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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해고 맞서 12일간 단식투쟁
"버릴 것은 사측의 제왕적 사고"
정리해고 맞서 12일간 단식투쟁
"버릴 것은 사측의 제왕적 사고"
  • 문상식 기자
  • 승인 2008.01.16 13: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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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앤 피플] 김동도 제주관광노조 여미지식물원지부장

제주 서귀포시 중문관광단지 내에 위치한 여미지식물원 직원들의 정리해고에 맞서 12일 동안 단식투쟁을 전개한 제주관광노조 여미지식물원지부 김동도 지부장(47).

김 지부장은 여미지식물원이 처음 문을 연 1989년 총무과로 입사, 여미지식물원이 1997년 기부체납방식으로 서울시시설관리단에 위탁관리되고, 지난 2005년 부국개발에 인수될 때까지 희노애락을 함께 해왔다.

지난 13일 오후 중문관광단지 입구에서 열린 '2007년 임.단협 체결 및 정리해고 분쇄를 위한 관광노동자 결의대회'에서 만난 그는 덥수룩한 수염이 얼굴의 절반을 덮고 있었고, 야윈 얼굴 윤곽이 단식의 흔적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그는 이날 미음으로 단식을 마무리하고, 제주지역 더 나아가 전국의 관광노동자의 노동 권익을 위해 다시 한번 투쟁을 결의하고 있었다.

그의 이번 단식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8월에도 부국개발의 성실교섭을 촉구하며 무기한 단식에 돌입했었다. 단식의 고통과 어려움을 몸소 겪었던 그에게 이번 단식은 결코 쉬운 선택은 아니었지만, 그는 또 다시 외롭고 위험한 투쟁을 선택했다.

여미지식물원은 현재 경영적자 등의 이유로 정리해고에 들어간 상황이다. 여미지식물원지부에 따르면 올해 1월7일 영업매장 등에서 근무하던 여직원 13명과 노조간부 2명 등 15명에 대해 2월18일자로 정리해고 방침을 밝혔다. 노조간부는 김 지부장과 제주지역관광산업노조 양창하 위원장이 포함돼 있다.

노조측은 부국개발이 인수할 당시 120여명에 이르던 직원이 지난해 희망퇴직 강요, 무차별적인 징게로 비롯된 사직 등으로 74명의 직원만 있는 상황이고, 여기에 이번에 15명에 대한 정리해고가 이뤄지면서 결국 59명의 직원만 남게 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으로 김 지부장은 사측의 구조조정 방침에 강력 반발하며 여며지식물원 내 5층 건물 높이의 전망대에서 단속농성에 돌입하게 된 것이다. 13.2제곱미터(4평 정도) 남짓하는 이 곳에서 김 지부장은 12일동안 물 만으로 고통을 견뎌냈다.

또 이곳에 어둠이 찾아올 쯤이면 가스난로에 의존해 추위를 견디고, 난로 불빛에 책을 보면 마음을 추스리기도 했다고 김 지부장은 말했다.

부인과 고등학교 입학하는 딸을 둔 김 지부장은 "부인과 고입을 준비하는 딸이 걱정할까봐 (단식농성) 말을 하지 않으려 했지만, 부인과 딸이 아빠의 모습을 이해해줘 고마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정작 버려야 할 것은 사측의 제왕적 사고와 잘못된 노동관"

김 지부장은 부국개발의 정리해고와 관련해 "돈벌이 중심의 구조조정은 즉각 철회되어야 한다"며 "더구나 여성과 남성 차별을 둬서는 안된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차별이 있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제주에서 관광산업은 앞으로의 대안산업으로 이야기되고 있다. 여미지식물원은 제주관광산업을 대표하는 회사"라고 말한 뒤, "부국개발의 여미지식물원 인수대금이 이자가 높아 적자운영되고 있지만, 이를 영업부분을 폐쇄하고 직원들을 해고해 면하겠다는 것이 맞는 논리냐"고 맹비난했다

그는 "부국개발이 여미지식물원을 인수해 2년 반동안 인건비는 15%가량 줄었고 매출은 10%이상 늘어났다"며 "영업을 하는 회사가 영업부문을 폐쇄한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거듭 꼬집었다.

이제 시작이라는 그는 "정리해고 문제는 여미지식물원만의 문제가 아니다. 얼마전 크라운프라자호텔과 파라다이스호텔도 정리해고 했다"면서 "제주 관광 노동자들의 목숨을 앗아가는 정리해고법을 박살내야 한다"고 피력했다.

그는 "여미지식물원지부에서 불씨를 지펴 전국으로 확산해 나갈 것"이라며 "전국 관광 노동자들이 해고없는 세상에서 살수 있도록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앞으로 제주 관광산업이 살아야 제주 경제가 살고, 관광 노동자가 살 길임을 강조했다. 또한 이번을 계기로 관광 노동자들의 지역연대 구조를 구축해 지역 관광정책 문제 등 함께 해결해 나갈 뜻을 분명히 밝혔다.

"사측은 정리해고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듯한 '버릴 것은 버려야 식물도 잘 자란다'는 현수막을 내걸고 있지만, 정작 버려야 할 것은 부곡개발의 제왕적인 사고와 잘못된 노동관입니다. 그것을 버려야 바로 여미지식물원이 번창할 수 있습니다."

그는 그렇게 투쟁을 결의하며, 노조원들의 투쟁 결의 목소리가 추운 겨울 칼바람을 타고 전해지고 있는 중문관광단지 입구로 다시 발걸음을 돌렸다.<미디어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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