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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물산업 육성은 지하수 공수화 포기"
"제주 물산업 육성은 지하수 공수화 포기"
  • 김동주
  • 승인 2008.03.06 08: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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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김동주 제주환경운동연합 대안사회팀장

2008년 설 연휴에 즈음하여 한진그룹은 ‘먹는 샘물’의 시장 판매에 나섰다고 밝혔다. 제주 지하수를 이용해 제조한 먹는 샘물은 현재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의 ‘제주 삼다수’와 한진그룹의 ‘제주 광천수’ 등 2가지이지만, 시중판매를 하는 것은 삼다수 뿐이다.

한진그룹 계열사인 한국공항(주)은 정석비행장이 있는 표선면 가시리에 ‘먹는 샘물’ 제조공장을 가동하고 있으며, 여기서 생산되는 '제주광천수'는 대한항공 기내 또는 KAL 호텔 등 한진그룹의 계열사내에서만 판매되고 있다.

그러나 한진그룹은 이것을 넘어 인터넷쇼핑몰을 통해 일반고객들에게도 직접 판매를 할 예정이며, 상표 또한 '제주워터(Jejuwater)'로 변경하려는 절차를 밟고 있다. 아직까지 판매할 수 있는 양은 얼마 되지 않지만, 가격은 삼다수에 비해 2배 정도 책정하여, 고품격화 전략을 내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위와 같은 한진그룹의 먹는 샘물 시판개시는 이미 수 년 간에 걸친 제주도와의 지하수 소송 승소로 인해 가능하게 되었으므로 법적인 문제는 없다. 하지만 제주특별자치도는 한진그룹의 이러한 행위가 제주 지하수를 사유화하는 것이라면서 발끈하고 나섰으며, 태스크포스를 구성하여 다음과 같이 9가지 대응방안을 마련했다.

1) 제품명 변경신고서 반려, 2) 한진 제주워터 상표변경 사용에 따른 1차 경고처분, 3) 한진 제주워터 특허출원에 대한 정보서 제출, 4) 한진 제주워터 상표 공고 시 이의신청, 5) 한진 제주워터 상표 사용금지 가처분 신청, 6) 인터넷 도메인 'Jejuwater.com' 사용금지 가처분 신청, 7) 지하수 취수량 관리 강화(취수량 자동측정 장치 설치), 8) 먹는 샘물 제품 생산량 관리감독 강화, 9) '제주워터, JejuWater' 상표 출원 등의 순으로 대응해 나가기로 했으며, 제주도의 경고를 무시한 채 계속해서 한진 제주워터 상표를 부착해 먹는 샘물 판매를 할 때는 먹는물관리법 규정에 따라 '영업정지' 처분까지 하겠다고 밝혔다.

위와 같이 2월 한 달 동안 제주 지하수의 시장 판매를 둘러싸고, 공방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보고 있노라면 허탈할 뿐이다. 이는 이미 2006년 말, 광주고법 제주부가 한진그룹과의 지하수 소송에 대해서 제주도에 패소판결을 내릴 때부터 예견되었던 일이었고, 지속적으로 경고를 해왔기 때문이다.
 
당시 제주도는 물산업 육성을 위한 선결과제로 삼다수의 대량 증산을 시도하던 때였고, 지하수관리위원회의 증산 허가를 받은 직후였다. 특히 이때 작용했던 논리는 '지하수를 더 뽑아내도 지하수위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기 때문에 괜찮다'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논리는 '제 도끼에 제 발등을 찍는' 결과를 초래한다. 한진그룹도 이 논리를 들어 지하수를 증산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현재 한진그룹의 취수허가량은 제주도개발공사의 삼다수 보다 1/20에 불과한데 비해, 지하수 수역은 같으므로 동일한 논리가 적용될 수 있다. 한진그룹도 증산을 위해 ‘지하수위 변동없음’이라는 과학적인 지하수영향조사서를 첨부하여 허가를 신청한다면 거부할 논리가 없다.
 
따라서 당시 사기업의 제주 지하수 상품화를 통한 이윤추구 확대를 막기 위해서는 삼다수 증산을 보류해야 된다고 제주도와 도의회를 상대로 지적했지만, 기어코 제주도는 증산을 강행했고, 한진그룹과의 지하수 소송에는 소홀히 대처하였으며, 결국 2007년 4월 대법원 판결에서 최종 패소하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주도는 물산업 육성을 위한 계획 수립에만 온 힘을 기울였으며, 패소 이후의 대응방안 찾기에는 손을 놓아버렸다.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면서 일을 진행하였던 것이다. 그러다가 이번처럼 또 다시 뒤통수를 얻어맞고, 그제서야 부랴부랴 대응방안을 마련해 발표를 하였다.
 
하지만 매번 그렇듯이 그러한 방안들이 확실하게 지하수의 사유화를 막아내고, 공익적 이용과 공적관리인 지하수 ‘공수화’를 보장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는 지하수를 바라보는 제주도정의 진정성이 의문스럽기 때문이다.
 
제주도정은 더는 지하수를 단순한 ‘물’로 보지 않는다. 제주 지하수를 시장판매하겠다고 나선 한진그룹과 마찬가지로 ‘돈벌이의 대상’으로 보고 있다.

현재 4,000억 원 대에 달하고 있으며, 계속 성장할 전망인 국내 물시장의 석권을 위해 제주도는 이미 삼성경제연구소에 2억 원을 들여 '제주형 물산업 육성방안' 용역을 의뢰하였고, 조만간 그 결과가 발표될 예정이다. 또한 판매망의 확대를 위해 현재 판매대행자인 농심 뿐 만 아니라, 한국코카콜라보틀링을 인수한 LG생활건강, 그리고 외국기업과도 협약을 맺었다.
 
물론 지금도 ‘삼다수’를 팔아서 연간 100억 원 정도의 수익을 얻고 있지만, 앞으로는 지금과 비교할 수 없는 정도의 이익이 생긴다는 것을 알고 있는 제주도정으로서는 사기업으로부터 제주 지하수를 지켜내려는 의지보다, 돈벌이가 더 중요할지 모른다.

그리고 이를 위해 제주 지하수 시장판매의 독점권을 지키는 것이 우선일 것이다. 한진그룹의 먹는 샘물 시판에 대한 대응방안들을 살펴보면 그런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전 세계에서 가장 선진적인 지하수 정책를 추진해온 제주도는 물산업 육성을 위해 스스로 ‘공수화’ 정책을 포기하는 것은 아닐지 심히 우려가 된다.  
 
이제는 시민들이 나서서 한진그룹 뿐 만 아니라, 제주지방정부로부터도 지하수를 지켜내야 할 시점인 것 같다. 공공기관의 적극적인 돈벌이를 위한 과도한 물장사는 공익을 위한 것이라 볼 수 없다. 수익금의 배분문제를 떠나, 먹는 샘물 시장의 형성 및 확산은 공공급수체제에 대한 불신과 부실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또한 그 결과는 상수도 민영화로 이어지는 것이 전 세계의 상황이다. 대부분의 원수를 지하수로 사용하는 제주도의 상수도는 삼다수와 비교해 큰 차이가 없는 상황임을 감안하면, 제주도민들이 수돗물보다 200 ~ 500 배 비싼 삼다수를 사서 마시는 것은 제주도정의 수돗물 신뢰제고에 대한 무책임에 기인하는 것이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공공급수체계를 관리하는 지방자치단체들은 시민들에게 먹는 샘물 소비를 중단하고, 깨끗하고 안전하며, 이를 위해 대규모의 혈세를 투입한 수돗물을 마시자고 권하고 있다. 그런데 유독 제주도만은 공공급수인 상수도와 먹는 샘물 판매를 병행하는 이중적인 지위를 갖고 있는 상황이며, 그 중에서 더욱 노골적인 물장사인 먹는 샘물 판매확대에 ‘올인’하고 있다.
 
섬에서 물은 매우 귀한 존재다. 지하수 관정 개발을 통해 이른바 ‘물 쓰듯’ 물을 이용하는 순간부터, 섬 사람들은 섬에서의 물의 소중함을 망각하고 있다. 그리고 이제는 섬에서 물을 뽑아내서 육지로 팔고 있는 상황에 다 달았고, 여기에 더해 막대한 양을 생산하려는 계획이 추진되고 있다.
 
이번에 논란이 된 한진그룹의 제주워터 시판은 제주도의 물산업 육성방안에 비하면 매우 사소한 일에 지나지 않는다. 사기업이든 공기업이든 무지막대한 물을 팔아서 이익을 추구하려는 물장사치들로부터 제주 지하수를 지키는 유일하면서도 간단한 방법은 '제주형 물산업 육성 계획'을 지금 즉시 보류하고, 지하수의 공공성 강화를 위한 구체적 방안을 법적으로 명문화하는 것이다.

먹는 샘물 판매의 기본원칙은 사용처도 확정되지 않은 판매이익확대가 아니라, 지하수의 지속가능한 이용에 필요한 재원마련 및 지역사회발전이며, 그 핵심은 지하수의 공익적 목적의 이용과 공적인 관리라는 ‘공수화’정책이다. 대책없는 물산업 육성방안 수립은 사기업에 의한 제주 지하수 사유화를 부채질하는 것이며, 이는 제주도 스스로 공수화를 포기하는 것과 같다.

제주도정은 삼다수의 취수량이 평생 동안 제주의 한 여인네가 물허벅으로 지고 나른 물을 단 한나절 만에 뽑아버리는 것과 같다는 의미를 진지하게 성찰하기 바란다.

<김동주 제주환경운동연합 대안사회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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