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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논단> 뫼비우스의 띠, 그리고 고정관념
<데스크논단> 뫼비우스의 띠, 그리고 고정관념
  • 윤철수 기자
  • 승인 2005.07.13 17:48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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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사각형 모양의 긴 종이나 테잎의 끝을 한 번 꼬아서 서로 다른 쪽 끝에 붙이면 색다른 모양의 띠가 만들어진다. 보통 띠에는 앞면과 뒷면의 경계가 분명히 있으나, 한번 꼬아서 만든 이 띠에는 경계가 하나밖에 없다. 후자의 띠를 일컬어 뫼비우스의 띠라고 한다.

보통 띠의 경우 2가지 색을 칠할 수 있다. 즉, 한 쪽면은 빨간색을, 다른 면은 하얀색을 칠할 수도 있다. 그러나 뫼비우스의 띠는 색칠을 하다보면 모두 한 가지 색으로 칠해진다.
1865년 독일의 수학자 뫼비우스가 이러한 독특한 성질을 발견해, 이 띠를 자신의 이름 따서 '뫼비우스의 띠'라고 붙였다.

조세희의 소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에서는 뫼비우스의 띠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각각 독립된 두 개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또다른 가능성의 인정

우선 교사가 학생들에게 ‘굴뚝 청소를 같이 한 뒤 얼굴이 새까맣게 된 아이와 깨끗한 아이 가운데 어느 쪽이 얼굴을 씻을 것인가?’를 묻는다. 학생들은 당연히 새까맣게 된 아이가 씻을 것이라고 답을 하지만 그것은 ‘고정관념’일 뿐이다. 교사는 뫼비우스의 띠를 그리며 또다른 가능성에 대해 설명한다.

두 번째 이야기에는 앉은뱅이와 꼽추가 등장한다. 이 이야기에서 몸도 그렇고 생활도 어려운 그들의 집이 무너져 버린다. 아파트 재건축으로 인해 둘은 집을 빼앗긴 것이다. 앉은뱅이와 꼽추는 돈을 재대로 받지도 못했다. 둘은 복수를 결심한다. 기름통도 준비하고 마음도 굳게 먹는다. 앉은뱅이는 적극적임에 반해 꼽추는 겁이 난다. 결국에는 부동산 업자를 죽이게 되는데, 여기서 이 일에 소극적이었던 꼽추는 앉은뱅이의 행동에 두려움을 느낀다.

이 이야기를 통해 보면, 뫼비우스의 띠는 피해자인 동시에 가해자가 되기도 하는 현실의 상징이다. 또한 그것은 지식의 간사함에 대한 경계이기도 하다.

첫 번째 이야기가 ‘고정관념’을 깨자는 의미를 암시했다면, 두 번째 이야기는 궁극적으로 누가 가해자이고 누가 피해자인지 알 수 없는 왜곡된 현실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이야기 첫 머리에서 난쟁이와 꼽추가 분명한 피해자였고, 가해자는 부동산 업자였다.
하지만 종국에 가서는 난쟁이와 꼽추는 부동산 업자를 죽이는 가해자가 되고, 사내는 결국 피해자가 된다.

어쨌든 이 이야기에서 뫼비우스의 띠가 주는 가장 큰 의미는 ‘고정관념의 탈피’라고 설명할 수 있다.

고정관념은 사람의 마음에 늘 자리잡아 있는 생각의 한켠으로, 반복되는 사고와 선입견 등이 그 요인이다.

#불신하는 사회, 두개의 선

요즘 행정구조 개편 주민투표를 앞두고 제주사회 민심이 두켠으로 나누어진 듯 하다. 기초단체와 기초의회 폐지를 전제로 한 임명제 시장제의 단일광역자치안가 그 논란의 핵심이다.

이를 반대하는 쪽과 찬성하는 쪽이 극명한 대립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주민투표가 임박한 요즘에는 불법선거운동 논란까지 일고 있다. 시.군은 이번 주민투표와 관련해 권한쟁의심판까지 청구하기에 이르렀다.

심각한 것은 ‘불신’이 팽배해져 있다는 것이다. 제주도나 시.군, 시민단체, 도민 모두 공통된 분모는 ‘발전된 제주 미러를 이루는데 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으나 서로 이 공통된 분모에 의심하고 있는 것이다.

제주 미래를 위해서가 아니라, 혹시 ‘사심’이 담겨진 것은 아닌가. 말로는 도민선택 존중하겠다면서 특정안 선택을 유도하는 것은 아닌가.

행정구조 개편을 생각하게 된 원초적 동기도 국제자유도시 위상에 걸맞는, 특성 있는 제주만의 모형을 만들기 위한 것이었는데 지금 제주사회에서는 행정구조 개편 논의가 왜 시작됐는지조차 분간이 안될 정도로 혼란스럽다.

주민투표는 도민의 최종 의견을 선택하기 위해 실시되는 것임에도 이 역시 불신하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다.

이렇게 저렇게 얽히고설킨 제주사회의 최근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상대방이 주장하는 내용에 대한 가능성을 인정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자신이 주장하는 내용은 절대적으로 옳고, 상대방이 주장하는 내용은 가능성을 일축해버리는 배타적 심리가 문제이다.

안과 밖, 거짓과 진실, 흑과 백처럼 이분법적인 사고에서 벗어나 또 하나의 가능성을 모색해 보는 일, 그것이 바로 뫼비우스의 띠가 주는 의미가 아닐까.
<윤철수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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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2005-07-13 18:23:58
요즘 근황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좋습니다 ^^

^0^~~~ 2005-07-13 19:13:14
몸이 건강해야 좋은 기사 쓸수있는겁니다.
윤국장님은 충분히 해내리라 믿습니다.
빨리 제주언론의 중심으로 도약해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