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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1%', 수출은 왜 0.01%?
초라한 물류시스템, 자유도시 맞어?
'전국 1%', 수출은 왜 0.01%?
초라한 물류시스템, 자유도시 맞어?
  • 윤철수 기자
  • 승인 2008.03.05 08: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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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수출보험공사 정지현 소장이 말하는 수출정책 과제

사람, 상품, 자본의 이동을 키워드로 하는 국제자유도시 제주의 수출실적은 어떠할까. 한마디로 국제자유도시란 이름에 걸맞지 않고 초라할 뿐이다.

전국 16개 시.도 중 유일하게 연간 수출액이 10억달러도 안되고 있다. 지난해 11월까지 제주의 수출실적은 4900만달러 전국 3385억원에 비해 0.01%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제주 인구가 전국 1%라고 하지만, 수출실적은 1%는 커녕 0.01%라는 소수점 두자리 이하에서 머물고 있다. 더욱이 수출실적은 2004년 7000만 달러, 2005년 6300만달러, 2006년 5700만달러 등 마이너스 성장을 보이고 있다. 전국 수출실적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뿐만이 아니다. 물류의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받는 국제자유도시 제주의 현재 수출기업수는 100여개사에 불과하다. 수출주변 환경이 열악한 강원도의 경우에도 수출기업이 483개인 것을 감안할 때 열악하기 짝이 없는 데이터가 아닐 수 없다.

제주경제에 있어 수출의존도 또한 0.7%(전국평균 35%)에 불과하며, 내수중심의 경제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국내 경기 충격시 타 경제권으로 분산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중기적으로 한미FTA 등 개방화 진전에 따른 피해가 전국 시.도 중 가장 클 것으로 우려되는 대목이다.

제주지역에 있어 수출은 사실 최근 수년간 침체기를 맞고 있다. 연평균 10%의 감소율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물론 지난해 소폭의 반등되는 분위기를 보였으나, 올해 전체 수출은 2005년 수준인 6000만 달러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럼 제주 수출에 있어 산업별 특징은 어떠할까. 한마디로 1차산업의 수출비중이 77%로 압도적이다. 대 일본시장 편중이 가장 심한 수산물은 전년 대비 증가율이 마이너스 18%를 기록하며 큰 폭으로 감소하고 있다.

반면, 농산물의 경우 미국, 캐나다, 러시아 등 시장 다변화로 전년 대비 증가율 59%를 기록하고 있다. 공산품의 경우 (주)EMLSI 등 3개사의 수출실적이 90% 이상으로 제조업 기반이 취약하다.

#정지현 소장, KBS '진희종의 제주진단'서 제주수출 문제점 지적

이러한 현실에 비춰볼 때 제주 수출의 활로는 과연 무엇일까.

한국수출보험공사 제주사무소의 정지현 소장은 무엇보다 수출을 촉진할 수 있는 산업적 측면의 시스템과, 물류산업 인프라의 미흡 등을 큰 문제로 꼽는다. 국제자유도시를 지향하면서도 항만에 대형 크레인 등 물류 이동시스템이 구비되지 않아 의아스럽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정지현 소장은 5일 KBS 제1라디오 '진희종의 제주진단'에 출연해서도 제주수출산업의 현 실정과 과제에 대해 지적했다.

#"네덜란드 1차산업 교훈 본받아야"

4일 가진 미디어제주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FTA 최대 피해산업이 1차산업이라고 설명하며, 앞으로 수출 촉진을 위해 1차산업 강국을 이룬 네덜란드의 힘의 원천과 교훈을 본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네덜란드 농가들이 창출하는 부가가치는 전체 GDP의 10%(416억 유로), 농산물 수출 세계 3위, 농가의 평균소득은 5만유로로 네덜란드 일반국민의 1인당 평균소득 3만5천불의 두배에 가깝다고 그는 설명했다. 1990년대 초반 화훼와 낙농 등 농업전문화와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낸 정부의 리더십이 결정적인 계기, 농업의 고부가가치를 이루는 기술력과 물류가 경쟁력의 핵심

제주의 입장에서도 냉철한 미래 전략산업으로서의 품목별 글로벌 경쟁력 평가가 우선돼야 하며, 핵심 전략품목별로 자원과 지원 집중, 규모의 경제 보완을 통한 구조조정 추진, 공무원, 농민, 교수, 전문가 등이 협력해 농가 현장에서의 R&D 추진, 품질개량 및 마케팅 분야 등에 대한 농가 교육 확대 등을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 소장은 "농산물 물류시스템 확충, 대내외 판로 확보 등 체계적인 산업발전 전략과 경쟁력 제고 중심의 지원 등 많은 노력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무역 전문인력 흡수해 해외시장 개척 직접적으로 나서야"

그는 제주 1차산업 활성화와 수출경쟁력 강화를 위한 대안으로 무역 전문인력을 확보해 직접적 해외시장 개척에 나서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정 소장은 "아이러니하게 FTA 최대 피해품목으로 예상했던 감귤이 최근 러시아 시장개척으로 2005년 100만불에서 2007년 3백만불로 증가하고 있는 추세"라며 "이 단순한 사실이 시사하는 바는 무역 전문인력의 부족으로 아직도 많은 1차산업의 품목들에 대한 해외시장 개척노력이 부진하고 글로벌경쟁력과 관련한 정보가 축적되지 않은 것이 큰 문제라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고 피력했다.

그는 "감귤유통명령제 등 내수수요에 기반한 공급 측면의 공무원 편의적인 정책들을 과감히 폐기해야 한다"며 "영세하고 전문성이 떨어지는 개별 단위농협 또는 기업의 산발적이고 소모적인 해외시장 개척노력 보다는 무역 전문인력을 중앙으로 흡수해 제주도가 직접 해외시장 개척을 통한 수요 확대 노력을 정책적으로 전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또 "이러한 과정에서 필수적으로 얻어지는 글로벌 수요자의 현재와 미래의 요구사항을 적극 발굴해 나가고 관련산업 R&D에 반영함으로써 지속적으로 제주 기업과 산업의 경쟁력을 창출할 수 있는 선순환의 능동적인 정책으로의 전환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제주지역 수출기업의 영세성 극복 방안은?

이와함께 그는 제주지역 수출기업의 영세성을 극복하려는 노력이 시도돼야 한다는 점도 덧붙였다.

그는 "사실 영세성의 문제는 제주 수출기업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나라 제주 전체산업과 경제가 개방화 진전이라는 큰 변화에 대응해 반드시 극복해야 할 중요한 장애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며 "무엇보다도 제주도의 노력과 리더십이 절실히 필요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그는 "먼저 부족한 전문 역량, 인력 및 자원을 중앙으로 흡수해서 핵심산업과 기업이 극복할 수 없는 전략적 우선 과제들을 제주도가 적극적으로 해결하고 지원해 나가야 한다"며 "관련 산업간 산업내 그리고 기업간 유기적 협력 강화와 통합을 유도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지원함으로써 규모의 경제를 보완해 나간다고 하면 그리 어려운 문제는 아닌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예를들어 1차산업 또는 3차산업에서 영세 기업들의 산발적이고 소모적인 마케팅 보다는 제주도가 대표 브랜드를 개발하고 글로벌 브랜드로 집중 육성함으로써 대내외 수요를 창출해 나가고 관련 산업과 기업은 상호 협력과 통합으로 규모의 경제를 보완하면서 통합브랜드의 품질과 경쟁력을 제고하는 데 집중해 나가는 방법 등이 영세성을 극복할 수 있는 좋은 예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출물량 확대와 환리스크 대응력 제고 통해 수출경쟁력 제고

한편 한국수출보험공사 제주지소는 제주특별자치도의 요청해 의해 2006년 9월15일 개소했다. 정부의 공적 수출신용지원제도 활용을 제고하고 수출을 진흥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다는 것이 제주지소 개소 취지다.

공적 수출신용지원제도는 우리나라 수출기업과 금융기관, 그리고 수입자에게 수출거래에서 필요로 하는 신용을 제공함으로써 수출을 촉진하는 제도를 말한다.

정 소장은 "제주의 경우 수출금융의 불모지라고 할 만큼 수출신용거래와 이를 지원하는 수출금융 활용도가 매우 낮고, 환율변동에 대한 소극적 대응으로 수출이 많이 위축돼 있는 상황"이라며 나름대로 제주 수출정책에 대한 문제를 꼬집었다.

그는 "수입자 신용정보 제공과 공적 수출신용지원 서비스 제공은 물론이고 이에 앞서 개별 경제주체들에 대한 수출컨설팅과 환리스크 관리 컨설팅을 중점적으로 추진, 수출신용거래 창출을 통한 수출물량 확대와 환리스크에 대한 대응력을 제고 하는 등 수출경쟁력 체질 개선과 강화를 위한 노력을 중점적으로 전개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감귤의 대 러시아 신용거래를 창출해 150만불을 지원한 것을 비롯해 환변동보험 1300만불 등 총 21개 기업에 1700만불을 지원했는데, 이는 제주 총 수출의 29%에 해당하는 규모"라고 설명했다.

또 "2006년 9월 개소 당시 8개 기업 18억원 지원에 머무르던 것에 비하면 1년만에 약 9배 이상 지원을 확대했고, 그 결과 지난해 원엔환율이 750원까지 하락하는 어려운 환경속에서도 2004년이후 최초로 제주 수출이 반등하는 데 일조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러한 양적인 성장 보다는 제주의 각 경제주체에 대해 수출에 대한 중요성과 이에 대한 관심과 노력을 이끌어 내는 등 질적인 변화를 주도했다는 것이 그가 가장 큰 성과로 자부하는 점이다.

제주 수출진흥을 위해 지원사업을 아끼지 않겠다는 말하는 정지현 소장. 그가 말하는 것처럼 물류산업의 인프라 확장을 통해서라도 국제자유도시에 걸맞는 수출환경을 개선하는 일은 더없이 시급한 과제다.

주먹구구식 수출 혹은 실적 중심의 수출이 아니라 장기적 비전 속에서 제주 수출을 촉진시키는 방안이 무엇인지 한번 진지하게 생각해볼 때이다. <미디어제주>

 

정지현 제주지소장(39)은 서울 출신으로, 한국외국어대학 무역학과를 졸업하고, 1995년 1월 한국수출보험공사에 입사했다.

입사 후 그는 경영혁신팀 등에서 근무하다 2006년 제주특별자치도가 한국수출보험공사에 제주사무소를 설립해줄 것을 요청하면서, 그해 9월 제주사무소 개소와 함께 사내 직위공모를 통해 첫 지소장으로 발령받았다.

가족들과 함께 제주로 내려와 생활하면서 이제 '제주인'이 다 되었다고 말하는 그는 "제주와 맺은 소중한 인연을 제주수출 촉진을 통해 제주경제 활성화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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