하고 있다는 것이다.

주민투표가 발의되기 전 3차례에 걸쳐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도민의견은 혁신안이 점진안을 앞지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결과에 대해서는 선뜻 장담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선호결과가 시.군별로 상반되게 나올 가능성도 크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문제는 어느 입장이 옳은가를 떠나 소수 의견이 적절한 토론을 거치기도 전에 숨어버린 이런 상황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느냐이다.

‘침묵하는 다수’가 27일 주민투표에서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며 자신의 의견을 개진해준다면 주민투표는 나름대로 의미를 찾을 수 있겠지만, 그들이 끝내 획일화와 경직화에 파묻혀 의견개진을 포기한다면 의미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계속해서 이어지는 ‘침묵의 나선' 향방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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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때는 어떻게 2005-07-21 10:00:10
남군은 아마 점진 승일걸.
당사자인 한 기초단체의 주민의견이 점진안이 많을때는 어떻게 할 것인가.

고난도질문 2005-07-21 10:00:47
난 모른다

도민 2005-07-21 10:57:16
풀뿌리 민주주의를 외치시는 일부도민과 시장.군수, 시군의회의원님들!!!
풀뿌리민주주의의 진정한 뜻을 알고 있고, 알고 있으면 풀뿌리 민주주의발전을 위하여 무슨일들을 했는지 궁금하군요

공무수행을 하면서 진정한 풀뿌리 민주주의를 염두에 두고 일 했는지?
차기 선거를 의식한 행정과 의정활동을 하지는 않았는지?
각 마을마다 공평하게 예산지원등이 이루어 졌는지?
선거가 끝난 후 상대편 사람이라해서 인사상의 불이익을 주지는 않았는지
궁금합니다.

풀뿌리가 제대로 자라기 위하여는 토양을 비옥하게 만들어야 풀뿌리자 잘 자라겠지요
그러나 선거를 하면 할수록 편을갈라서 골만 깊어가고, 자기편에서지 않은 공무원들은 승진도 못하고 한직으로 밀려나고
의원님들은 의회에서 민생은 챙기지 않고 감투를놓고 쌈질이나하고
이렇게해서 어떻게 풀뿌리민주주의가 발전할 수 있겠습니까???

제발 점진안이 확정되면 시장군수님들 모든공무원을 똑같이 끌어안을 수 있는 관용을 배푸시기 바랍니다.
의원님들도 더욱더 민생을 챙기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제주도민의 저력을 보여주기 위하여 모두다 투표에 참여합시다!!!

침묵하는 다수 2005-07-21 09:49:15
감귤농사 챙기기에도 바쁜 국장까지 투표운동에 난리이고, 대다수 도민은 침묵하고 있고, 글쎄? 꼭 혁신안이 되라는 법은 없지요?

침묵하는 다수가 투표에 참여한다면 결과는 모를걸.

그런데 어쩌나 꼭 기권할것만 같은 느낌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