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5 17:37 (목)
"한국말 못해 바보, 왕따 되면 되나!"
외국인 위한 체계적 한국어 교육 필요
"한국말 못해 바보, 왕따 되면 되나!"
외국인 위한 체계적 한국어 교육 필요
  • 양호근 기자
  • 승인 2008.01.06 01:15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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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다문화가정을 찾아서(1)
국제결혼 가정 다실이네 가족 인터뷰

# "한국말 못해서 바보되고 왕따 되면 되나요."

제주도가 제주국제자유도시, 제주특별자치도라고 홍보하지만 정작 외국인과 그 아이들을 위한 한국어 교육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지난 4일 제주영어교육도시 건설과 관련해 정부와 제주특별자치도,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이 업무협약을 체결했지만 이는 한국인의 영어교육에 중점은 둔 것이지 외국인의 한국어 교육에 중점을 둔 것은 아니다.

다문화 가정의 부모와 자녀들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와 한국어 교육이 이뤄지지 않아 결국 인재를 내쫓고 있다.

오경애씨의 아들 제주바울디아스(15)군의 경우가 그렇다.

오경애씨와 호세디아스씨는 제주를 좋아해서 아들 이름도 제주바울디아스라고 짓고, 평소 호세디아스씨는 아들을 '제주'라고 부른다고 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제주바울디아스군은 가족과 떨어져 경상남도의 한 대안학교에서 공부하고 있다.

제주바울디아스군은 네덜란드어, 스페인어, 한국어, 영어 4개 국어를 할 정도로 아주 총명한 아이지만 제주시 한 중학교를 다니다가 학업을 따라갈 수가 없어 적응하지 못해 결국 대안학교로 갔다.

다행히 그 대안학교는 외국에서 살다 온 아이들과 한국학교에서 적응 못하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곳으로 거기는 아침에만 공부하고 오후에는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살려서 가르친다고 한다.

오경애씨는 아들을 멀리 보내 아쉽지만 그 곳에서 잘 생활하고 있어 만족하고 있다. 그러나 제주에서의 교육 문제에 대해서는 강하게 비판했다.

오씨는 "외국에서 온 아이들이 말을 못하니까 바보처럼 되고 있다"며 "말을 못해서 진도를 못 따라가게 되는데 그렇다고 다 바보로 여기고 그 아이들이 왕따를 당하게 되면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며 제주의 현실을 꼬집었다.

"제주도에 외국인 들이 오며 그 부모의 아이들도 온단 말이 예요. 그런데 다 한국 교육 시스템 적응에 실패하고 인터넷으로 '홈 스터디' 하다가 인터넷에 빠져서 친구도 못 사귀고 자폐아가 되는 일이 아주 많아요. 몰라서 그렇지."

외국인 아이들에게 제주의 교육환경은 그만큼 열악하다. 그래서 오씨는 국제자유도시라고 외치는 제주에도 외국인을 위한 그리고 한국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한 대안학교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오씨는 "한 학교 안에 대안학교 식으로 반을 만들었으면 좋겠다"며 "외국인뿐만 아니라 학교 공부에 시달리는 제주의 아이들도 대안학교에서 하고 싶은 공부도 하고, 정말 그런 아이들을 돕고 싶다"고 간절한 소망을 밝혔다.

그러면서 "제주의 학교에서 전부 이런 것 못하더라도 기껏해야 제주도 끝에서 끝으로 가는 거 한 시간 밖에 안 걸릴 테니까 멀리라도 만들어졌으면 좋겠다"며 제주 교육에 당장 시급한 것이 무엇인지를 지적했다.

그는 또 "일하느라 공부 제대로 못하는 외국 엄마들 한국어 마음 놓고 공부할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다"며 "하지만 사실 한국 분들이 한국 방식으로 한글을 가르치는 데 그러면 안 되고, 외국인들에게 맞는 눈높이에 맞는 공부 방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어 가르치는 것을 봤었는데 한국인인 저도 어려워서 못할 정도로 가르치더라"며 "영어도 너무 어렵게 시작하면 중간에 그만두는 데 이를 한국어를 공부하러 온 대학생들에게 가르치듯 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오씨는 "외국에서 온 사람들을 한국어를 가르치는 모임이 여기저기 있다고는 들었는데 활성화가 잘 되고 소문이 잘 났으면 좋겠다"며 "말을 할 수 있어야 사회 돌아가는 것 알 수 있는 데 그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오씨는 또"우리 남편 같은 경우에 나이가 많아서 공부를 좀 힘들어 하는 데 한국어 공부가 활성화 됐으면 좋겠다"며 "외국인들이 한국에 와서 적응을 하지 못하는 것은 한국어를 가르쳐 주는 시스템이 없다는 것"이라고 외국인을 위한 한국어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 "제주는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섬이에요. 파라다이스를 지켜주세요."

"나는 여기서 나지 않았지만 나는 한국 사람입니다. 나의 마음은 항상 한국에 있기 때문이예요."한국 그리고 제주를 사랑하는 호세디아스씨, 제주의 교육여건에는 문제가 있고 아직 국제자유도시로서 갖추어야 할 것은 많지만 자연환경은 세계 최고라고 자랑한다.

호세디아스씨는 "치안이 잘 되고 길거리도 깨끗하고 공기도 너무 좋고, 사람들 정이 많다"며 제주를 완벽한 섬이라고 홍보하는 제주홍보대사다.

"여기는 세상에서 완벽한 섬이라고 생각해요. 어떤 나라에 가든지 부족한 게 있잖아요. 여기는 물, 바다, 산, 사람, 병원 등 사람들이 살기에는 파라다이스예요."

호세디아스씨가 친구들과 통화하는 것을 가끔 듣는 다는 오정애씨는 "자기 친구들한테 전화하면서 아직도 문을 열어 놓고 다니는 이런 나라 봤니. 너무 멋진 곳이다. 특히 우리가 살고 있는 조천읍 선흘리에는 산이 앞에 있는 데 노루가 많다고 친구들에게 자랑한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한국문화가 계속 지켜졌으면 좋겠고 미국과 같은 외국 문화와 섞이지 않았으면 한다"며 "한국은 지금까지는 가족을 아주 소중히 여기고 있는 데 미국이나 유럽은 돈 밖에 몰라 자기라는 정체성을 잃어버렸다"고 말했다.

스페인의 카나리아 섬에서 자란 호세디아스씨는 "카나리아 섬도 제주와 똑같았다"며 "그러나 1996년부터 외국인들이 많이 오기 시작했고 그들은 돈과 범죄까지 가져 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제 카나리아 섬의 정치도 범죄조직이 장악했다"며 "외국인들이 돈과 호텔, 공장을 갖고 있어서 본토 사람들 보다 더 힘이 쌔다"고 말했다.

호세디아스씨는 "좋은 외국인은 놓치지 말고 잘 잡고, 나쁜 외국인은 멀리해야 한다"며 "내가 이 얘기를 하는 이유는 제주도가 자치도가 됐다고 외국인들이 투자유치를 하는데 정말 조심하라는 얘기를 하고 싶다"고 밝히고, "현재 카나리아 섬에서는 외국인들은 좋은 직업을 갖고 본토인에게 힘든 일을 시키고 있다"고 얘기했다.

이는 자신의 고향에서 겪은 일을 제2의 고향 '제주'에서는 겪지 않았으면 하는 호세디이스씨의 솔직한 바람이다.

오경애씨에게 새해 소망을 물으니 "자식들이 잘 되는 게 엄마의 소망이죠. 우리 아들이 검정고시를 치러서 제주외국어고등학교 스페인어 쪽으로 왔으면 하는 게 큰 소망"이라며 "다실이도 앞으로 계속 잘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다실디아스양은 결승전에서 2:1로 우승해 결국 금메달을 거머줬다. 같은 눈, 같은 머리, 같은 피부색을 갖고 있지 않다하더라도 그들은 우리와 똑같은 제주도민이며 한국인이다.

다실이가 금메달을 따듯 그들은 우리 사회에서 힘겨우면서도 조금씩 목표를 향해 달리고 있다. 어쩌면 우리보다 더 제주를 사랑하고 있을 그들과 우리 제주사회가 어떻게 손을 맞잡고 함께 한 걸음씩 나아갈 지 구체적인 고민이 필요할 때다.

<미디어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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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준 2010-01-05 17:54:28
검도

송현우 2008-01-06 16:30:13
좋은 기사입니다.
잘 읽었고요,덕분에 산뜻한 날 맞았습니다.
늘 노력하는 기자가 되시길...

제주도민 2008-01-06 13:08:46
제주도 촌에 가면 외국인 며느리가 많습니다. 이들은 제주사회에 잘 적응하는 것 같은데, 이들은 자녀들은 그렇지 못한 것 같더군요.특히 피부색 때문에....
아무튼 잘 읽었습니다.