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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햇빛도 자본에게 넘겨 줄 텐가"
"바람, 햇빛도 자본에게 넘겨 줄 텐가"
  • 김동주
  • 승인 2008.03.03 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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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김동주 제주환경연합 대안사회팀장

#대한민국 풍력발전 1번지, 제주도
 
풍력 발전 단지가 전무하던 10년 전, 제주도는 국비를 지원받아 제주도 동북쪽 해안가 마을인 구좌읍 행원리에 약 10㎿의 당시로서는 국내 최대 규모 풍력 발전 단지 건설을 시작하였다. 그리고 5년 후, 계획된 15기의 풍력 발전기를 모두 세우고 전용선로를 통해 인근의 변전소에 연결하여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바람이 불어올 때마다 힘차게 생산되는 전기는 현재 제주도 내 전력의 약 2%를 공급하고 있다.
 
1980년대 초반 호주 목장 지대에서 사용하던 소형 풍력 발전기를 수입해 4가구에 설치한 실험 연구 사업부터 시작된 제주도의 풍력 발전은 최근 에너지기술연구원의 해상 풍력 발전 실증 연구 단지가 들어서고 있을 정도로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제주대학교 청정에너지실증연구센터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용 가능한 햇빛과 햇볕, 그리고 바람 등의 재생 가능 에너지 자원은 현재 제주도 전체 에너지 사용량의 2배이며, 그 중에서 80% 이상은 바람이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제주도는 매우 우수한 풍력 자원을 갖고 있다. 따라서 제주도는 대한민국 풍력 발전 1번지이다.
 

#풍력 발전을 둘러싼 갈등
 
위와 같이 행정기관에서 시작된 풍력 발전의 성공에 힘입어 수많은 민간 사업자들이 제주도의 풍력 발전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신청한 사업만도 제주도내 총 발전설비용량의 30%정도인 약 250㎿에 이르고 있으며, 이에 비례해 제주도 내에서는 풍력 발전 단지 건설을 둘러싼 갈등도 점차 증가하고 있다.
 
물론 한국전력공사를 비롯해 기존 에너지업계를 장악한 화석연료-원자력 동맹의 재생 가능 에너지에 대한 외면과 왜곡은 '풍력발전 한계용량 설정'이라는 정책 갈등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이보다 더 큰 갈등은 풍력 발전 단지 건설을 둘러싸고 사업자와 반대 주민 집단, 그리고 찬성 주민 집단 간의 다툼이다.
 
현재 제주도에는 모두 4곳에서 이러한 사회적 갈등이 발생하고 있으며, 신문 광고, 제주도 시위 역사상 최장 기간에 이르는 1인 시위, 가두 행진과 법률 소송에까지 이르는 등 격렬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미 반대 집단의 대표자는 '공사 방해 금지 처분 위반'이라는 죄목으로 6개월간 교도소에서 실형을 살았고, 공기업을 제외하고 민간 풍력 발전 사업 1호인 '난산 풍력'은 발전사업 허가 취소 판결을 받았다. 또한 이들 4곳의 반대 집단들은 '제주도 풍력 발전 반대 연합'이라는 공동 기구를 구성해 전면적인 반대 운동을 벌이고 있기도 하다. '대한민국 풍력발전 1번지'답게 갈등의 양상도 매우 역동적이다.
 
#'녹색'을 띤 개발주의
 
필자는 왜 이러한 갈등이 발생했는지 구체적인 기준을 세워, 현재 벌어지고 있는 제주도 풍력발전단지 건설의 성격을 살펴보았다. (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최근 필자가 제주대학교 대학원에 제출한 석사 학위 논문 '제주도 풍력발전단지 건설에 나타난 녹색개발주의'에 정리되어 있다.)
 
햇빛과 바람에너지는 산업 사회의 작동방식인 개발주의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줘야 하지만, 현재 제주도 풍력 발전 단지 건설의 성격을 분석한 결과 그 동안 한국 사회의 공업화와 도시화를 주도하며, 경제성장과 공급을 우선시해온 '개발주의'의 모습과 하등 다를 바 없었다.
 
사업자들은 가능하면 많은 양의 전기를 생산하기 위해 대형 풍력 발전기를 대규모로 설치하고자 했으며, 이렇게 생산된 전기를 해저 송전선로를 통해 육지에까지 보내자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갈등 관리 의지나 능력도 전무했고, 오히려 찬성과 반대 주민 집단의 갈등을 조장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까지 했다.
 
필자는 이러한 현재의 풍력발전단지 건설 모습을 '녹색 개발주의'라 이름 붙였다. 기존의 발전원에 비해 환경영향이 크지 않아 녹색을 띠지만, 자신들의 수익을 위해 성장과 공급을 지향하며 사회 불평등을 양산하는 등 명백히 개발주의의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여기저기서 환경 파괴 논란을 일으키면서까지 나무를 잘라내고 임야에 대규모 햇빛발전소를 짓는다든지 멀쩡한 논밭을 뒤덮으면서 메가와트 급 햇빛 발전소를 건설한다든지 하는 짓도 이런 개발주의의 한 예이다. 또한 조력발전소를 짓는다면서 새만금처럼 거대한 방조제를 만들어 바다를 가로막겠다는 것도 마찬가지다. 재생가능에너지 시설에도 '세계최대'라는 타이틀을 붙이고 싶은 개발동맹의 욕구에 포섭되어가는 듯하다.
 
#에너지 소비 증가의 전면 중단 필요

  
위와 같은 녹색 개발주의의 모습은 앞으로 더 자주 나타날 수 있다. 왜냐하면 산업사회의 원동력인 화석연료의 고갈과 기후변화라는 위기에 직면하여 자본가들은 진정으로 무한한 에너지원을 찾아냈는데 그것이 바로 햇빛과 바람이기 때문이다. 요즘 잘나가고 있는 '에너지펀드' 또는 '탄소거래시장'을 보면 그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지금도 생태적으로 지속 불가능한 상황에서 에너지 소비를 즉각 획기적으로 축소하지 않은 채, 경제성장을 위해 필요로 하는 에너지를 무한정 공급해줘야 하고, 그러한 사업을 통해 수익을 극대화 하려는 자본의 본성에 우리가 도움을 줄 이유는 전혀 없다.
 
따라서 이러한 녹색 개발주의의 발흥과 과잉을 경계하고, 온전한 생태적 전환을 위해서는 에너지 소비 증가의 전면적인 중단과 더불어 '시민'이 주도하고 참여하는 재생가능에너지 보급과 에너지 절약사업이 널리 퍼져야 한다.
 
#바람·햇빛에너지의 공익적 이용 명문화
 
또 하나 더 중요한 점으로 '바람과 햇빛에너지의 공익적 이용'을 명문화하는 것이다. 대기는 공유재이며, 그 안에서 공기의 흐름인 바람뿐만 아니라 햇빛 또한 그 누구도 소유할 수 없는 공공의 자산이다. 바람과 햇빛에너지에 대한 공개념 도입, 즉 '공풍화'(公風化)는 이러한 의미를 적극적으로 살리고, 자연자원의 사유화 시도와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격렬한 갈등을 예방하는 바람직한 길이기도 하다. 이와 더불어 '시민발전운동'은 햇빛과 바람에너지의 이런 공개념을 적극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시민의 주체적이며 자발적인 활동이다.
 
바람과 햇빛에너지는 다른 발전소에 비해 연료비가 들지 않으므로, 더 경제적이기에 이러한 에너지의 개발을 통한 수익금 중 일부를 공익기금으로 조성해 에너지전환과 에너지빈곤 해결을 위해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올해 제주환경운동연합에서는 제주도 풍력자원의 공익적 이용을 위한 활동을 펼칠 예정이다. 에너지체제 전환보다 그들만의 이익을 우선하는 자들을 위해 햇빛과 바람 에너지를 사용하게 놔두지 않을 것이다. 탐라국 개벽 이래 2000여 년 동안 제주 섬사람에게 바람은 고난의 상징이었지만, 이제는 에너지자립을 위한 훌륭한 자원으로 바뀌고 있다. 이러한 역사적 순간을 도둑질하는 태도는 공공의 이름으로 비판받아 마땅하다.
 
이와 함께 시민들이 참여하는 '시민 바람 발전' 운동을 실행에 옮기는 것 또한 제주의 바람을 고립과 고통의 상징에서 이제는 자립과 자치의 상징으로 바꾸는 바람자원 공유화 운동의 일환이 될 것이다.  
   
<김동주 제주환경연합 대안사회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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