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3-29 21:53 (금)
진지하고 상식적인 시사회 문화 기대
진지하고 상식적인 시사회 문화 기대
  • 한송이 시민기자
  • 승인 2008.03.20 14:5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고] 한송이 / (사)제주씨네아일랜드 사무국원

보통 대부분 영화가 개봉하기 전에 시사회를 열어 미리 관객들의 반응을 살펴보고 영화의 흥행을 점쳐본다. 특히 시사회는 흥행을 좌지우지하는 입소문의 힘을 지니고 있어 영화개봉에 앞서 치르는 ‘통과의례’가 되었다.

아무도 열어보지 않은 상자를 내가 먼저 뚜껑을 열어 확인해본다는 것은 굉장히 설레는 일이다. 이런 기회가 제주도에서는 흔치않지만 그 ‘특권’이 가끔 주어지기는 한다.

종종 극장 자체적으로 시사회를 하기도 하고 제주영상위원회에서 제작지원한 영화의 시사회가 열리기도 하는데 마침 지난 17일 제주영상위원회에서 주최하는 <숙명> 시사회가 열렸다. '특권'에 대한 설렘을 안고 제주영상미디어센터 예술극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영화에 앞서 예상치 못한 '손님'을 맞이해야 했다. 시사회 자리에 느닷없는 초청가수의 공연이 등장한 것이다.

사전공지가 없었기에 '웬 초청가수?'라고 당황스러웠지만 혹시나 영화 <숙명>의 음악에 참여한 가수인가 싶어 귀 기울였더니 영화와는 전혀 관계없고 영화관계자와 친분이 있어 무대에 올랐단다. 결국 시사회에 참석한 모든 관객들은 영화와 상관없는 가수의 노래 두 곡을 꼼짝없이 앉아서 들은 뒤 영화를 볼 수 있었다.

생뚱맞았을 뿐더러 영화에 몰입하고자 했던 입장에서 가수의 노래를 들을 생각이 전혀 없었다. 다른 관객들도 같은 마음인지 모르겠지만 대부분 영화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로 꽉 찬 '상식적'인 시사회를 떠올렸을 것이다.

제주 시사회에서 벌어진 풍경은 영화를 처음 만나는 관객에 대한 예의가 아니었다. 그동안 체험했던 다른 시사회에서는 절대 볼 수 없던 장면이었다. 영화와 전혀 상관없는 가수의 노래를 듣고 있자니 되려 영화에 대한 관심과 몰입도를 방해했다.

시사회를 처음 경험하는 다른 제주 관객들은 어련할까. 시사회는 무릇 영화와 관객이 중심이 되고, 영화를 통해 다양한 이야기와 느낌이 소통되는 진지한 자리여야 한다고 본다.

게다가 시사회가 영화 흥행을 위한 관객의 지지층을 형성하려 한 자리라면, 이번 영상위원회의 <숙명> 시사회는 진지한 '시사회' 문화를 갖추지도 못했을 뿐더러, 영화에 대한 몰입을 방해했기 때문에 흥행을 위한 관객층 지지에도 실패했다.

영화는 모든 사람이 같은 장면을 보아도 각기 다른 느낌을 갖는 것이기에 각자의 영화감상은 존중해 줘야한다. 물론 영화의 완성도에 따라 감흥은 다르겠지만 시사회에서 산만하고 언짢은 기분으로 영화를 본다면 썩 좋은 감상을 할 것이라 기대되지 않는다.

더군다나 영화시사회는 몇 개월 동안 수많은 사람의 열정과 노력으로 빚어진 결과물을 처음 꺼내보는 자리이기 때문에 영화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어야한다고 생각한다.

제주도에서 이렇게 영화시사회를 흔히 접할 수는 없지만 앞으로는 적은 기회라도 올바른 영화시사회 풍토가 자리 잡아 조금 더 정돈된 분위기에서 영화를 감상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은 과연 '비상식적'인가.

<한송이 / (사)제주씨네아일랜드 사무국원>

#외부원고인 특별기고인 미디어제주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딥페이크등(영상‧음향‧이미지)을 이용한 선거운동 및 후보자 등에 대한 허위사실공표‧비방은 공직선거법에 위반되므로 유의하시기 바랍니다.(삭제 또는 고발될 수 있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