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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아영 할머니 아픔 이제 좀 알겠어요"
"진아영 할머니 아픔 이제 좀 알겠어요"
  • 양호근 기자
  • 승인 2008.02.15 19: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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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진아영 할머니 삶터 박물관 개관의 의미

진아영할머니삶터보존위원회는 15일 고사를 지낸 가운데, 오는 3월 25일 진아영할머니삶터 박물관이 개관된다.

이 보존위원회는 故 진아영 할머니의 생가를 보존하면서, 할머니 집 앞에 위치한 제주시 한림읍 월령리사무소 2층에 영상과 사진을 전시하는 전시실을 만들 예정이다.

보존위원회는 "4.3의 아픔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진아영 할머니의 삶으로 제주4.3의 후유장애와 여성에 대해 조명할 것"이라며 "제주4.3을 교육할 수 있는 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 가운데 이날 오전 11시 진 할머니 집 앞에서 고사를 지낼 때 이를 유심히 지켜보는 어린 아이가 눈에 띄었다.

이제 갓 중학교에 들어간다는 강하린군(14)은 어머니의 손에 이끌려 왔지만 사뭇 진지하게 고사를 지켜봤다.

이 자리에서 강군은 "여기 온 이유를 모르겠어요. 엄마가 끌고 왔어요"라고 말했지만, 이런 기회로 故 진아영 할머니가 누구인지 다시 한 번 공부하는 계기가 됐다.

누구나 처음에는 무관심으로 시작하지만 조금씩 알고, 배워가면서 관심을 갖게 되는 법. 따라서 진아영할머니삶터 박물관이 개관되면 부모님들이 손으로 아이들을 끌고 와야 하는 것이 핵심이다.

제주사의 가장 무겁고, 비극적인 역사지만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역사가 제주4.3이기 때문이다. 제주4.3을 조금이나마 알게되는 이런 아이들이 나중에 제주4.3의 질곡의 역사를 이해하고 제주 사회에서 4.3의 의미를 찾아가게 된다.

이 자리에는 서울에 온 손님도 있었다. 서울의 진보영상을 제작하는 '청춘영상창작단'에서 제주4.3을 조명하기 위해 참석한 것이다.

카메라 촬영을 하고 있던 청춘영상창작단 전승호씨는 "제주4.3을 기획하기 위해 유적지를 다녔는데 우연히 진아영할머니삶터보존을 한다는 것을 알았다"며 "제주4.3에 대해 모르는 것도 많고 알아야 할 것도 많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올해 60주년을 맞는 제주4.3은 이제 기억을 간직한 사람보다 기록에 의존하는 사람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그만큼 피부에 와닿지 않기 때문에 제주도민이라 할지라도 제주4.3에 무관심하거나 알려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월령리 박용수 이장도 "월령리에 진아영할머니삶터 박물관이 생기지만 마을 사람들은 별로 반응이 없다"며 "월령리에서는 제주4.3으로 인한 피해자도 없기 때문에 제사를 지내는 일도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그는 이번 박물관을 계기로 조금이라도 더 제주4.3에 관심을 갖고, 조금이라도 알려고 하는 사람이 많아지기를 바라고 있다.

박 이장은 "진아영 할머니가 정말 아픔 속에서 살았었기 때문에 다음 세대들에게는 이런 일어 없어야 한다"며 "이번 진아영할머니 삶터 보존을 통해 박물관을 만드는 것도 그런 교육의 장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진아영할머니삶터 박물관이 개관되면 이제 제주4.3을 할머니의 삶을 통해 배울 수 있는 교육의 장을 마련된다. 우리가 꼭 알고 이해하고 넘어가야 할 역사, 다시는 되풀이 되어서는 안 되는 그런 역사인 만큼 직접 박물관을 찾아 제주의 역사를 아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미디어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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