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침소리에 '독감'시늉 언제까지...
'혁신'하다 안되니, '혁명'한다?
기침소리에 '독감'시늉 언제까지...
'혁신'하다 안되니, '혁명'한다?
  • 윤철수 기자
  • 승인 2008.01.10 09: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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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논단] '신 경제혁명'과 정책조정 '컨트롤 타워'

지금은 임기말이지만, 참여정부 초기 자주 등장했던 말 중의 하나가 '혁신'이다. 참여정부가 '혁신'의 필요성을 강조하자 각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지역혁신작업이 이뤄졌다. 제주에서도 2005년을 전후해 제주지역혁신협의회가 운영되고 지역혁신발전 5개년 계획이 수립됐다.

혁신은 낡은 제도나 방식을 고쳐서 새롭게 하는 것을 일컫는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당시 제주도에서는 이러한 분위기와 맞물려 '행정혁신'을 대대적으로 하겠다며 도청 각 부서마다 행정혁신 내용들을 발굴해 실천하도록 했다. 혁신과제 설계는 제주도의 바람직한 미래모습을 담아내는 비전설정,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소속된 부서의 임무를 확인하는 미션설정, 전략과제 발굴, 전략목표 설정, 핵심업무 도출 등의 순으로 진행하도록 했다.

그러자 각 부서에서는 '양'적으로 많은 혁신과제들을 수합해 발표했다. 하지만, 정작 내용들은 혁신의 원론적 의미와는 거리가 있는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한 부서의 경우 조직문화 혁신과제로 '동료와 업무내용 공유하기', '전화는 내가 먼저 받기'를 제시했다.

또다른 부서의 경우 '직원 생일파티 해주기', '직원단합 MT시행' 등의 혁신과제를 제시하기도 했다. '미혼직원 중매 서주기'와 같은 혁신과제도 있었다.

물론 불필요한 사업추진 방식을 개선함으로써 예산절약을 추진한다든지, 낭비적.비효율적 요소가 있는 업무방식을 개선한다든지 하는 내용의 과제도 있었다. 하지만 이 행정혁신을 '가슴으로' 받아안지 않고 '김 지사의 명령'으로 받아안는 부서가 많았다. 그래서 억지로 짜맞추듯, 백화점 나열식으로 '양적 승부' 의욕을 보인 것이다. 김 지사의 '기침'소리 한번에 독감에 걸린 듯 되든 안되든 발표하는 시늉을 하는 행동에 다를 바 없었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난 2008년 1월. 새해에는 '신 경제혁명'이란 말이 유행하면서 각 부서가 '입맛 맞춰드리기'에 나섰다. '혁명'은 '혁신'보다도 말의 뉘앙스부터가 한단계 강한 톤임에 분명하다. 종전에는 혁신을 하자고 하다가, 그것으로는 부족하니까 기존 틀을 싹 뜯어고치는 혁명을 하자고 나선 것이다.

물론 취지는 충분히 이해하고 좋다고 본다. 매해 도정의 업무계획 단골메뉴가 '경제살리기'였으니까, 제대로 한번 지역경제 시스템을 바꿔보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보건복지여성부서에서 직원 20명 차출해 경제TF팀 가동?

그러나 최초 이 '신 경제혁명'이란 단어가 어느 부서의 누구 아이디어에서 나왔는지 모르지만, 현재까지 제시되는 내용과 수준으로 봐서는 '혁명'과는 거리가 먼 듯하다. 종전의 틀을 완전히 바꾸거나, 종전의 것을 뒤집고 새로운 것을 하겠다는 내용이 없으니 말이다.

정책을 총괄조정하는 부서의 신 경제혁명의 정책추진방향이 경제활성화 아이디어 공모를 하고, 제주발전연구원의 경제정책 연구기능을 강화하겠다는 내용 등이 고작이다. 다른 부서도 마찬가지다. '119소방가족 제주관광 모셔오기', '재래시장 등 지역경제 살리기 생활화' 등의 실천사항 등을 놓고 '신 경제혁명'이란 수식어를 갖다 붙이는 경우도 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보건복지여성정책부서에서 내놓은 TF팀 구성이다. 사무관 팀장을 중심으로 해 직원 20명으로 '지역경제 활성화 보건복지여성 TF팀'을 구성하겠다는 것이다. TF팀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고 TF팀을 만들겠다고 하는 것인지, 명칭이 그럴듯해 TF팀을 만들겠다는 것인지 아리송하기만 하다. 지식산업국에서 TF팀을 만들어 가동하겠다면 이해가 된다. 그러나 보건복지여성정책을 전담하는 부서에서 그것도 직원 20명이나 차출해 TF팀을 가동한다면, 나머지 인력으로 올해 보건복지여성정책을 추진하겠다는 뜻인가. 아니면 그 부서의 인력이 그만큼 여유가 있다는 의미인가.

또 지난해 제11호 태풍 '나리'로 인해 재난관리와 방재업무의 시스템을 완벽히 갖춰야 한다는 당면과제를 안게 된 소방방재본부 역시 '신 경제혁명'에 분위기가 들떠 있는 모습이다. 소방서별 재래시장 담당제를 지정해 운영하고, 우수부서에는 인센티브를 부여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재난관리와 방재업무에도 눈코뜰새 없을 터인데, 더욱이 지난해말 발생한 제주시 아라동 미화아파트 가스폭발사고가 아직도 수습이 안되었는데, 소방공무원을 재래시장 경제활성화에 투입시키고, 소방공무원 가족의 제주관광을 유도하는데 나서겠다니 본말이 전도되도 한참 전도됐다는 생각 밖에 안든다.

#신경제혁명 주무부서는 어디인가?

더욱 가관인 것은 '신 경제혁명'을 중심적으로 전개하는 주무부서가 어디인지도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김태환 제주지사가 올해 신년사를 통해 '신 경제혁명'이란 키워드를 제시했지만, 경영기획실이 주무부서인지, 지식산업국이 주무부서인지 지금까지 내놓은 정책만을 놓고 봐서는 분간이 되지 않는다. 이러한 탓에 어느 것이 몸통이고 어느 것이 가지인지 분간이 안되는 나열식 정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것이다.

보건복지여성국이나 소방방재본부에 '신 경제혁명'의 몸통을 맡으라는 교시가 있었던 것도 아닌데, 오히려 신 경제혁명을 '웃음꼴'로 만들어 버리고 있다.

업무보고 첫 장마다 '신 경제혁명'이란 타이틀을 갖다붙이면서 그럴듯하게 포장을 해대는데 모두들 정신이 없으니, 정말 딱할 노릇이다. 신 경제혁명 프로젝트를 제대로 실천하려면 먼저 총괄적인 기조가 명확히 나와야 한다. 그런 다음 그 프로젝트를 실행할 주무부서가 명확히 정해져야 하고, 그런 다음 각론적 시책들을 아우르는 과정에서 주무 부서를 제외한 사이드 부서에서는 서포터하는 형태의 아이디어나 시책이 나왔어야 했다. 특히 주무부서가 아닌 사이드 부서의 경우 조직인력의 가용성과 역량을 충분히 감안한 후 본연의 업무를 수행함과 동시에 실천할 수 있는 정도의 내용을 제시했어야 했다.

#신 경제혁명을 '컨트롤 타워' 역할 1과제로 삼는 것은?

기침 소리 한번에 독감에 걸린 시늉은 이제 더이상 하지 말아야 한다. 경영기획실이 9일 정책기획업무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맡아 하겠다고 나선 것은 의미있는 일이다. 지금까지 정책기획 업무가 각 실국의 자료를 수합·총괄하는 기능에 치우쳐 신규 정책 아이디어를 개발하고, 각 실국의 현안을 조정하는 정책조정 업무에 미흡한 점이 많았기에 '컨트롤 타워' 역할은 반드시 필요하다. 다른 업무보다도 현재 혼란스럽게 이뤄지고 있는 '신 경제혁명'을 '컨트롤 타워' 역할의 첫번째 과제로 삼아보는 것은 어떨까.

<윤철수 대표기자 / 미디어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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