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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차적 정당성 확보 못한 검찰 '완패'
'당선무효' 위기에서 '극적 반전'
절차적 정당성 확보 못한 검찰 '완패'
'당선무효' 위기에서 '극적 반전'
  • 윤철수 기자
  • 승인 2008.01.15 15: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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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김태환 지사 '무죄' 선고 의미와 전망
김태환 제주지사의 공직선거법 위반사건이 결국 검찰의 압수수색 과정의 위법성 문제로 '무죄'가 선고되면서 지난 1년 9개월간 끌어온 공무원을 동원해 선거를 치르려 했다는 관권선거 논란은 사실상 매듭짓게 됐다.

15일 열린 광주고법의 파기환송심 선고공판에서 재판부는 김태환 제주지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지난해 1월 제주지법의 1심선고 공판, 4월 열린 광주고법의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벌금 600만원을 선고받고 지사직 박탈위기에 몰렸던 김태환 지사.

이번 파기환송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으면서 이 사건은 사실상 일단락됐다.

이번 파기환송심 선고는 '실체적 진실'보다 '절차적 정당성'에 강한 무게를 둔 판결로 풀이된다.  범죄혐의가 충분히 의심되더라도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지 못하면 안된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 이례적 판례변경 사례로 꼽힐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기본적 인권보장을 위해 마련된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정한 절차에 따르지 않고 수집된 증거는 원칙적으로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삼을 수 없다"며, 검찰이 핵심증거로 제시한 '업무일지 노트'를 증거로 인정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 동안 이 사건은 범죄사실 그 자체보다는 공소장에 적시된 증거의 위법성 여부에 초점이 맞춰져 재판이 진행돼 왔다. 즉, 검찰이 공소사실 중 핵심증거로 제시한 김 지사의 업무일지 노트에서 발견된 각종 자료들이 영장제시도 않고, 영장범위에서 벗어나 위법하게 압수된 것이라는 변호사의 주장에 법원이 결국 손을 들어준 것이다.

이에앞서 지난해 11월 대법원도 최종심에서 "원심이 이러한 점에 관하여 충분히 심리하지 않은채 그냥 압수절차가 위법하더라도 이를 유죄인정의 유력한 증거로 채택하여 피고인들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유죄부분에 대하여 죄책을 인정한 것은,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아니하고 수집한 증거의 증거능력에 관한 법리오해, 채증법칙위반 등의 위법을 범한 것으로, 이는 판결에 영향을 미쳤음이 분명하다"고 해석했다.

지난 대법원의 판시와 이번 광주고법의 파기환송심 판시내용은 범죄혐의가 의심되더라도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지 못하면 안된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 이례적 판례변경 사례로 꼽힐 것으로 보인다. 사실 이번 사건의 '위법한 증거수집'문제가 쟁점화될 것이라는 것은 이미 예견됐다.

1심 재판과정에서 고충정 부장판사 역시 증거수집의 절차상 문제가 있었다는 점을 밝힌 바 있다. 그는 1심 심리과정에서 이 부분에 대한 별도 결정에서 "증거수집 과정에서 절차적 문제는 있다고 할지라도 증거로서의 능력은 잃지 않았다고 본다"며 절차적 문제가 있었음을 전제로 한 증거채택 결정을 내렸다.

그런데 대법원이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는 증거로서 채택될 수 없다는 점을 만장일치 의견으로 제시하면서 결국 이 사건은 원심으로 돌려보내졌고, 광주고법에서 재심리한 끝에 결국 무죄가 선고됐다.

의심할 만한 충분한 범죄혐의를 포착하고도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지 못한 검찰의 '실수'가 결국 최종심에서 철퇴를 맞는 수모를 자초했다고도 볼 수 있다.

또한 검찰의 이러한 '절차적 실수'로 인해 실체적 진실은 묻혀버리게 된 셈이다.

물론 재판이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다. 검찰이 재상고를 할 경우 다시 대법원의 최종 확정심이 열리게 된다. 그러나 이번 파기환송심은 대법원이 압수수색의 위법성 부분에 대해 재심리를 할 것을 주문해 이뤄진 것인만큼,  이 사건이 다시 대법원에 올라가더라도 법리적용 문제가 노출되지 않는 한, 이번 파기환송심 선고공판의 결과는 뒤집어질 가능성은 희박하다.

한편 김태환 제주지사의 입장에서는 무죄선고가 실체적 범죄혐의에 있어 '면죄부'를 받은 것이 아니라는 점 때문에 공무원 동원선거 의혹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란의 소지를 안게 됐다. 절차적 정당성 문제로 무죄선고를 받게 된 김태환 제주지사가 앞으로 선거로 인한 도민사회 갈등을 어떻게 치유하고, 제주특별자치도정 업무에 박차를 가할지가 주목된다. <미디어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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