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4 10:32 (수)
'끔찍하게 정상적인' 여성차별
'끔찍하게 정상적인' 여성차별
  • 김정민 기자
  • 승인 2005.07.14 22: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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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이 만든 세계 여성들의 이야기

발가락을 꼼지락 꼼지락거리다.

공원벤치에 쪼그려 누운 채 담배를 핀다.

탈출구를 찾고 싶어 무용을 시작한다.

제주여민회가 주최하는 '여성이 만든 세계 여성들의이야기6'가 국립제주박물관에서 14일 저녁 7시 30분 개최됐다.

이날 개막식에서 제주여민회의 한 관계자는 "일상에서 여성들의 삶의 문제를, 소외되고 차별 받는 여성 들의 문제를 세계여성감독들의 다양한 경험과 시각으로 영상을 통해 보여주고 여성문제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자한다"며 "여성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여성영화제에는 '제 7회 서울여성영화제'에 상영됐던 27개국 86편의 영화들 중  관람객들로부터 사랑을 받은 13편의 영화가 상영된다.

상영작으로는 '생리해서 좋은 날', '우리 사이', '마마상' 등의 한국영화  뿐만 아니라 '나비', '신생악몽', '룩앳미' 등의 국외 영화들도 있어 세계적인 작품들도 감상할 수 있다.

영화 상영 시간에는 어린이를 동반한 관람객들을 위해 어린이놀이방이 운영되며, 부대행사로 성매매 피해여성 자활 기금을 위한 바자회도 같이 진행된다.

또, 영화배우 오지혜씨가 '영화 속 여성들의 이미지'란 주제 아래 16일 17시 30분에 강연을 펼치며, 영화제 이후에는 영화감상문을 공모해 여민상 등을 수여할 계획이다.

14일 개막작으로 상영된  캐나다 출생의 여성감독 캐롤 로의 'CQ2' 영화는 가출한 레이첼이 우연히 감옥 안에서 출옥한 현대무용가 잔느를 만나게 되면서 삶의 중요한 전환점을 맞게 되는 영화로 반항적이고 분노를 주체하지 못하는 어린소녀에서 당당하게 춤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여성으로 성숙해 가는 레이첼의 성장을 다룬 영화이다.

▲ 이번 영화제의 취지는.

- 제주는 다른지역에 비해 문화행사가 크게 부족하다. 그러다보니 제주도민들의 욕구를 만족시켜주기 위해 마련하게 됐다. 여성영화제를 통해 남성중심의 사고로 비춰지는 여성이 아닌 여성의 눈으로 바라본 여성에 대해 얘기해 보고싶었다.

또 여성들이 무의식적으로 폭력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이나 일상생활에서 거부감 없이 우리 생활에 젖어 있는 성적인 농담들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 싶었다.

▲ 영화제에 참여하는 관람객 수는.

- 한 해 한 해, 갈수록 여기저기 많이 알려지면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남성관객수가 눈에 띌 만큼 늘었다. 여성영화제라고 여성에게 국한된 게 아니다. 오히려 남성들과 더 함께 얘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남성들이 직접 여성영화를 보고 여성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 'CQ2'가 개막작으로 선정된 이유는.

- CQ2는 여성영화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 권해줄 만 하다. 40여분동안 현대무용을 하는 장면이 계속되지만 지루하지 않게 관객들을 끌고 가는 힘이 있다. 서울영화제에서도 호평을 받은 작품이다.

더욱이 이 작품은 주인공이 자신의 아픔을 무용으로 승화시켜 자기정체성을 찾아가는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자신의 아픈 상처를 치유해 가는 과정을 그린 탄탄한 구성의 영화라고 할 수 있다.

또 영화를 보고나서 대안가족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만든다. 우리가 생각하는 혈연으로만 구성된 일반적인 형태가 아니라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줄 수 있는 새로운 대안가족의 모습도 영화속에서 보여진다.

▲개막작외 상영되는 다른 작품들은.

- 물론 모든 작품들이 훌륭하다. 굳이 말을 하자면 '끔찍하게 정상적인', '룩앤미', '생리해서 좋은날', '인간적으로 정이 안가는 인간', '나비' 등이다.

'끔찍하게 정상적인'작품은 성추행을 당하고 25년이 지나서도 치유되지 않는 상처를 간직한 두 자매의 이야기다. 영화는 이 두 자매가 25년 전의 상처를 어떻게 치유해 가는지를 잘 보여준다.

'나비'작품은 주인공이 자신의 성 정체성을 찾아가는 이야기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레즈비언 섹슈얼리티에 대한 과감한 응시가 그 어떤 영화보다도 인상적이다. 게다가 '당신은 스스로의 욕망에 정직한가?' 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든다.

그 외 '마마상'이라는 작품은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로 성매매에 대해 얘기한다. 한 여성이 기지촌 마마로 일하게 되면서 기지촌 여성들의 삶을 보여주고 주인공이 왜 마마상이 될 수 밖에 없었는지에 대해 말해준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 우리가 일상적으로 당연시 되는 것들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

우리는 우리의 딸을 위해 일하고 있다고 말한다. 현재 우리의 사회를 180도 바꿔놓을 수는 없다. 천천히 하나씩 문을 두드릴 생각이다.

그래서 다음 세대의 여성들에게 좀더 나은 사회환경을 만들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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