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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모시는 '척'만 하겠습니다
어머니,
모시는 '척'만 하겠습니다
  • 양호근 기자
  • 승인 2008.01.30 07: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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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취재파일] 변질된 공무원 사회에 대한 푸념

29일 제주특별자치도 감사위원회가 2007년도 하반기 제주시교육청 대행감사를 한 결과를 발표했는데, 재정상의 조치 1건이 눈에 띈다.

가족수당 지급 부적정. 즉, 부적절하게 가족수당이 지급됐다는 얘기다.

4명의 교육공무원이 '공무원수당 등에 관한 규정'을 어겨 각종수당이 부적절하게 지급돼 252만원을 회수하라는 조치였다.

이번 제주도감사위원회 감사는 지난해 8월 30일부터 12월 7일까지 유치원 7개원, 초등학교 10개교, 중학교 7개교, 도서관 1개 기관 등 총 25개 학교 및 기관을 최근 2~3년 이내 추진한 업무 전반을 조사한 것이다.

그 결과 시정 7개, 주의 19개 등 행정상조치 26건과 재정상 조치 1건 등 총 27건이 감사에서 지적됐는데 가족수당 지급 문제로 재정적 조치를 받았다는 것이 여간 씁쓸한 것이 아니다.

이번에 회수 조치를 받은 4명은 각각 120만원, 80만원, 36만원, 16만원을 부적절하게 지급 받았다.

제주도감사위원회 관계자는 "부양가족이 있으면 그만큼의 가족수당이 지급되는데, 이들은 직계존속에 해당하는 가족을 부양하고 있지 않으면서 부양하는 것 처럼 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3명은 어머니를 모시는 것처럼 했으며, 1명은 아버지를 모시는 것처럼 했다.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는 것처럼 주소지를 변경하거나 옮기지 않아 가족수당을 받아 온 것이다.

이에 대해 감사위원회는 "'공무원수당 등에 관한 규정' 교육을 실시해 관계규정 미숙지로 인한 보수 착오 지급하는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바란다"고 했지만 누가 몰라서 지급을 받았겠는가. 더 잘 아는 사람들이 편법으로 수당을 받는 것이다.

이번에 4명이 운 나쁘게(?) 걸렸을 뿐이지 이는 이미 관행처럼 이뤄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한 제주시민은 "부모님을 모신다고 해서 공무원들의 경우 가족수당을 받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한 번 생각해보라 부모님을 자신의 주소지에 놓으면 의료보험혜택 등 각종 혜택을 볼 수 있는데 누가 안 하겠냐"고 말했다.

주소지만 옮겨놓고 혜택을 쉽게 받으면서, 적발되기는 어렵기 때문에 누구나 이런 부적절한 행위를 아무렇지 않게 저지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제주시에 사는 고모씨는 "제주도의 경우 부모님이 촌에 내려가 사는 것을 좋아하는 경우가 많아, 모시고 살고 싶은데 못 모시고 사는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물론 그런 경우도 없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농촌에서 외롭게 지내는 어르신들은 언제나 자식과 손자를 보고 싶어한다. 자식이 좋은 혜택을 본다는 데 반대할 부모는 없다. 오히려 나서서 그런 혜택을 주고 싶어 할테지만 자식들은 바쁘다는 핑계로 자주 찾아 뵙지 못하는 것이 사실 아닌가.

대명절 설이 얼마 남지 않았다. 고향으로 내려가 그동안 뵙지 못했던 부모님 손도 잡아드리고, 안마도 해드릴 수 있는 그런 설이다.

하지만 이번 설에 조심스럽게 이런 말을 꺼내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어머니, 모시는 '척'만 하겠습니다."

<미디어제주 취재부 / 양호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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