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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드라스 브이쩨! 보여줄 게 많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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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호근 기자
  • 승인 2008.02.21 08: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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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다문화가정을 찾아서(7)
제주 지킴이 '제주러시안' 미녀 4총사

이번 강의에서는 러시아팀으로 구성된 다문화 강사 4명이 강의했는데, 이들은 모두 제주에 시집을 온 며느리들로 제주도민이며 대한민국 국민이다.

이들 러시아 다문화 강사들은 사범대학과 같은 전문 교육 기관을 나온 것은 아니지만 러시아의 대학에서 패션을 전공했던 이리나씨를 비롯한 각 분야에서 다양한 인재들이 참석했다.

제주에는 수많은 이주여성들이 거주하고 있고, 이들은 뛰어난 능력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 식당 등에서 잡일을 하는 등 그들의 재능을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제주이민자센터에서 제주특별자치도 결혼이민자가족지원센터에서 위탁받아 결혼 이민자 여성들의 능력을 발굴하고 교육시켜, 다문화 강사로 양성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다문화 강사로 뽑힌 이주여성들은 강의에 낯설고 긴장도 됐을 법 한데, 러시아 문화와 역사를 한국어로 설명하면서 수업에 참가한 중고등학생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특히 러시아팀은 중국이나 필리핀, 베트남 출신 다문화 강사보다 이국적인 이미지가 풍겨서인지 아이들이 큰 관심과 참여가 있었다. 이에 호응하듯 러시아 다문화 강사들은 러시아만의 독특한 의상과 인형들을 준비해 보여주고, 러시아의 독특한 음식을 직접 만들어와 같이 나눠 먹는 등 다양하고 흥미롭게 수업이 진행됐다.

이번 실습 강의를 평가한 제주이주민센터 측도 "상당히 의욕있고 자부심있게 자신들의 문화를 전달했다"며 "이 분들은 모두 제주로 시집와 가정살림만 하던 분들인데 이런 기회로 적극적으로 강의를 시작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 이렇게 마음을 열기 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렸다.

사회의 수많은 편견과 따가운 시선들에 이들은 노출을 꺼렸다. 그러나 이들도 제주도의 일원이고, 제주도민으로서 제주사회에 이바지하고 싶은 것은 당연지사. 이들은 그런 마음 하나로 조금씩 마음을 열고, 다가와 이제 다문화 강사로 거듭난 것이다.

이 팀 덕분에 이 방과후학교에 참석한 학생들도 러시아 문화를 직접 러시아 사람들로 부터 듣는 경험을 하게 된 것이다. 이 방과후학교는 저소득 계층 등에 무상으로 교육을 시켜주는 곳으로 이런 강의 덕분에 외국 문화에 대한 경험을 하게 됐다.

이처럼 다문화 강사 양성은 제주도에 살고 있는 이주여성 등 이주민들을 발굴해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어서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 러시아 다문화 강사들의 첫 걸음 "정말 긴장했어요"

오늘 수업에서 연신 미소로 학생들의 마음을 사로 잡은 올가씨는 겉으로 보기에 한국인과 다를 바 없다. 한국말도 서툴지 않아 이번 강의에서 러시아의 국기 등 러시아에 대한 설명을 담당했다.

올가씨는 제주 시집와서 산지 7년이 됐다. 젊어 보였기에 나이를 물었더니 웃으면서도 그런 것은 묻지 말아 달라고 손을 저었다. 나이가 뭐 그리 중요하랴. 그들이 낯선 땅 제주, 대한민국에서 살아가기 위해 뛰는 이 열정이 대단한 것이다.

수업을 마치고 나온 올가씨는 "제주에서 산지도 벌써 7년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아직 한국말 잘 못한다"며 "아직도 이해 못하는 말도 많고 서툴러서 이번 수업에 앞서서도 걱정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그래도 다문화 강사 러시아팀에서 올가씨는 단연 가장 뛰어난 한국어를 구사했기에 인터뷰에서도 올가씨의 통역이 많은 도움을 줬다.

이번 강의에 앞서 첫 강의는 어린이집에서 진행한 바 있다. 당시에는 유아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말도 어려운 말을 쓰지 않고 옛날 이야기를 들려주고, 주로 그림을 많이 이용해서 수업을 진행했다.

하지만 이번 수업은 중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해서 그들은 더 긴장하고 걱정을 많이 한 모양이다. 우즈베키스탄 출신인 반올가씨는 수업을 진행하는 내내 아이들이 어떤 질문을 할 지 걱정을 많이 했다.

반올가씨는 러시아의 다양한 다기들을 갖고 와 아이들에게 러시아 문화를 가르쳤다. 하지만 제주에 시집와서 산지 3년이 되는 그는 한국말이 아직 어렵다.

그는 "아이들이 어떤 질문을 할 지 걱정을 많이 했다"며 "그렇지만 아이들이 듣고 이해를 하면서 대화를 할 수 있어서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반올가씨는 이번 수업을 진행하면서 동화를 이용해 러시아 문화를 이해시켰다. 아이들과 함께 동화를 직접 연극처럼 진행하면서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 '이주여성' 인재가 많다!

재미있게 강의를 진행한 가운데 특히 눈에 띄는 것은 그들의 의상이다. 러시아 전통의상을 입은 그들은 한 눈에도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놀라운 것은 이 의상들을 직접 제작한 것이 이번 다문화 강사에서 수업을 진행한 이리나씨라는 것이다. 이리나씨는 러시아 전통 의상 강의 맡아 진행하면서 자세하면서도 재미있게 의상에 대해 설명해 아이들에게 많은 정보를 전달했다.

이리나씨는 러시아의 대학에서 패션을 전공했기 때문에 직접 의상을 만들기도 하고 의상에 대한 지식도 풍부하다. 제주에 시집와서 생활한지는 이제 갓 2년이 되기 때문에 한국어 능통하게 하지는 못하지만 아이들에게 사뭇 진지하게 전통의상을 설명하며 시선을 집중시켰다.

이런 이리나씨 같은 뛰어난 인재들은 제주로 온 이주민 중에 상당히 많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이주민에 대한 조사나 발굴이 거의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주여성들을 비롯한 수많은 이주민들이 제주에서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집에만 있거나, 잡일을 하게 되는 것이다. 여기 다문화 강사 중에서도 제주에서 생활하면서 다른 일을 해 본 사람이 없었다. 그만큼 제주에서는 이주민들이 일할 수  있는 여건이 많이 부족한 실정이다.

다문화 가정들이 밖으로 노출되는 것을 꺼려서 정확한 조사가 이뤄지지 못한다는 점도 있지만, 이들의 마음을 열고 인재를 양성해 다문화 가정을 통해 제주도가 명실상부한 국제자유도시로 발돋움해야 할 것이다.

# "한국은 아직 외국 며느리 받아들이기 힘들어해요"

그러나 아직도 외국인 며느리를 받아들이는 것 자체를 꺼리는 것이 한국사회의 모습이기 때문에 이들이 한국에서 자유롭게 생활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올가씨는 "한국말을 잘 못하기 때문에 어려움도 있는데 남편하고는 서로 이해를 하면서 살지만 부모님들은 처음에 외국 며느리를 받아들이지 못했다"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올가씨의 경우 겉으로 한국사람과 크게 차이가 없어서 적응이 됐을 테지만 동양계가 아닌 서양계 며느리들은 눈에도 외국인이라는 티가 나기 때문에 아직도 배타적인 면이 없지 않았다. 특히 제주도의 경우 농촌지역은 보수적인 성향을 가진 가정이 많이 있어서 외국인 며느리를 받아들이기는 게 쉽지 않다.

금발머리의 이리나씨는 그런 어려움을 많이 겪었는지 하소연을 털어 놓았다.

"결혼을 하고 남편 가족들과 만났지만 가족들이 외국인 며느리를 받아들이는 것을 힘들어 했어요. 국제결혼 많이 하지만 한국의 부모님들은 한국 전통 풍습이나 문화를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아마도 외국인 며느리를 쉽게 받아 들이지 못하는 것 같아요."

그래도 이리나씨는 한국생활에 적응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특히 음식이 매운 한국에서 밥을 먹을 때 적응하기가 어려웠다고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싫은 내색을 하면 시부모님이 싫어하기 때문에 참고 먹어서 이제는 괜찮다고 했다.

# "아이들 교육, 그것이 가장 큰 문제예요"

한국에서의 적응문제는 그렇다 치고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그들 자식들만은 한국에서 떳떳하고 당당하게 살 수 있었으면 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아직 다문화 가정의 자녀들을 교육 시킬 수 있는 여건이 충분하지는 않다.

'이리나'라는 이름은 우리나라에 '영희'처럼 흔한 이름이기에 이 자리에도 우즈베키스탄 출신 이라니씨도 있었다.

우즈베키스탄 출신 이리나씨는 24개월과 8개월된 두 딸 양경희.인희를 보느라 수업을 하다가도 얼른 애들을 안고 나갔다 와야 했다. 제주도에 거주한 지 3년이 되는 이리나씨는 "수업을 하면서 좀 걱정했었는데 그래도 괜찮게 재미있게 잘 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리나씨는 걱정은 무엇보다도 아이들이다. 이번 수업에서 직접 러시아 전통음식을 만들어 올 정도로 가정일에 뛰어난 능력을 가진 이리나씨는 아이 둘을 키우면서 말을 가르치는 것이 가장 어렵다고 말했다.

이리나씨는 "애들이 있어서 말을 잘 가르쳐야 하는데 제가 한국말에 서툴러서 아직 어려운 점이 많다"며 "아이들 유치원이나 공부방 같은 곳 보내면 좋을텐데..."라고 말하며 공부를 시키고 싶지만 여유가 되지 않는다는 말을 했다.

그저 가족들과 함께 행복하게만 살아가기를 바라는 러시아 며느리들. 이들은 다문화 강사를 하면서 러시아를 제주에 알리고 러시아에서는 제주를 알리게 될 것이다.

이국땅에서 언어를 배워 강의까지 한다는 것은 우리가 생각해도 쉬운 일이 아니지만 이들은 자신들의 나라를 알리고 싶고 자신들의 능력을 발휘하고 싶은 욕구에 밤낮 강의 준비에 분주하다.

무엇보다도 우리사회에서 이들을 받아들일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돼야 한다는 점이 중요한데, 그런 점에서 다문화 강사들이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아이들에게 직접 찾아가 수업을 진행하면서 러시아 문화를 알리고 가르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그들의 문화와 역사를 이해하고 그들도 우리와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았을 때 우리는 스스럼없이 그들과 함께 공동체를 형성해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미디어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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